News & TV아마추어

여주대 쌍둥이 자매 강가애-강나루' “동생 위해 포지션까지 바꿨죠”

2010-09-15 00:00:00 9,537

애정 넘치는 여주대의 쌍둥이 자매 강가애, 강나루(왼쪽) ⓒ손춘근



세계 3위의 위업을 이뤄낸 U-20 여자대표팀에 쌍둥이 축구선수가 있어 화제다. 골키퍼 강가애와 여주대 공격수 강나루가 그 주인공. 40주간 엄마 뱃속에서 호흡을 맞추다 8분 차이로 언니와 동생이 된 강가애-나루 자매는 쌍둥이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공감으로 한국 여자축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강가애' “나루가 울어서 언니인 제가 골키퍼를 했죠”

초등학교 6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강가애-나루 자매는 안양덕천초-안양부흥중-오산정보고를 거쳐 현재 여주대까지 9년간 한 팀에서 뛰고 있다. 그러나 올해 이들은 원치 않는 이별을 하고 있다. 강가애는 U-20 여자대표팀에 선발돼 바쁜 나날을 보냈고' 올 초 심각한 무릎부상(십자인대 파열)을 당한 강나루는 팀을 벗어나 5개월째 홀로 재활에 매진 중이다.

지난달 열린 ‘통일대기 전국여자종별축구대회’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이들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애틋함을 과시해 다시 한번 눈길을 끌었다. 사실 언니 강가애는 동생을 위해 포지션까지 바꿀 정도니 이들의 애틋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나루가 골키퍼였어요. 그런데 게임을 하려고 골키퍼복을 줬는데 안 한다고 울잖아요. 저도 무서워서 하기 싫다고 했는데 언니니까' 선생님도 언니니까 하라고 하셔서 제가 골키퍼를 하게 된 거에요. 나루는 진짜 죽어도 안 한다고 했어요.” – 강가애




여주대의 주전 골키퍼 강가애 ⓒ손춘근



초등학교 6학년 때 동생이 벗어놓은 골키퍼 유니폼을 입은 강가애는 9년 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동생 덕에 세계 3위에 오른 셈. 173cm로 언니보다 1cm가 더 큰 강나루는 “저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이제서야 골키퍼에 대한 미련을 보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골키퍼를 할 것 같아요. 멋있잖아요. 전 지금 포워드인데 신체조건이 좀 크니까 헤딩 같은 것을 위주로 해요. 힘의 축구라고 볼 수 있죠.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만드는 플레이를 좋아하는데 경기가 딱 들어오면 제 마음대로 풀어갈 수 있다는 점이 포워드의 매력이에요.” – 강나루

“골키퍼는 슈팅을 막았을 때' 모든 것을 다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굉장히 좋아요. 그런데 항상 혼자 있으니까 외로운 포지션이죠. 저는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계속 말만 하니까 같이 뛰고 싶어요. 그래서 축구를 다시 시작한다면 포워드를 할 것 같아요.” – 강가애

언니 강가애는 중학교 1학년 때 동생 강나루가 태권도로 외도를 하자 동생을 따라 축구를 그만 뒀다. 하지만 이들의 외도는 오래가지 못했고 동생 강나루는 다시 언니를 졸라 축구부로 돌아왔다. 여주대에서 주장까지 맡으며 팀을 이끌었던 동생 강나루는 거침없는 성격으로 언니를 이끌고' 언니 강가애는 진한 정과 포용력으로 동생을 따라다니며 알게 모르게 뒷바라지 하는 느낌이다.




회복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강나루 ⓒ손춘근



쌍둥이 축구선수가 가질 수 있는 장점

왠지 쌍둥이라면 뇌의 어딘가가 서로 연결돼 텔레파시 같은 것이 통할 것 같은 선입견을 준다. 축구선수 쌍둥이가 한 운동장에서 뛴다면 서로 기가 막히는 호흡을 펼치며 상대의 허를 찌를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동시에 서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저희끼리 놀란 적은 있어요. 마음 속으로 불렀는데 가애 언니가 대답을 한 적도 있죠. 그런데 운동장에서는 안 그런 것 같은데...” – 강나루

“나루가 실수를 해서 상대가 공격을 해오면 ‘무조건 어떻게 해서라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매니까 실수를 덮어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죠.” – 강가애

“저도 가애 언니가 이상하게 골을 먹으면 제가 ‘어떡하지?’라는 느낌이 들긴 해요.(웃음)” – 강나루

쌍둥이 축구선수의 장점은 텔레파시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보다는 항상 옆에서 따뜻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있다는 점이다. 어릴 때부터 모든 감각을 한곳에만 집중해야 하는 운동선수의 경우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줄 동반자는 흔하지 않다. 자신의 어려움을 실제로 겪어보고 건네는 조언은 그저 ‘힘내’라는 말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도움이 된다.

