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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석이 만난 사람] 조광래 대구FC 대표 “K리그에서 우승하는 시민구단을 만들고 싶다”

2024-02-21 16:15:33 2,713


인터뷰하고 있는 조광래 대구FC 대표.
 

조광래(70) 대구FC 대표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선수 시절에도 그랬고, 지도자 시절에도 그랬다. 그의 욕심은 지금보다 자신과 소속 팀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시민구단 대구의 대표를 맡은지 올해 가을이면 벌써 만10년이 된다. 구단 대표로서도 그의 욕심은 멈추지 않았다. 그 욕심 덕분에 대구 시민은, 또 K리그는 ‘대팍’이라는 별칭의 국내에서 가장 매력적인 축구전용구장을 갖게 됐다. 
 

그는 이제 새로운 욕심을 내고 있다. 대구가 사상 처음으로 K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시도민구단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다. 지난해 말 대구FC와 3년 재계약에 성공한 그는 새로운 임기 동안 꼭 K리그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보니 그의 욕심은 ‘꿈’이라는 단어로 대체해도 무방할 듯하다. 대팍의 꿈을 이룬 그가 사상 첫 시민구단의 K리그 정복이라는 꿈을 이뤄낼지 정말 궁금해 졌다.

 

지난 1월 2일 열린 대한축구협회 연간 시상식에서 조광래 대표는 특별공헌상을 수상했다. 말 그대로 한국 축구에 특별한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상장에 써있는 공적 사항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특히 대구FC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후 축구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구에 축구전용경기장인 DGB대구은행파크를 건립하여 지역축구 활성화 및 K리그 부흥을 통한 한국 축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시민구단의 새 역사를 계속 써내려가고 있는 조광래 대표의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다시 한번 듣고 싶어졌다. 

 

- 대한축구협회가 주는 특별공헌상을 수상한 소감은 어땠는가.

아이구, 내가 이런 상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웃음). 대한축구협회 창립 9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상을 줘서 더 영광이었다. 앞으로도 축구 발전을 위해서 더 일 많이 하라는 뜻으로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 2014년 9월 12일 대구FC 대표로 공식 취임했으니 올 가을이면 10년이 된다. 대구는 2013년 2부로 강등돼서 2014년에는 2부에서도 중하위권으로 창단 이후 가장 어려운 때를 보내고 있었다. 축구계에서는 ‘천하의 조광래’가 2부의 중하위권으로 간다고 해서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대구에 갔던 것인가. 

경남FC에서 감독으로 있을 때도 그랬고, 그 이전에 창단팀인 수원 삼성에서 수석 코치로 일했을 때도 그랬고, 항상 팀을 끌어올리는 것은 자신있었다. 팀 내부 구성원을 조합해서 운영하는 것은 늘 잘한다고 자부했다. 오랜 지도자 경험이 그렇게 만들었다. 

경남 감독 시절 대구와는 여러번 맞붙었는데, 늘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왜 이리 대구 선수들이 자신감이 없을까, 왜 저 정도밖에 못할까’하는 마음이었다. 아마 내 자신도 도민구단 감독으로 있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중에 대구에서 연락이 왔을 때 경남 감독으로 상대했던 시절의 대구가 떠올랐다. 그때 남의 집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런 기회가 오려고 그랬던 모양이다. 팀을 한번 살려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또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 공부를 겸했고, 지도자 생활을 할 때는 언젠가 구단 행정을 맡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구단 운영에 대해 준비를 항상 해왔기 때문에 사장 제의를 받고나서도 두렵지는 않았다. 

 

- 그렇게 온 대구에서 10년 넘게 있을지는 아마 몰랐을 것 같다.

(웃으면서) 물론이다. 이렇게 오래 있을 줄 알았나. 중간에 어려운 시기도 많았다. 하지만 대팍을 짓고, 2018년에는 FA컵 우승도 하고, 시민구단으로 자생력있는 팀을 만든 것이 평가를 받은 게 아닐까 싶다.  



조광래 대표는 대구FC가 자생력을 갖춘 시민구단으로 발돋움하는데 일조했다.
 

- 지난해 말에 3년 재계약을 했으니, 이제 기업구단이나 시도민구단을 통틀어서 K리그 역사상 최장수 CEO가 되는 셈이다. 장수의 비결은 무엇인가.

