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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장수팀’ 꿈꾼다, 제주외도축구회

2021-04-12 10:18:05 1,372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팀의 창단과 해체, 선수의 데뷔와 은퇴가 수시로 반복되며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이런 빠른 변화에 모두가 익숙해져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제주외도축구회는 결이 조금 다르다. 창단한 지 60년이 훌쩍 넘은 이들의 목표는 원래의 자리를 잘 지키며 지역의 ‘100년 장수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68년 전통의 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외도동을 연고로 하는 제주외도축구회는 1953년에 창단돼 올해로 68년 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팀이다. 외도동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주민들 중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팀을 만든 것이 역사의 시작이었다.

 

당시 제주도는 6.25 전쟁(1950년 6월 25일 발발)이 끝난 후 전쟁의 상처를 씻고 마을 단위별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축구팀을 만들었다. 축구팀 규모가 점차 확대되면서 ‘전도 815 축구대회(현재까지 67회 진행)’라는 타이틀로 다른 마을의 축구팀과 대항전을 펼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생활체육이 활발해지면서 제주외도축구회도 전국 및 관내 여러 생활체육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냈다. 2019년에 열린 제13회 제주시체육회장기 축구대회에서는 30대부와 50대부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같은 해 열린 제10회 돌하르방컵 전국 초청 축구대회에서는 50대부 준우승을 기록했다. 디비전리그에도 참가해 2020년 K7리그에서 K6리그로 승격했다. 비록 K6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여러 대회에서 제주외도축구회는 만만치 않은 실력을 선보이며 지역의 강팀으로 인지도를 높여갔다.

 

서른 살에 제주외도축구회에 가입해 올해로 16년째를 맞이했고, 현재는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박시종 씨는 “팀 내 정회원(선수 등록을 한자) 수는 130여 명, 준회원(선수 등록을 하지않았지만 팀 소속인 자) 수는 50여 명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데, 엘리트 출신 선수는 2·30대에 20% 정도 있지만 4·50대에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엘리트 출신 선수가 적은 편이지만 축구에 대한 욕심은 프로 못지않다. 박시종 씨는 “‘축구를 잘해야 동네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외도동에 있어서 그런지 다른 동네에 비해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성적이 좋으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안 좋으면 화기애애하지 않지만, 사실은 이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축구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의 일부분이 된 제주외도축구회 

건설회사 임원으로 현재 제주외도축구회 50대부에서 뛰고 있는 강봉주 씨는 외도동이 고향이다.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제주외도축구회에서 축구를 즐겼고, 지금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지라 언제부터 제주외도축구회 소속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그의 인생은 곧 제주외도축구회의 역사이기도 했다.

 

강봉주 씨는 “평생 제주외도축구회에서 축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팀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 내 생활의 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말에 경기가 있으면 일주일이 즐겁지만 경기가 없으면 ‘정말로’ 우울한 한 주가 된다. 내 건강을 위해 뛰는 셈이니 매주 즐겁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제주외도축구회 회장(2년 단위로 연임 가능)이자 현재 50대부 경기이사를 맡고 있는 강봉주 씨는 제주외도축구회의 가장 큰 강점이 화합이라고 밝혔다. 강 씨는 “화합을 위해서는 모두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매번 뛰는 사람만 뛰지 않고 모두가 골고루 공을 차면서 함께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30대부에 속해 있는 허준혁 씨는 현재 외도초등학교 축구부 감독을 맡고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제주도가 집이고 직장이 외도동에 있는 그는 본업과 별도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게 됐고, 자연스럽게 제주외도축구회의 일원이 됐다. 올해로 3년째다.

 

허준혁 씨는 “전체 정회원 중 30대부는 2·30명 정도”라고 말했다. 많지 않은 숫자지만 분위기는 끈끈하다. 허 씨는 “다른 팀에 비해 선출(선수 출신)이 별로 없다. 축구를 좋아하는 동네 형님들과 함께 뛰고 있다. 대회에 나가게 되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보다는 조기축구회의 특성에 맞게 함께 땀 흘리고 식사하는데 더 집중하게 된다. 동네에 일이 있으면 서로 나서서 챙겨주기도 한다. 분위기는 매우 좋다”고 했다.

