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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먹고 크는 소녀, 여자대표팀 배예빈

2023-03-06 08:39:03 913


 

17세에 U-20 여자월드컵 주전으로 뛰었다. 3개월 뒤 여자대표팀에 발탁됐다. 그의 눈은 이제 여자월드컵으로 향한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데 걸린 기간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배예빈은 꿈을 먹고 자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공을 찼다. 남자 아이들과 어울려 공을 모는데, 힘들지 않았다. 하나 둘 제치다 보니 신이 났다. 드리블의 즐거움을 처음 알게 된 날이었다. 남자 아이들의 실력이 형편 없었던 거라고? 배예빈의 답은 단호하다. “제가 잘했죠!”

 

배예빈을 눈여겨본 상도초 감독이 그를 축구팀으로 스카우트했다. 이후 항도중과 포항여전고를 거치는 동안 배예빈은 줄곧 축구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공격 센스가 좋고 양발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미드필더다. 승부욕도 강하다. 초중고 무대를 누비는 동안 우승컵을 들지 않은 기억이 없다. 

 

배예빈의 성장 곡선을 그래프로 그린다면, 2022년은 직선에 가까울 정도로 수직 상승한 해다. 8월 코스타리카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에 참가했다. 17세에 U-20 대표팀에 월반 합류한 셈인데,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해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 활약했다. 캐나다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양발이 빛났다. 정확한 킥으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한 데 이어 문하연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한국의 도전은 조별리그에서 멈췄지만 차세대 유망 자원을 확인한 것으로 위안을 얻은 무대였다. 3개월 뒤, 배예빈은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 첫 발탁됐다. “가능성을 점검해보겠다”던 벨 감독은 올 1월 A대표팀에 그를 다시 호출했다. 배예빈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가도 좋다는 신호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아놀드 클라크컵을 넘어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릴 여자월드컵까지, 신나는 도전 앞에 선 배예빈을 만났다. (주-배예빈과의 인터뷰는 2월 초에 진행됐으며, 여자대표팀은 아놀드 클라크컵을 3패로 마감했다.)



지난해 코스타리카 U-20 여자월드컵 캐나다전에 나섰던 배예빈
 

지난해 11월 A대표팀 첫 발탁 후 연속으로 선발됐어요.

제가 꿈꿔왔던 높은 곳으로 올라온 기분이에요. 언니들과 함께 운동하니까 배우는 것도 많고 느끼는 점도 많아요. (콜린 벨)감독님은 고강도 운동을 좋아하세요. 지속적으로 많이 뛰고 계속 도전하라고 하시죠.

 

지난겨울 동안 마음이 바빠졌겠어요.

A대표팀에 뽑히면서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어요. 여기서 멈추지 말고 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11월 당시 부상으로 빠졌던 지소연과 이번에 처음 만났겠어요.

존경했던 선수가 앞에 있으니까 설레요. 더 오랜 시간 같이 보내면 좋겠어요. 나중에 같이 월드컵 가는 멤버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제가 보는 소연언니는 장난도 많고 운동장에서 항상 밝아요. 그러면서도 리더십이 있어요. 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에이스잖아요. 소연언니가 그냥 하는 움직임에도 포스가 느껴져요. 말이나 행동에서 믿음이 생기는 거죠. 

 

2월에 아놀드 클라크컵에 참가해요(2/17~2/23). 잉글랜드, 이탈리아, 벨기에를 상대하는데요?

잉글랜드전 대비하는 전술 훈련을 많이 했어요. 강팀들과 함께하는 대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많이 고민하고 의논해요. 마음가짐도 새롭게 다지고요. 이기거나 지는 것보다 강팀들을 상대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돼요. 제가 나중에 잉글랜드에서 뛰는 선수가 되고 싶은데, 이번에 가면 그 무대를 간접적으로 느끼는 거니까 더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요. 


A대표팀에서 유일한 10대 선수예요. 팀에서 막내죠.

제가 체력이 좀 부족해요. 체력훈련 할 때나 체력 테스트 할 때 언니들이 ‘예빈이 할 수 있겠어?’라고 놀려요. 그래도 언니들이 잘 챙겨주세요. 자신있게 하라는 말도 많이 듣고요. 훈련이나 경기할 때 언니들이 많이 도와줘요. 


17세에 U-20 대표팀에 합류해 U-20 여자월드컵(2022)을 경험했어요.

국제 대회는 처음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언니들의 대회라고 할 수 있는데, 팀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언니들을 돕는 게 제 목표였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자신있게 했던 게 통한 것 같아요. 

 

‘통한다’고 느낀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요?

조별리그 캐나다전이에요. 아마 대회 관계자나 상대팀에는 우리팀이 약체라는 이미지가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거든요. 코칭스태프와 멤버들 모두 한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전술이랑 세트피스도 굉장히 잘 짜서 나갔고요. 저도 그런 대회에서 잘하고 싶어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개인운동도 부지런히 했고요. 저희가 준비한 게 다 맞아 떨어져서 경기력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어요(2-0 승). 우리가 약한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서 좋았어요.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느끼신 것 같아요. 더 기뻤어요.