나는 평소에 ‘축구 기술자’라는 것을 자부한다. 자랑같지만 그 어떤 구단의 책임자보다 축구 자체를 깊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단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구단 운영에서 축구가 제일 우선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대구에 와서 처음 직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축구가 제일 중요하고, 축구가 최우선이라고 선언했다. 다른 것들은 모두 다음 문제라고 강조했다. 좋은 축구, 재밌는 축구, 팬들과 서포터스가 즐길 수 있고 응원할 수 있는 축구가 최우선 가치라고 말했다. 그리고 구단 임직원들은 그런 축구를 만들고,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렇게 확실히 밝히니까 우리 직원들이 팀의 방향에 대해서는 잘 인식하게 된 것 같다. 덕분에 구단 직원들 내부에서 융화나 단합도 잘된다. 10년 동안 사무국에서 내부 문제가 일어난 적이 거의 없다.

 

- 그러고보니 대구는 그 점이 가장 강점으로 보인다. 다른 시도민구단은 내부 트러블이 상대적으로 많다. 내부 분란으로 무너지는 사례도 많았고, 심지어 큰 사회적 문제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대구는 상대적으로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웠던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시도민구단에서 이런저런 내부 문제가 터지는게 정말 안타까웠다. 맨 처음 대구를 맡고부터 직원들에게 강조했던 것이 있다. 대구FC는 일반 회사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축구팀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회사다. 일반 사업하는 회사가 아니다. 모든 것에서 축구가 먼저다. 우리 직업은 축구가 잘되게 하는 것이라고 많이 강조했다. 덕분에 직원들이 자신의 직업 의식에 대해서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됐던 것 같다. 그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 2014년 시즌 후반에 팀을 맡은 뒤 2015년에는 3위로 아깝게 1부 승격에 실패했고, 2016년 마침내 승격의 기쁨을 맛봤다. 당시 인터뷰에서 “환갑이 넘어서 축구를 다시 알게 됐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때 상황을 다시 돌아본다면.

2015년 시즌에 승격을 목전에 두고 좌절을 맛보면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두번 다시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준비에 만전을 기울였다. 승격을 확정짓던 순간에 대구 시민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주신 것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래서 눈물도 나왔다. 축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다.

 

- 이후 대구는 단 한번도 강등하지 않는 붙박이 1부 팀이 됐다. 수원 삼성같은 명문 구단도 강등당하는 시대에 대구가 안정감 있는 1부 팀으로 유지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지난해 수원 삼성이 강등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정말 아팠다. 그 팀의 창단 멤버(코치)로 참여해 땀 흘렸을 때를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승부의 세계가 냉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대구가 강등없이 1부에서 경쟁력있는 팀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은 단연 팬들의 응원과 지지 덕분이다. 팬들의 함성이 그라운드 안으로 울려퍼지는 것이 선수들을 한 발짝 더 뛰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경기장을 가득 채워준 팬들에게 좋은 경기와 성적이라는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지난 시즌에는 홈경기 만원 뿐만 아니라, 천명이 넘는 팬들이 원정경기에도 찾아 주셨다. 늘 고맙게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경쟁력있는 선수단 구성을 꼽을 수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선수단이 탄탄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우리 코칭 스태프는 선수를 뽑을 때 나와 의논한다. 특히 외국인 선수를 선발할 때는 100% 나하고 이야기를 한다. 

세징야나 에드가를 뽑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체크를 하고, 코칭 스태프도 확인을 한다. 서로 이렇게 크로스 체크를 하니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 실수가 거의 없다. 국내 주요 선수들을 선발할 때도 서로 상의해서 진행한다. 선수들를 알차게 구성하니까 거기서 경쟁력이 나오는거다. 우리가 돈많은 기업구단보다 예산을 펑펑 쓸 수는 없지만 선수를 보는 안목에서는 누구보다도 능력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은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이다. 



대구FC의 선전에 크게 기여한 외국인선수 세징야(왼쪽)는 조광래 대표(오른쪽)와 코칭스태프의 '합작품'이다.
 

- 지도자 시절부터 이청용, 기성용 같은 어린 유망주는 물론이고, 특히 외국 선수를 뽑는 노하우가 아주 탁월했는데.

대구FC는 비싼 외국인 선수를 뽑을 자금이 없다. 그래서 가능성 있는 선수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세징야는 지금은 많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입단했을 때는 연봉이 높지 않았다. 매 시즌 성과를 내니까 거기에 합당하게 인상이 되어서 지금의 높은 연봉이 된 것이다. 애초부터 비싼 선수를 뽑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또 외국인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불편한지 아는가. 그래서 구단 직원들에게 먼저 외국인 선수의 가족들을 잘 지원하라고 지시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하지 않나. 가족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생활해야 선수들의 경기력이 나온다. 선수가 불편하면 제대로 실력 발휘가 안된다. 

