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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와 같은 훈련으로 프로를 키워낸다’ 이영진 감독

2021-07-12 10:22:29 1,606


 

일화천마 시절의 영광을 함께 한 수비수 이영진이 오랜 코치 생활 끝에 드디어 감독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비록 무대는 고등부지만 그는 프로 선수들을 대하는 마음자세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프로에서 바로 통하는 선수를 키워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1972년생 이영진은 성남FC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그는 1994년 성남FC의 전신인 일화천마에 입단해 2004년까지 활약하며 K리그 5회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일화천마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1996 AFC 아시안컵에도 나선 바 있다. 축구팬들에게는 ‘알리 다에이에게 4골을 내주며 8강전에서 이란에 2-6으로 참패한 대회’로 기억되는 대회다.

 

이영진 감독과의 인터뷰에 앞서 필자는 당시 아시안컵에 출전한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여줬다. 오랜만에 보는 젊은 시절 모습에 멋쩍게 웃은 이 감독은 ”시간 참 빠르죠. 벌써 25년이 흘렀네요“라고 답했다.

 

시간 참 빠르다. 이 감독이 용인에 정착한 지도 25년이 지났다. 그 사이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코치 생활을 해오던 그는 지난해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용인에서 감독직을 맡게 됐다. 감독으로서 첫 출발, 현재까지는 나쁘지 않다. 이 감독을 용인시축구센터에서 만나 지도자로서의 여정과 철학, 각오를 들어봤다.

 

-지난해, 12년 만에 고향과도 같은 용인시축구센터로 돌아오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2016년 9월에 성남에서 나올 때만 해도 여기로 올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다. 휴식을 취하면서 독일에 다녀왔다. 첫 제자인 김진수가 호펜하임에 있던 시절이라 3주 정도 독일에서 지내면서 제자 얼굴도 보고, 축구 공부도 했다(김진수가 원삼중에 입학했던 2015년, 이영진은 원삼중 코치로 부임해 둘은 3년 동안 사제지간으로 지냈다).

 

그리고 2017년에는 P급 지도자 강습회 1차 교육을 받았다. 그때 프로 팀에서 지도자 제의가 있었는데 P급 자격증이 없으면 감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코치 밖에 안 되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 코치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감독 자리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감독직을 알아보다가 K3리그 양평FC에 가게 됐다. 프로 팀은 아니었지만 꿈을 위해 열심히 뛰는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값진 경험을 했다.
 


 

-2018년에 양평FC를 그만 둔 이후 용인시축구센터로 오기까지 1년이라는 공백이 있었다.

양평FC 감독을 맡을 때 ‘지도자로서 공백이 길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쫓기듯 간 것 같다. 그래서 2019년을 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1년의 시간을 보낸 뒤 용인시축구센터에 공개채용으로 들어오게 됐다. 나에게는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용인에서 25년 넘게 살았기 때문에 이곳의 웬만한 축구계 인사는 다 아는데 내가 가서 잘못하면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 아닌가. 두려웠지만 도전하고 싶었다.

 

-프로 지도자를 하다가 유소년 지도자로 내려오기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고등학교 팀이라 맡을 수 있었다. 그 이하 팀이었으면 아마 못 했을 것 같다. 고등학생은 그래도 성인 레벨과 비슷하게 훈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프로 팀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프로그램을 접목해 훈련시키고 있다. 용인시축구센터에 올 정도의 선수라면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선수들이라 받아들이는 것도 빠르다.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나 스스로도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잘 따라오나’하고 놀랐다.

 

-2020년 부임하자마자 청룡기 준우승, 금강대기 우승, 고등리그 왕중왕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운이 좋았다. 1월 1일에 정식 부임해서 원래대로라면 2월 7일에 첫 대회가 시작할 예정이었다. 선수 파악도 안 돼있고,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대회가 연기됐다. 다행이었다. 천천히 팀을 만들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첫 대회가 8월 청룡기였다. 준우승으로 분위기가 올라오면서 금강대기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왕중왕전은 1, 2학년만 데리고 참가했는데도 결승까지 가게 돼 난리가 났다(웃음).

 

-프로 선수들과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훈련했다고 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왔나?

처음에는 힘들어했다. 비시즌에는 서킷트레이닝과 피지컬 훈련을 시켰다. 짧은 시간에 고강도로 하는 체력훈련이었는데 못 따라왔다. 가령 프로가 서너 바퀴를 거뜬히 돈다면 아이들은 한 바퀴도 버거워했다. 자기들도 처음 접해본 운동이니까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달 정도 있으니까 프로 선수들의 기록을 따라오더라. 확실히 용인시축구센터에 오는 선수들은 재능과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열심히 키운다면 좋은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전술적으로도 프로에서 하던 것처럼 주문했나?