 

30대부는 디비전리그에도 참가한다. 비록 지난해 나섰던 K6리그에서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허준혁 씨는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라고 이야기했다. 허 씨는 “우리는 그저 디비전리그 참가에 의의를 둬서 나간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디비전리그는 생활체육과 달리 연령 제한이 없다. 우리는 주로 30대 초반이지만 상대는 20대 초반 선수들이 대거 나오더라. 솔직히 버거웠다. 디비전리그 참가를 계기로 몸관리를 잘해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체계적 시스템, 장수의 원동력

제주외도축구회의 또 다른 특징은 생활체육팀이지만 나름의 시스템을 가지고 운영한다는 것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각 연령대별 대표가 있으며 이들은 제주외도축구회 본회의 부회장을 맡는다. 생활체육팀이지만 작은 의사결정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고 반드시 본회에서 논의 후에 결정한다. 회원들이 즐겁게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만큼 회원들도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철학이다.

 

강봉주 씨는 “회원의 가입과 탈퇴, 시상과 상벌등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의사결정은 본회에서 이루어진다. 회비 등 자금 관리의 경우에만 본회에서 하지 않고 각 연령대별로 진행한다. 감사직도 따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시종 씨는 “오래된 축구팀이다보니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총회, 임원회의 등은 정기적으로 꾸준히 진행된다. 회원 관리도 대충하지 않는다. 활동하지 않는 회원들은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하며 모든 의사 결정에 회원들이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제주외도축구회도 고민은 있다. 거의 모든 지방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지만 젊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대거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봉주 씨는 “현재 팀 내에는 50대 선수가 제일 많다”고 설명했다. 강 씨가 20대였을 때는 20대부가 제일 활발히 운영됐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박시종 씨는 “2·30대 선수들이 디비전리그에 나서고 있지만 선수층이 워낙 얇은 탓에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허진혁 씨도 “30대부보다 4·50대부가 더 잘 갖춰져 있다. 제주외도축구회가 지역에서 유명해진 이유도 4·50대부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100년 이상 가는 ‘우리 동네 팀’이 되기를

그럼에도 제주외도축구회는 팀에 일부러 극적인 변화를 주지 않고, 자신들의 속도를 끝까지 유지할 생각이다. 무엇이든 빠르게 생기고 없어지는 ‘빨리빨리’의 시대에서 더욱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들의 목표는 60여 년을 넘어서 10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동네 장수팀’이 되는 것이다.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연령대가 즐겁게 축구를 하는 것만이 팀이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허진혁 씨는 “내가 초등학교 때 제주도에서 열린 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경기에 나섰던 2·30대 형들이 지금은 4·50대부에서 뛰고 있다. 신기하면서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대부 운동 시간 전에 항상 4·50대부 형님들이 먼저 운동하시는데 매번 반갑게 인사한다. 형님들이 항상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시고 끌어주시려 한다. 우승은 못해도 형님들이 챙겨줄 수 있는 것은 다 챙겨주셔서 좋다”고 했다.

 

강봉주 씨는 “내가 현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겨줄 때 딱 한 마디를 했다. ‘적어도 100년 이상 갈 수 있는 팀’을 만들자고. 지금도 역사와 전통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100년을 넘을 때까지 모두가 팀의 정체성을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배를 위한 선배의 책임감도 강조했다. 강봉주 씨는 “가슴에 외도라는 글자를 달고 뛰는 건 우리의 자부심이다. 선배님들이 이어왔던 자부심과 사명감을 우리 세대에서 끊기게 만들면 안된다. 그냥 공만 차는 것이 아닌 동네정화활동과 단합대회 등 마을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해서 제주외도축구회를 중심으로 모두가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최대한 오래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4월호 'LOCAL CLUB EPISOD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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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안기희

사진=제주외도축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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