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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탄고 출신’ 포천 김영준 “김범수처럼 기적 꿈꿔요”

2022-08-09 10:31:05 1,814


 

촉망받던 유망주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어린 나이에 온갖 굴곡을 겪었지만 그래도 삶의 전부인 축구를 놓을 수는 없었다. 김영준(22, 포천시민축구단)은 K3리그에서 다시 꿈을 꾼다. K7리그에서 K4리그를 거쳐 K리그1에 진출한 김범수(제주유나이티드)처럼 프로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목표다.

 

K3, 4리그는 간절함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 김영준도 그중 하나다. 서울 동명초등학교 시절부터 골 잘 넣는 공격수로 이름을 알렸던 김영준은 2013년 프로 유스 명문인 매탄중학교(수원삼성 U-15)에 입학해 유망주로서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학년 때부터 팀의 주축으로 뛰며 중등축구리그를 포함한 주요 대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김영준은 2016년 매탄고등학교(수원삼성 U-18)에 진학하며 프로 진출을 향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전세진, 신상휘 등 당시 청소년대표팀 멤버들과 함께 매탄고의 공격을 책임졌던 김영준은 2017년 현대고등학교(울산현대 U-18)와의 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우승을 이끄는 등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이대로만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프로 직행이 유력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18년 초 김영준은 동계훈련 도중 큰 부상을 입었다. 무릎인대 파열이었다. 파열 정도가 심해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한 유망주에게 브레이크가 걸린 순간이었다. 결국 3학년 때 매탄고를 나와 고양FCU18로 팀을 옮긴 김영준은 이후 상지대학교와 독립구단인 TNT FC를 거쳐 지난해부터 포천시민축구단에서 뛰고 있다.

 

2021년 K4리그 소속이었던 포천은 그해 우승을 차지하며 올해 K3리그로 승격했다. 김영준은 하부리그에서 프로까지 올라온 제주 유나이티드 김범수의 사례를 보며 기적을 꿈꾸고 있다. 포천의 상승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프로 진출의 기회가 자신에게도 올 것이라 생각한다. 김영준은 와의 인터뷰 내내 프로행을 향한 굳은 의지를 보였다.

 

올 시즌 포천이 중위권을 기록 중이에요(K3리그 21라운드 현재).

올해부터 K3리그로 승격했는데 초반에는 쉽지 않았어요. 무승이 생각보다 오래 갔었죠. 그러다 보니 저를 포함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하지만 지금은 10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는 등 다시 올라서는 중이죠. 원래 포천이 가진 저력을 지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다시 분위기를 타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죠.

 

팀은 중위권이지만 김영준 선수의 페이스는 굉장히 좋아요(K3리그 21라운드 현재 김영준은 19경기 10골로 개인득점순위 2위를 기록 중이다).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피지컬을 키운 것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피지컬을 키우면 확실히 경기에 나설 때 자신감이 붙죠. 상대 수비랑 부딪힐 때도 밀리지 않고 스피드에서도 떨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골도 많이 넣을 수 있었어요.

 

벌써 포천 2년 차 선수가 됐어요.

포천은 축구에 매진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요. 숙소 1층에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이 있어서 개인 운동을 언제든 할 수 있죠. 게다가 숙소 앞에 운동장이 4면이나 있고 차를 타고 10분만 이동하면 천연잔디 구장도 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라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포천에는 프로 출신 선수들도 많죠.

주장인 (김)태은이 형을 비롯해 프로를 경험한 선수들이 많아요. 다들 노련하다 보니 훈련 및 경기 수준도 높은 편이죠. 포천에 온 직후인 2021년 초반에는 거의 경기를 나서지 못했어요. 워낙 잘하는 형들이 많다 보니 당연한 결과였죠. 좋은 형들과 함께 하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어 좋아요.

 

아직 20대 초반이에요. 어린 선수로서 K3리그를 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하부리그지만 K3리그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어요. 직접 뛰어보니까 알 것 같아요. K4리그도 그렇지만 특히 K3리그는 모든 팀들이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어요. 매 경기가 한 골 싸움일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보니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죠.

 

K3, 4리그에는 간절함을 지닌 선수들이 많죠. 김영준 선수처럼요.

맞아요. 제가 좀 굴곡이 심한 편이에요. 매탄고 3학년 때 부상을 당하기 전에는 어떻게든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간절함은 분명 있지만 예전처럼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하죠.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다치지 않고 운동장에서도 최상의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매탄고 3학년 때 당했던 부상 이야기를 해볼까요?

2018년 동계훈련 때 무릎인대가 심하게 파열됐어요. 전치 5개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더는 뛸 수 없었던 상황이었죠. 고등학생은 3학년이 진짜로 중요한 시기예요. 프로나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3학년 때 어떤 성적을 기록하느냐가 관건이거든요. 당시 제가 당했던 부상이 워낙 커서 3학년을 온전히 보내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팀을 나오게 됐죠.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워낙 유망주였기에 부상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런 마음도 없지는 않았죠. 그래도 멘탈을 잡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어요. 재활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죠. 잘되지는 않았지만 일본 진출도 고려해 혼자 일본어 공부도 했고요. 경기를 뛰지 못하다 보니 그때서야 제가 가진 단점이 보이더라고요. 약한 피지컬이 단점이었는데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어요.
 