 

U-20 대표팀에 월반했지만 그래도 또래에 가까웠어요. A대표팀에는 까마득한 선배들도 있죠. 

저에게는 큰 차이가 없어요. 똑같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언니들이니까요. 대표팀에서 저는 항상 언니들을 먼저 돕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배예빈은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당찬 막내다.  추효주(왼쪽), 최유리(오른쪽)와 함께.
 

이번 멤버에 우리나라에서 여자 월드컵(2003)을 처음 경험한 박은선 선수도 있어요.

엄청 대선배인데 스윗해요! 오늘도 저한테 먼저 말 걸어주고, 밥도 많이 먹으라고 하셨어요. 저도 잘 먹는데 더 잘 먹으라고요(웃음).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은?

양 발을 잘 쓸 수 있으니까 팀에 도움이 된다면 세트피스를 활용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언니들이 지쳤을 때 한 발 더 뛰면서 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고요. 

 

지도자들마다 예빈 선수의 ‘양발’을 칭찬해요.

처음에는 오른발만 썼어요. 중학교 때 경기 중에 왼발로 찰 상황이 나왔는데 못 찬 게 너무 아쉽고 불편했어요. 왼발도 제 무기로 만들고 싶어서 개인 운동으로 보완했어요. 편해질 때까지 계속 연습했던 거 같아요. 볼을 담는 카트가 있는데, 거기 두 망씩 담아 놓은 다음에 계속 왼발로 슈팅 연습했어요. 볼을 다 쓰면 다시 담아서 연습했어요. 3, 4개월 쯤 지나니까 조금 편해졌어요. 완전히 편해진 건 고등학교 1, 2학년 때쯤이었던 거 같아요. 

 

운동장 밖에서도 에너지가 넘치나요?

평소에는 장난기가 많아요. 잘 웃고 밝은 성격이라고들 해요. 집에서도요!

 

형제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배윤경이라고, 두 살 터울 여동생이 있어요. 윤경이도 축구를 해요. 포항여전고에서 뛰고 있어요. 제가 처음에는 남자 아이들과 어울려 공을 찼어요. 그런 저를 보고 상대초 감독님이 스카우트하셨는데, 그때 윤경이가 같이 축구를 시작했어요. ‘언니가 하면 나도 할래’가 된 거죠(웃음). 저는 공격과 미드필드를 왔다갔다 하고 윤경이는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어요. 쭉 같은 팀에서 뛰었기 때문에 함께 호흡을 맞춘 시간도 많아요.

 

선배로서 보는 동생은 어떤 선수인가요?

저는 볼을 소유하고 스루패스하는 걸 좋아하고, 윤경이는 볼 배급이 빠르고 반대로 전환하는 플레이가 괜찮은 거 같아요. 제가 봤을 때 윤경이 선택이 부족했다 싶으면 ‘이렇게 하는 게 나았을 거 같은데’라고 얘기도 해요. 제가 위덕대로 진학했는데 윤경이네 팀(포항여전고)과 연습경기를 자주 한단 말이에요. 경기를 보러 오시는 부모님께 윤경이가 ‘언니 맨투맨 맡기 싫다’고 한대요. 자기가 자꾸 당하니까(웃음). 

 

두 딸 모두 축구를 하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지는 않으셨나요?

부모님은 저희를 전적으로 믿어주세요. 저희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최고가 되고 싶으면 스스로 더 노력하는 성격이라는 걸 아셔서 저희가 알아서 하도록 지켜보시기만 해요. 


자매가 함께 대표팀에서 뛰는 꿈도 꾸겠어요.

꿈이니까 얼마든지 생각은 할 수 있겠죠. 상상해본 적은 있어요. 제가 윤경이에게 잔소리를 좀 하는 편인데, 윤경이가 축구에 좀 더 애정을 갖고 연습을 한다면 더 클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A대표팀에서 새로운 성장을 꿈꾸는 배예빈
 

2022월드컵 기간 동안 집 안 풍경이 좀 흥미로웠을 것 같아요. 

한국 경기는 다 가족과 함께 지켜봤죠. 포르투갈전에서 이기고 16강 진출했을 때는 정말 좋아했고요. 브라질전(16강)은 속상했지만 동기부여도 되었어요. 제가 꿈꾸는 월드컵 무대에서 저의 플레이를 자신있게 하는 선수가 되어야겠다고요. ‘저 선수는 열정적이고 대담하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뛰고 싶어요.

제가 초등학생일 때 어른들이 ‘2002월드컵이 뭉클했다’라고 하셔서 유튜브에서 찾아본 적이 있어요. 영상으로 보기만 해도 정말 뭉클하더라고요. 포르투갈(조별리그 3차전) 상대로 박지성 선수가 가슴 트래핑하고 골 넣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박지성 선수처럼 뛰고 싶어요. 성실하고 다부진 모습을 닮고 싶어요. 