“나루는 신체조건도 좋고 볼을 배급해주는 능력도 좋아서 가다듬기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고등학교때부터 너무 많이 다쳤어요. 동계훈련을 5~6년 동안 못했으니까요. 전 한 번도 안 다쳤는데 나루는 항상 다쳐서 운동을 많이 쉬었어요.” – 강가애

“게임을 하면 항상 (서로의 플레이에 대해서) 물어보고 대답해주고 그래요. ‘뭐가 안됐지만' 뭐는 잘 된 것 같아’ 이런 식으로요. 가애 언니의 장점은 항상 열심히 하는 점이에요.” – 강나루

그러나 쌍둥이라서 갖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주변에서의 비교다. 이들을 항상 따라다니는 비교는 지난 7월 극에 달했다. 강가애가 U-20 여자월드컵에 나가 세계 3위를 차지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강나루는 무릎 부상을 치료하며 병원에 있었다.

“저희가 다 듣고 있는데도 ‘누가 대표야?’ 하고 물어보면 정말 싫어요.” – 강가애

“어쩔 수 없죠. 다치거나 기회가 안 돼서 국가대표가 못 된 것이니까 받아들여요. 그래도 속으로는 ‘나도 나중에 잘돼서 저런 사람들 입에서 둘 다 대표구나’ 하는 말이 나오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죠.” – 강나루

강나루는 웃으며 이야기를 했지만 기쁘거나 즐거워서 나오는 웃음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오랜만에 운동장에서 만나 화색이 도는 쌍둥이 자매 ⓒ손춘근



넣을 것인가' 막을 것인가.. 냉혹한 승부의 세계

강가애-나루 자매는 축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6학년 이후 서로 오랫동안 떨어져 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올 해 강나루의 부상으로 5개월 정도 떨어진 것이 가장 오랫동안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쌍둥이라도 평생 함께 살수는 없는 법. 이들에게도 새로운 갈림길이 눈 앞에 다가왔다. 오는 11월 열릴 예정인 여자 실업축구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되기 때문이다.

“같은 팀에 가고 싶어요. 떨어지기 싫어요.(웃음)” – 강가애

지금껏 9년간이나 한 팀에서 동고동락해온 자매지만 앞으로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심지어는 쌍둥이 집안에 함께 시집가서 같이 살자는 이야기도 한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당장 두 선수가 서로 다른 실업팀에 입단하게 되면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던져야 한다. 공격수 강나루는 두 눈을 부릅뜨고 골키퍼 강가애의 빈틈을 찾아야 하고' 강가애는 이를 악물고 강나루의 슈팅을 막아야 한다.

“넣어야죠.(웃음) 골 세레모니도 하겠지만 속으로는 뭔가 좀 그렇겠죠. 가애 언니가 저를 잘 아니까 더 유리할 것 같아요. 고등학교때도 승부차기 연습을 하면 신기하게 제 것만 다 막았거든요.” – 강나루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은 쌍둥이 자매의 페널티킥 대결. 상상만해도 흥미진진한 이 승부는 당장 WK리그에서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두 자매는 이런 상황이 오면 언니인 강가애 골키퍼가 유리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동생에 대해서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나루는 시야가 넓어져야 될 것 같아요. 너무 패스플레이만 고집하지 말고 기술을 연습해서 볼 소유 능력을 보안해야 되요. 전 경기를 하면 나루가 실수하는 것만 보여요. 나루가 뭔가 안 되면 자꾸 지적하게 되고요.” – 강가애

“전 어쩔 때는 기분이 나빠요. 자꾸 저한테만 그러니까요. ‘내가 진짜 그렇게 못하고 있나’하면서 주눅이 들때도 있어요.” – 강나루

인터뷰를 하는 내내 두 자매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언니 강가애는 항상 동생에게 져주는 아량을 느끼게 했고' 동생 강나루는 오히려 리더십을 갖고 결단력 있는 모습으로 언니를 이끌어가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행동거지' 그리고 말 한마디마다 쌍둥이 자매의 깊은 우애를 느끼게 했던 강가애-나루 자매는 서로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해주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나루가 좋은 순위로는 못 가겠지만 빨리 재활을 끝내고 실업에 가서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정상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국가대표팀에서도 인정을 받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 강가애

“가애 언니는 최장수 골키퍼 같은 듬직한 골키퍼가 됐으면 좋겠어요. ‘골키퍼’하면 ‘강가애’라고 나올 수 있는 선수요.” – 강나루


인터뷰=손춘근

  • 페이스북
  • 트위터
  • URL 카피

[취재노트] 절정으로 치닫는 한양여대와 여주대의 라이벌 열전

[취재노트] 우이초 여자축구부 창단, 변화된 인식을 느끼다

목록
이전게시글 다음게시글

아마추어

포철고 백승원 “작년 U-17 대표팀 탈락, 변곡점이 됐다”

아마추어

‘백운기 우승’ 포철고 황지수 감독 “포항의 철학 입히는 중”

아마추어

[백운기] 포항제철고, 승부차기 끝에 서울오산고 꺾고 우승

아마추어

부경고SC 이주성 “기성용 같은 미드필더 꿈꾼다”

아마추어

수원공고 권민세 “득점보다 도움 많이 쌓는 윙어 되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