매탄고 시절 김영준
 

고양FCU18에서는 어떻게 뛰게 된 것인가요?

이용권 감독님과 원래부터 잘 알고 지냈어요. 제 소식을 듣고 저를 팀으로 불러주셨죠. 감독님에게서 많은 배려를 받았어요. 당시 저를 포함해 3학년 주축 선수가 두 명뿐이었죠. 처음에는 프로 진출을 위한 발판을 쌓자는 생각으로 가게 됐는데 고양 선수들이 훈련 못지않게 공부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고양에는 훈련을 하면서도 새벽 2시까지 공부하는 선수들이 많았죠. 다들 수능 1, 2등급을 받고 대학에 갔어요. 공부하는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저도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던 것 같아요.

 

상지대와 TNT FC 이야기를 해볼까요?

상지대에서는 약 10개월 정도 있었어요. 2019년 10월 용인대학교와 U리그 경기를 하다가 오른쪽 발등 중족골 피로골절 부상을 당해 팀을 나오게 됐죠. 중요한 순간마다 부상이 찾아와서 너무 힘들었어요. 부모님 앞에서 힘든 티를 진짜 많이 냈죠. 울기도 했고요.

 

아무튼 그렇게 팀을 나온 후 2020년 9월 독립구단인 TNT FC로 갔어요. 김태륭 단장님과 이전부터 인연이 있었는데 TNT FC가 선수들의 재기를 돕는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연락을 드렸죠.

 

TNT FC에서의 생활이 궁금하네요.

TNT FC는 오전 10시에 운동을 해요. 그래서 오후나 저녁을 개인적인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죠. 축구를 하면서도 개인 발전을 위한 시간을 쓸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래서 훈련이 끝난 후에는 오후에 영어 공부를 했죠. 아, 영어는 지금도 공부하고 있어요. 한때 IELTS 6.0까지 딴 적도 있죠(IELTS는 공인영어시험으로 9.0이 만점이다).

 

포천에 입단하게 된 계기는요?

2021년 1월에 김태륭 단장님에게 연락이 왔대요. 포천에 미드필더 한 자리가 남는다고 선수를 추천해달라는 연락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저는 K3리그 다른 팀에서 테스트를 보고 있었는데 김 단장님의 권유로 포천 쪽 테스트도 보게 됐죠.

 

사실 포천 구단 테스트를 보기 전까지 모든 테스트에서 다 탈락했어요. 코로나가 겹친 탓에 팀에 들어가는 것이 바늘구멍이었죠. 부모님이 처음으로 ‘네 잘못이 아니다. 축구를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니’라는 말도 하셨어요. 부모님 말씀처럼 진짜 축구를 포기하려고 했는데 포천 테스트에 합격을 했죠.

 

포천이 어떤 팀인지 혹시 알고 있었나요?

하부리그에 있지만 역사도 길고 근본 있는 팀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무엇보다 프로 출신 선수들이 많은 것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죠. 포천에 가게 되면 배울 것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경도 좋아 다시 시작하기엔 최적의 팀이었죠.

 

2021년 팀의 K4리그 우승과 영플레이어상을 동시에 잡았어요.

저도 팀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흐름이 좋았어요. 이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팀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사실 제가 영플레이어상까지 받을 줄은 몰랐어요. 너무 기뻤죠.
 


 

요즘 하부리그 출신 프로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본인도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요.

K7리그와 K4리그를 거쳐 프로에 온 김범수 선수, K3리그에서 프로에 올라온 박승욱 선수(포항스틸러스)를 보며 저도 많은 걸 느껴요. 이런 선수들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알고 보면 괜찮은 선수임에도 시스템이 놓쳐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두 선수처럼 하부리그에서 잘하면 언제든 프로에 올라올 수 있는 문화가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어린 선수들에게 K3, 4리그를 추천하나요?

옛날에는 K3, 4리그가 실패한 선수들이 가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지금은 완전히 달라요. 수준도 높고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리그가 됐죠. 그래서 프로에 가는 선수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 선수들이 K3, 4리그 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어요. 어릴수록 습득력이 빨라서 금방 배우거든요. K3, 4리그에서도 감독님, 코치님의 말을 잘 듣는다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단은 올 시즌을 만족스러운 결과로 마치고 싶어요. 15골까지 넣고 시즌을 마치는 것이 개인 목표입니다. 팀은 올해 첫 승격했으니 6위 안에만 들 수 있다면 그걸로 1차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한 시즌인 셈이죠.

 

매번 프로 진출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고 있어요. 훗날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거예요. 김범수, 박승욱 선수를 보며 저도 꿈을 꾸고 있어요. 그동안 저 때문에 고생하셨던 부모님에게 (프로 진출로) 보답하고 싶어요. 자식에게 모든 걸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꼭 성공해서 차를 바꿔드리고 싶어요(웃음).
 


 

PROFILE

생년월일: 2000년 5월 2일

신체조건: 184cm 79kg

포지션: FW

출신팀: 서울 동명초-수원 매탄중-매탄고-고양FC U18-상지대-TNT FC-포천시민축구단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8월호 'THE INTERVIEW 2'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온사이드 8월호 보러가기

 

글=안기희

사진=이연수,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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