이런 지원이 선수들에게 잘 통했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서 전체 선수단 분위기가 좋아질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내가 감독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 점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더구나 브라질 선수들은 관리를 잘 안해주면 실패 확률이 높다. 트러블도 많이 생긴다. 그런 점에는 노하우가 많고, 자신있다. 실패한 외국인 선수가 적어서 자연스럽게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예산이 많지는 않지만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 어떤 점을 유심히 살피나.

조금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무엇을 잘하는지보다 단점 위주로 먼저 관찰한다. 단점이 없으면 이미 유럽 최고 리그에서 뛰고 있겠지(웃음). 단점을 보면서 이게 고칠 수 있는건지 아닌지를 살핀다. 공격형 미드필더 세징야는 처음에 하이라이트만 봤는데, 잘 알 수 없어서 풀 타임 영상을 찾아보고 난뒤에 확신이 들어 계약했다. 공격수 에드가는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에서 뛸 때 전북 현대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붙는 것을 보고 한눈에 알아봤다. 부리람이 내보내려 해서 우리가 데려왔다. 

 

- ‘대팍’이야 말로 ‘사장 조광래’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대팍을 칭찬해 주신다. 나도 정말 보람을 느낀다. 당연히 나 혼자 이룬 성과가 아니다. 대구시와 시의회의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가능했다. 나는 대팍이 우리 대구 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자부심을 갖는다. 대팍에 원정 응원을 오는 각팀 팬들이 대팍을 부러워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왜 이런 경기장, 이런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느냐’고 아쉬워한다고 한다. 

건설비 문제로 초반 설계에는 지붕이 없었는데, 경남 감독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지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 예산이 추가로 확보됐다. 또 경기장 건립이 확정되고 나서는 지역에서는 이왕 지을 것 크게 짓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나서서 반대했다. 지금 우리 구단 입장에서 보면 1만2천석 정도가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증축을 할수 있도록 설계는 하되, 처음에는 1만2천석 정도 규모로 만들고 그것을 꽉 채우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큰 경기장에 자리가 텅텅 비워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시도민구단은 자기들에 맞는 규모의 구장을 갖고 거기에 맞춰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석이 되면 분위기가 좋아지고, 선수들의 경기력을 올리는데도 도움이 된다. 내가 워낙 강력하게 주장하니 크게 짓자고 하던 분들도 “축구 박사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그렇게 합시다”라면서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정말 지금도 고마운 마음이다. 

 

- 하지만 대팍이 워낙 만원 행진을 이어가자 이제는 규모가 너무 작은 것아니냐, 증측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설계 단계부터 나중에 3천석 정도는 증설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대팍이 매 경기마다 만원 사례이고, 경기장에서 직관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부터 당초 계획했던 증축을 위해서 단계적으로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팬들이 워낙 성원을 많이 해주셔셔 나도 놀랐고, 구단도 놀랐다. 현재 만원 관중은 선수단 분위기에 큰 도움이 된다.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주는 효과가 크다. 증축이 되어도 그런 효과가 이어지도록 해야만 한다. 그냥 크기만 늘리는게 아니라 모든 것들이 같이 가야만 한다.

지난 시즌에 열한번이나 매진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평균 관중 1만명 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더 많은 경기를 매진시키려면 좋은 축구를 보여줘야 한다. 한국 축구의 이미지를 시민구단인 대구FC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대팍'으로 불리는 대구FC의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는 만원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 K리그에서 우승이 가능한 팀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여러 번 밝혔는데, 이게 실제로 가능하다고 믿고 하는 말이었나.

나는 도전해 볼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때만 목표로 설정한다. 가능성이 희박한데 얼렁뚱땅 목표를 정하고, 말로만 내세우는 것은 싫다. 

지난 3,4년 동안의 시즌을 복기하면 물론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을 인정한다.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분위기나, 운영면에서 잘못한 점과 부족한 점들도 많이 드러났다. 하지만 약점을 보완하고 끌어올리면 국내 어느 팀과도 대등하게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팀과도 당당하게 맞붙을 수 있다면 정상도 노려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내가 지금도 겨울 전지훈련을 따라다니면서 조언을 해주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사실 대구에 왔던 초창기에는 훈련 계획서도 직접 만들어주고 그랬다. 내 경험을 선수단에 전수해 주면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 지금은 그런 세세한 것은 하지 않는다. 최원권 감독도 이제 원숙하게 잘하고 있다. 남해 전훈지에 가보니 잘 진행되고 있더라. 

