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TV아마추어

[화제의 팀] 남해해성중' 폐교 직전 학교에서 지역 명문팀으로 발돋음

2008-06-17 00:00:00 6,676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남해 해성중



한 사람이 꾸는 꿈은 세상을 바꾸기 어렵지만 모두 같은 꿈을 꿀 때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경남 남해 해성중학교 축구부가 그렇다.

폐교 직전의 위기에 있던 학교가 축구부를 창단해 아이들을 모으고' 이제는 그들과 함께 미래를 그리는 정도가 되었다. 농.어촌의 작은 학교들이 수없이 문을 닫는 과정에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결과였다.

해성중 축구부의 문영현 감독도 씨를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2006년 코치로 해성중과 인연을 맺은 그는 지난해부터 전임 김태영-김승기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말이 좋아 감독이지 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지원스태프가 없는 팀 사정상 선수단 관리 외에 온갖 궂은 일과 선수들 뒤치다꺼리에 바쁘다. 선수단 버스도 그가 직접 몰고 다닌다. 일반 체육교사도 겸하고 있어 학교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심리적' 육체적으로 고된 일과의 연속이다. 사명감이 없다면 쉽게 감당하지 못할 일이다.

“창단 초기의 팀이기 때문에 중학교 들어와서야 축구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축구를 처음 접하는 통로에 제가 있다는 의미지요. 때문에 아이들을 대하는 데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축구 선수인 동시에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훌륭한 인성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에 대한 일종의 사명감이 있습니다.”

선수들이 지레 겁을 먹고 일찍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도 문 감독의 몫이다. 무한대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신체적인 열등감을 가진 아이들도 더러 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는 키가 작아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엔가부터 쑥 크더니 제법 괜찮은 체격을 갖게 되었죠. 키가 크지 않더라도 힘이 붙는다면 실력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남해해성중을 이끌고 있는 문영현 감독



창단 초기 ‘동네북’처럼 나가는 대회마다 두들겨 맞기만 했던 해성중은 올해부터 조금씩 승리가 주는 달콤함을 맛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유소년 주말리그에서 저조한 성적이었지만 올해는 경남권역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4월에는 경상남도 초-중학생 체육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취재 당시 진행중이던 대구시장기에서도 7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상태였다. 특히 전국 규모로 치러진 대구시장기에서는 창단 후 처음으로 역전승을 거두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예전에는 대량 실점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뒤집기’도 할 줄 압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제주 서귀포중에 2-1의 역전승을 거뒀는데 팀 창단 이래 역전승 경기는 처음이었죠. 아이들이 근성과 승부욕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초기부터 아이들에게 강조했던 부분이 이제 하나둘 결과로 나타나는 듯 합니다.”

문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두 가지다.
개인별로는 꾸준한 훈련과 승부 근성을 가지라는 것이고 전체적으로는 조직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타팀과 비교해 개개인의 전력이 열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약팀이 강팀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은 조직력 외에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요즘 선수들은 축구를 직접 하기 이전에 이미 보고 접하는 정보가 많습니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를 보는 것도 예사인 현실이죠. 눈은 이미 높은 수준의 것을 경험한지라' 자기들도 그 흉내를 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설익은 상태에서 기교를 부리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운동 선수로서의 소양과 인성' 승부욕 등 기초적인 것을 체득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다음으로 즐겁게 축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팀의 지원을 받거나 전통이 오래된 팀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환경이지만' 선수들이 환경 때문에 위축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축구를 제대로 배우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즐기는 축구’를 강조하던 문 감독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찬찬히 이어지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지도자로서의 욕심으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팀의 존속을 위해서는 반드시 꾸준한 성적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군내에 2개의 초등학교 축구팀이 있는데 그 선수들이 아직은 외지로 나가려 하지 해성중으로 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지역 출신의 선수들을 잡기 위해서는 해성중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미래에 대한 확신을 보여줘야 합니다.”

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선수 수급과 운영에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지요. 축구협회에서 한 번씩 교육용 CD와 축구공 등을 보내주시는 게 저희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런 교육 자료 지원을 조금 더 활성화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소박한 바람을 담은 문 감독의 눈빛은 다시' 경기장을 뛰고 있는 작은 선수들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글=배진경

* 대한축구협회 기술보고서인 ‘KFA 리포트 6월호’ '화제의 팀' 코너에 실린 인터뷰 기사입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URL 카피

제주오현고' 순천고 꺾고 백운기 우승

광운전공고' 장훈고 꺾고 대통령금배 우승

목록
이전게시글 다음게시글

아마추어

포철고 백승원 “작년 U-17 대표팀 탈락, 변곡점이 됐다”

아마추어

‘백운기 우승’ 포철고 황지수 감독 “포항의 철학 입히는 중”

아마추어

[백운기] 포항제철고, 승부차기 끝에 서울오산고 꺾고 우승

아마추어

부경고SC 이주성 “기성용 같은 미드필더 꿈꾼다”

아마추어

수원공고 권민세 “득점보다 도움 많이 쌓는 윙어 되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