그렇다. 고등학교 레벨이면 이제 성인 무대에서도 통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내가 여기 와서는 윙어와 투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윙어는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안쪽으로 들어와서 플레이하게끔 유도했다. 그리고 내 축구에서는 투 볼란치가 가장 중요한데 이 선수들에게는 포지션을 지키는 플레이와 커버 플레이를 강조했다. 처음에는 볼란치 선수들이 볼을 주고 사이드로 가거나 전방 침투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반복 훈련을 통해 교정했다.

 

-지난해 준우승했던 청룡기에서 올해는 우승했다.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본다면?

출발하기 전부터 선수들과 “작년에 못한 거 올해는 하고 오자”고 했는데 상황은 좋지 않았다. 대회 일주일 전에 주장 유승현이 정강이뼈 골절을 당했다. 유승현을 포함해 주축 선수 4명이 부상 등으로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별리그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다. 창원기계공고와 첫 경기는 선제골을 허용한 뒤 역전승했다. 충남천안축구센터U-18과의 경기가 가장 어려웠는데 75분 동안 비기다가 마지막 5분에 두 골을 넣으며 간신히 이겼다. 그 다음부터는 의외로 잘 풀렸다. 결승전 상대인 장훈고와는 전반에 1-1로 비겼는데 후반전 들어가면서 우리가 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체력적으로도 우리가 우세했고, 선수들을 믿었다. 결국 결승골이 나왔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라.
 


 

-대회 최우수선수를 차지한 조재훈은 프로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내년부터 포항스틸러스 선수로 뛰게 될 예정이다. 또 장석환이 바이에른뮌헨의 월드 스쿼드 15인에 뽑혀 독일로 간다. 영상 테스트를 통해 합격했는데 2~3주 동안 뮌헨 유스 지도자들로부터 훈련을 받고, 뮌헨 U-19 팀과 경기도 펼친다. 내가 있는 동안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들을 많이 배출하고 싶다. 그래서 이곳에 와서 프로와 같은 훈련 시스템을 만들었다. 용인시축구센터 U-15 팀부터 일관된 프로그램을 배우며 자라게 할 계획이다.

 

-용인시축구센터 지도자로서 생활은 만족스럽나?

그동안 코치 생활을 오래 하면서 여러 감독님께 배운 노하우를 접목해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결국 작년과 올해 성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용인시축구센터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

 

한편으로는 프로와 또 달라서 재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이라 긴장되는 건 있다. 아무래도 용인시에서 운영하는 팀이라 말썽을 일으키면 시 이미지에 타격이 가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적인 면에서 정말 좋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경비를 줄이는 상황에서 웬만한 프로 산하 유스팀보다 여기가 훨씬 낫다. 시 지원금에 더해 이정수 장학금, 육성지원금 등을 통해 고등학생 선수들은 대다수가 장학생 혜택을 받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용인시는 나에게 제2의 고향이다. 용인시축구센터를 프로 산하 유스팀 버금가는 축구 사관학교로 만들겠다. 여기서 정말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 지도자 교육을 받을 때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신다. 또한 작년부터 마사지, 피지컬 관리, 심리교육, 영양섭취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다행히 내가 부임한 뒤 성적이 나서 용인시에서도 좋아하고 있다.

 

용인에 언젠가는 프로팀이 생길 것이다. 나도 P급 자격증을 따면 감독의 꿈을 꿀 수 있다. 우리 지역에 생긴 프로팀에서 감독을 맡게 된다면 정말 멋진 일 아닌가. 그때까지는 최대한 좋은 선수를 많이 만들어내고 싶다. 
 


 

PROFILE

생년월일 : 1972년 3월 27일

선수 시절 포지션 : 수비수

선수 경력 : 일화천마(1994~2004) - 상무(1997~1998) - 용인시민축구단(2007~2008)

지도자 경력 : 원삼중 코치(2005~2006) - 원삼중 감독(2007~2008) - 백암고 감독(2008) - 일화천마 코치(2009~2012) - FC서울 수석코치(2013) - 성남FC 코치(2014~2016) - 양

평FC 코치(2018) - 용인시축구센터U-18덕영(2020~)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7월호 'THE INTERVIEW 1'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ONSIDE 7월호 보기(클릭)
 

글=오명철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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