다만 지난 시즌에 짜임새있게 경기를 하다가도 막판에 무너지고 그런 경향이 있었다. 이런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올해 분위기는 아주 좋다. 준비 상황을 보니 지난 시즌보다 좋은 성과가 나올 듯하다. 

 

- 그럼 올해 시즌 목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잠시 대답이 없다가) 감독이 있는데 내가 그런 것을 말해도 되나?

 

- 감독은 감독이고, 구단 대표로서의 목표가 있을 것 아닌가.

(그래도 잠시 대답이 없다가) 3위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년에 6위였는데 순위가 더 올라가야 한다. 상위권에서 자리를 잡아야 내년 이후에는 우승을 노려보는 타이밍을 만들 수 있다. 

 

- 대구에 와서 하고 싶었던 것 가운데 이뤄낸 것은 무엇인가.

취임하고 나서 대구에 축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잘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구단이 장기적으로 선순환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숙원사업이었던 축구전용구장과 클럽하우스가 준공되면서 좋은 성적과 흥행이 동반되고 있는 것이 정말 기쁘다. 

유망주들을 잘 영입해 육성하는 팀 컬러도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 앞으로도 대구가 계속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는다. 대구 출신의 스타를 계속 만들고 싶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구 시민들의 사랑을 이끌어내고 축구 인기를 더욱 높이려고 한다.



2018년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는 조광래 대구FC 대표의 모습.
 

- ‘축구 기술자’와 ‘축구 경영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도 가능한데.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두 가지를 다 잘 하고 싶었고, 그러고 있다고 자평한다. 우리 구단 직원들 전체가 최고의 구단을 만들자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기술자 관점으로 보자면 지금 대구FC 감독, 코치진들이 내가 감독 시절 다 데리고 있던 제자들이다. 서로를 굉장히 잘 알고 있다. 그런게 힘이 된다.  

 

- 원래 진주 출신인데 외지인으로 대구에 와서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대구 사회에는 완전히 동화된 것인가. 혹시 마찰이나 어려움은 없었나.

대구 시민들에게 너무나 고맙다. 지원을 해주시는 홍준표 시장님을 비롯해 역대 시장님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내가 대구에 온 이후 시, 시의회와 갈등이 생긴 적이 한번도 없다. 한웅수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도 만날 때마다 대구 구단이 지역 사회와 좋은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칭찬을 해주더라. 외지인인 나에게 축구라는 매개체 하나만으로도 많은 지지와 지원을 해주셔서 더 나은 대구 축구를 만들 수 있었다. 

 

- 사실 많은 시도민구단이 구단주가 교체될 때 시나 시의회와 마찰을 내는 경우가 많다. 시도민구단의 고질적인 문제가 된지 오래다. 반면 대구는 기업구단 못지않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시나 시의회에 들어가 인사도 하고 구단 일을 의논도 한다. 그런데 시의원들이 대부분 나와 비슷한 세대가 많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옛날 선수 시절 이야기부터 나누면서 편하게 대해준다. 서로 공감대가 많다보니 구단 지원에 대해서도 좋게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최대한 친철하게 그분들을 대하고 설득한다. 누구나 잘아는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 출신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일반인 CEO와는 조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선수 시절 조광래의 모습.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참가 직전.
 

- 선수 출신도 성공한 CEO가 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그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먼저 길을 열어줬고, 이후 선수 출신 선후배 CEO들도 많이 등장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도 있다. 선수 출신이 구단 경영을 맡게 되면 좀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선수 때나 지도자 때처럼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자기 성격대로 하고, 마음에 안들면 삐딱하게 하고, 그러면 곤란하다. 축구했던 사람들도 인간관계를 유연하게 하고, 네트워크를 잘 만든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또 서둘러서는 안된다. 자기 방식대로만 고집하면 성적이 안좋을 때 바로 꺾어질 수 있다. 그러면 주위에서 확 돌아설 수 있다. 주변에 우군을 만들어 놓는 것도 중요하다. 선수 출신도 CEO를 잘 할 수 있다는 분위기 정도는 내가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이제 후배들 가운데 더 훌륭한 업적을 내는 사례가 나왔으면 좋겠다.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 조금 다른 주제이지만 대표팀 사령탑을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얼마전 끝난 카타르 아시안컵 경기를 본 소감은?

(손사래를 치며) 대표팀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말라. 어떤 질문이든 무조건 노코멘트다(웃음).

 

- ‘축구인 조광래’의 마지막 꿈이 있다면.

오늘 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시민구단도 K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 이 꿈만 이루고 은퇴하고 싶다. 

 

글= 위원석(대한축구협회 이사,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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