 

축구 경기를 두루 챙겨보나요?

선수 플레이도 찾아 보고 팀 경기도 봐요. 요즘은 맨체스터시티랑 아스널 경기를 챙기죠. 맨시티는 빌드업도 좋은데 개개인의 색깔이 다르니까 그런 움직임들을 많이 찾아 보고요. 아스널은 지금 EPL 1위 팀이잖아요. 제일 잘하는 팀의 경기는 늘 기대감을 갖고 보게 돼요. 
 

선수 중에는 마요르카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 선수 플레이가 좋아요. 신장이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는데, 볼 소유나 탈압박 플레이가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어린 나이지만 대담한 플레이를 하잖아요. 요즘은 수비 능력도 좋아진 거 같아요. 정말 열심히 뛰어요. 저에게 영감을 주는 선수이기도해서 챙겨 보는 편이에요.  

 

A대표팀에서 예빈 선수에게 기대하는 것도 그런 점일 거예요. 천가람과 함께 차세대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죠.

가람언니와는 U-20 대표팀에서도 함께했어요. 지금은 숙소 룸메이트죠. (고교)1학년 때부터 가람언니를 봤는데, 언니는 늘 자신감이 넘쳐요. 제가 실수하면 괜찮다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요. 축구장 밖에서도 잘 맞아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는 관계여서 좋아요. 

 

주변의 기대에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아요. 언니들의 장점을 골고루 빨리 배우고 싶어요. 제 약점을 보완해서 더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체구가 좀 작다 보니까 파워가 약하다고 느껴요.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있고, 상대와 부딪치지 않고 스피드로 풀어갈 수 있는 플레이를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빠르게 볼을 배급하고 간결하게 주고받는 플레이 같은 거요.


벨 감독의 축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요?

도전적인 축구예요. 능동적인 플레이로 창의성을 보이는 축구를 보여주고 싶어 하세요. 선수로서도 재밌고 좋은 축구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축구를 하니까 힘들다고는 생각 안해요. 

 

벨호 합류 후 성장했다고 느낀 부분은?

패스 타이밍을 파악하고 패스를 연결해주는 속도에서 좋아진 거 같아요.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기록도 하나요?

운동이 끝나면 항상 일지를 써요. 잘 안됐던 점이나 더 잘하고 싶은 플레이에 대해서도 쓰고요, 앞으로 어떻게 할 지 계획도 써요. 훈련일지를 쓰지 않을 땐 일기를 써요. 제 성격이 하고 싶은 일은 해내야 직성이 풀려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고 싶은지 목표를 두고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노력하려고 해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싶어요. 

 

아놀드 클라크컵을 넘어 월드컵 본선까지 가는 것도 그 목표 중 하나겠죠.
물론이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매일매일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월드컵 본선에도 꼭 갈 수 있길 바라요. 멀리 보면 해외 무대에서 뛰는 선수가 되고 싶고요. 제가 닮고 싶어하는 이강인 선수처럼 번뜩이는 플레이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성실하게 오늘을 살고 준비해야 할 거 같아요.

 

축구 말고 다른 관심사가 있다면?

음……. 축구가 가장 좋아요! 축구를 할 때면 제가 항상 웃거든요. 제가 하려고 했던 플레이가 딱 맞아 떨어질 때, 골이나 어시스트로 공격 포인트가 나올 때 정말 기뻐요. 행복하다고 느껴요.


황인선 전 U-20 여자대표팀 감독
 

황인선 전 U-20 여자대표팀 감독 “(배예빈은) 황금세대 이어 차세대 책임질 선수”

예빈이는 어리지만 영리한 선수다. 맹목적으로 뛰지 않는다. 미리 보고 예측해서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체구가 작고 체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 체력이란 게 조금 구분되어야 하는데, 체력훈련 할 때와 실제 경기를 소화하는 경기 체력이 다르다. 스피드를 낼 때와 그러지 않을 때를 가려서 움직인다. 90분을 다 소화한다. 수비에서도 다부지게 움직인다. 상대와 경합에서 볼을 빼앗아 자기 볼로 만드는 상황이 많다. 체구는 작아도 헤더나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기 역할을 다하는 선수라서 믿음직스럽다. 

 

A대표팀에 장창 같은 좋은 미드필더가 있지만 양발을 다 쓰는 예빈이는 또 다른 선택지를 줄 수 있는 자원이다. 언니들이 뛰는 무대는 템포가 더 빨라서 힘들텐데, 그 템포만 잘 따라잡을 수 있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황금세대의 뒤를 이어 차세대를 책임지는 선수가 되어줄 거라 기대한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2월호 ‘INTERVIEW 2’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ONSIDE 2월호 보기(클릭)
 

글=배진경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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