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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전중-공릉중' '공부하는 축구부'의 가능성 열다

2008-08-21 00:00:00 8,296

공부하는 축구부를 모토로 창단된 수원 율전중 ⓒ스포탈코리아



'공부하는 축구선수 육성'은 최근 축구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KFA)는 이 주제를 실천하기 위해 많은 관심을 쏟아붓고 연구하고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단순한 축구기계가 아닌' 인성을 갖춘 축구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이런 노력들은 몇몇 학원 축구팀들에 의해 서서히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성적을 내야하는 학원축구계에서 공부하는 축구선수 육성은 쉽지 않다. 시기상조다'라는 의견도 없지 않지만' 최근 공부하는 축구부를 모토로 하는 학교들은 좋은 성적을 올리며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최근 끝난 탐라기 전국 중학교축구대회에서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졌다. 한라그룹 우승과 함께 왕중왕전 준우승을 차지한 수원 율전중' 영주그룹 우승을 차지한 서울 공릉중은 '공부하는 축구부'로 유명한 학교들이다.

공릉중은 평소 김경수 감독이 선수들도 철저하게 수업에 동참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 선수들은 6교시까지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은 뒤 오후 3시 30분부터 두 시간 가량만 집중적으로 훈련한다. 다른 학교보다 훈련량은 적지만 선수들의 열의와 집중 훈련에 따른 효과가 좋다는 것이 김경수 감독의 설명.

율전중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음은 KFA 리포트 8월호에 '화제의 팀'으로 소개된 율전중에 대한 기사이다. 어찌보면 작은 흐름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성과는 학원축구계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공부하는 축구부'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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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팀] 수원 율전중' 더 큰 가능성을 꿈꾸게 하는 축구부

절실한 필요성에서 시작된 변화

“아이들은 꿈을 가지고 성장해야 할 축구선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꿈을 가지고 성장해야 할 한 사람의 인격체이기도 합니다.” 수원 율전중학교 최동식 감독의 말이다. ‘공부하는 축구부’를 목표로 지난 2000년 팀을 창단한 이래 최동식 감독은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이들 스스로 태도를 바꾸도록 지원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지만 선생님들의 관심과 도움도 필요했다. 운동부 아이들은 학업태도가 나빠 수업에 방해만 될 뿐이라는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야 했다. 율전중에서는 그렇게 조금씩 변화가 시작됐다. 변화의 이유는 단 하나. 설령 이 아이들 중 누군가가 축구를 그만두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자신의 가능성을 찾지 못해 ‘실패’하거나 ‘낙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동식 감독은 현실적인 가능성을 냉정하게 지적하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지 균형이 중요하잖아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고' 엄청나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단지 지금까지의 유소년 축구에서는 그런 인식이나 노력이 부족했죠. 어린 나이에 축구를 시작해서 축구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때는 이미 늦습니다. 프로에서 성공하거나 축구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아이들은 많지 않으니까요.”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키워냈던 첫 번째 제자들이 막 사회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전북의 이현승처럼 프로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평범하게 대학 졸업반이 된 제자들도 있다.

“체육학과로 진로를 택한 아이 중에 대학 4년을 공부만 계속해서 4.0 이상의 학점을 받은 친구가 있어요. 수석으로 졸업을 하는데' 요즘에는 제가 그 녀석한테 이것저것 도움을 더 많이 받죠. 시간이 나면 축구부 후배들 과외까지 해 준다니까요.”

최동식 감독은 축구를 계속하는 것이 결국 한 사람의 가능성을 제약하는 결과를 낳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사실 어린 나이에 축구를 시작해 계속해서 선수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분야의 지인이 거의 없고' 오로지 축구를 함께 했던 주변인들이 만나는 사람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세상에는 알아야 할 것도' 만나야 할 사람도' 경험해야 할 분야도 너무나 다양한데 정작 축구를 그만두게 되면 축구 안에 갇혀버리는 현실에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것.




율전중을 이끌고 있는 최동식 감독 ⓒ스포탈코리아



작은 것부터 바꿔 나가기

물론 처음부터 ‘순풍에 돛 단 듯’ 인식의 변화가 순조로웠던 것 만은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전국대회 성적에 대한 압박감도 있었고' 일부 학부모들의 경우에는 ‘조금 더 운동에만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경우도 있었다. 학원스포츠가 바로 입시로 연결되고' 전국대회 성적이 모든 평가기준이 되는 상황에서 학업과 축구 두 마리 토끼를 좇는 일은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 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율전중 아이들은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 이상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가지고 있다. 일례로 축구부 최동식 감독은 아이들이 매 수업마다 ‘학업태도표’라는 것을 가지고 들어가게 했는데' 작은 노력이지만 이런 세세한 시도들이 쌓여져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매 과목마다 선생님들께 수업태도를 평가하는 도장을 받게 했더니 아이들의 참여도가 훨씬 높아진 것.

운동부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뒤에 앉아 잠만 자는 것이 태반이었던 선례는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학업태도에 대한 평가가 나쁜 경우 축구부 생활을 계속하는 데도 제약을 두었다. 지금은 수업시간에 조금 나쁜 평가를 받게 되면 아이들이 먼저 교무실로 각 과목 선생님을 찾아갈 정도로 적극적이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고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율전중 축구부 아이들의 얼굴이 유난히 밝은 건 그런 이유에서다.

“매년 연계를 맺고 있는 나고야의 일본 고등학교에 한' 두 명의 아이들이 유학을 갑니다. 축구실력도 실력이지만 학업성적도 중요해요. 일본 같은 경우 한국보다 더 체계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관리하니까요. 어린 나이에 어학을 공부할 수도 있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죠. 올해 입학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녀석 역시 반에서 성적이 중위권 이상입니다.”

최동식 감독의 말이다.
이제는 이런' 저런 소문을 듣고 율전중학교 축구부에서 아이를 뛰게 하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문의도 잦아졌다. 축구선수로 아이를 키우는 일이 완전히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시대는 지났고' 부모들의 인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더 즐거운 축구' 더 큰 꿈

물론 일선 현장에서만 변화를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동식 감독 또한 학원축구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네거티브 위주의 규제나 제약보다는 학원축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정책적 변화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장점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방법이 아닐까요. 유소년 축구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많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유소년 축구 혼자만 변화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전히 전국대회가 대부분 학교들의 목표인 상황에서 그 이상의 동기부여를 할 수 없다면 상황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또 지역리그의 활성화나 학교 내 축구부 예산지원 문제 등 당장 조치가 절실한 부분들에는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그라운드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최동식 감독은 아이들이 졌을 때는 웃어주고' 이겼을 때 더 냉정하게 꾸짖는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가 전부였던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이왕에 하는 축구라면 ‘더 즐겁게' 더 가깝게’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 최동식 감독의 목표다.

“물론 이겨야죠.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은 축구선수로서는 꼭 갖춰야 할 자질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가르쳐 주고 싶어요.”

그리고 율전중 아이들은 그 속에서 축구와 함께 꿈을 키운다. 이 아이들이 그라운드를 한 번씩 밟을 때마다 자라서 ‘더 건강한 사회인’이 될 가능성 또한 매일' 매일 한 뼘씩 커지고 있다.


글=이은혜

* 대한축구협회 기술정책 보고서인 'KFA 리포트' 2008년 8월호 '화제의 팀' 코너에 실린 인터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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