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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FC기적, 유소년과 동호인이 모두 행복한 클럽

2021-03-16 07:40:52 2,775


 

생활축구의 가장 큰 매력은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축구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약간의 목표 의식을 얻는다면 흥미로움은 배가 된다. 2019년부터 K5리그 충북 권역에 참가 중인 제천시FC기적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있다. 제천 지역의 어린 축구 유망주들이 즐겁게 축구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생애 주기형 순환 클럽을 꿈꾼다

2006년 창단된 동호인팀 FC기적은 K7리그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승격 과정을 밟으며 2019년 K5리그에 입성했다. 축구를 했던 지역의 선후배가 모여 팀을 만든 게 계기가 됐으며 2012년에는 산하 유소년 클럽도 창단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동호인팀 선수 중 일부는 풋살팀인 제천FS에서도 뛰고 있다.

 

제천에서 나고 자란 축구 유망주들이 상위리그에서 뛰다가 언제든 다시 돌아와 부담 없이 뛸 수 있는 휴식처 같은 곳, 동시에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온 선수들이 어린 유망주들을 키워내는 선순환의 구조가 FC기적이 꿈꾸는 미래다.

 

팀 창단을 주도적으로 이끈 최병준 씨는 “축구를 했던 선후배가 모여서 팀을 만들었다. 팀이 자리 잡힌 후에는 유소년 클럽도 창단해 같이 운영 중이다. 지역에서 운동하고 은퇴한 선수들이 동호인 팀에서 뛰고 있고, 동시에 일부는 유소년 클럽팀 코치진으로도 활동 중이다. 일종의 생애 주기형 순환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문 선수 출신인 최 씨는 현재 FC기적 유소년팀의 코치를 병행하고 있다.

 

유소년 클럽 선수들이 성장해 K리그와 같은 상위리그에 진출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모두가 다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유소년 선수들에게 FC기적은 좋은 무대다. “제천의 축구 꿈나무들이 자신의 일을 하면서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토대를 닦고 싶다”는 것이 최 씨의 바람이다.

 

최 씨와 마찬가지로 전문 선수 출신이자 FC기적 유소년팀 코치를 맡고 있는 허준호 씨 역시 FC기적이 제천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자부심이 되기를 바랐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꿈이 되기 위해 지금의 동호인팀 구성원들이 더 노력하겠다는 뜻도 숨기지 않았다.

 

허 씨는 “FC기적 산하 유소년팀 선수들이 팀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싶다. 이 선수들에게 성공한 프로선수만이 답이 아니라는 걸 꼭 알려주고 싶다. 축구를 했어도 진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동호인팀이 앞장서서 팀을 알려야 한다. 아직 제천시민들에게도 팀의 인지도가 크지 않다. ‘FC기적이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분들에게 그래도 우리가 충북 지역에서만큼은 축구를 잘한다고 알려주고 싶다. 우리가 K5리그에서 더 잘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FC기적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바람을 조금씩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미 유소년팀 출신 선수 중 일부가 동호인팀에서 활동하며 지역 축구 유망주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2001년생인 안성모 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2013년 FC기적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성인이 된 현재도 FC기적 동호인팀과 풋살팀 제천FS에서 뛰고 있다.

 

한 때 프로선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안성모 씨는 FC기적에서 뛰는 지금이 만족스럽다. 안 씨는 “같이 뛰고 있는 형들을 ‘쌤들’이라고 부르는데, ‘쌤들’ 덕분에 축구의 즐거움을 느끼며 자랐다. 어린 시절 축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실력이 별로 없었지만 ‘쌤들’이 차근차근 잘 알려주신 덕분에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성모 씨의 인생에서 FC기적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FC기적 유소년팀에서 뛴 덕분에 학창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며 웃었다.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안 씨는 성인이 된 지금 자라나는 축구 유망주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안 씨는 “가끔 유소년팀 선수들과 같이 운동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옛날에 ‘쌤들’에게서 배웠던 걸 생각한다. ‘쌤들’이 나를 가르쳐줬던 것처럼 나도 유소년 선수들에게 내가 아는 지식과 기술을 나눠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어려움 속에 이뤄낸 성과

FC기적 동호인팀에는 약 25명의 선수들이 뛰고 있다. 과거에 전문 축구를 경험했던 선수들도 있지만 축구가 좋아서 팀에 합류한 일반인들도 있다. 허 씨는 “전문 선수 출신과 생활축구선수 출신들이 함께 어울려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느 생활축구팀들과 마찬가지로 FC기적도 각자의 생업 때문에 모일 시간이 많지 않다. 최 씨와 허 씨를 포함해 10여 명의 회원이 축구 코치로 일하고 있고, 나머지는 공장 근무, 사무직 등에 종사하고 있다.

 

각자의 직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음에도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최 씨는 “지역 선후배들이 모여 있다 보니 정말 끈끈하다. 정이 넘친다. 옆 동네 건너가면 얼굴을 볼 수 있고, 때로는 식사도 할 수 있다. 끈끈하고 정 넘치는 분위기가 우리 팀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는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와 폭우로 인해 더욱 힘겨웠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였지만 FC기적도 코로나19로 인해 훈련과 경기를 계획대로 하지 못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잠시 주춤했던 지난해 8월 초에는 회원들이 모여서 운동하던 제천시축구센터에 집중 폭우가 쏟아졌다. 인근 도로가 붕괴되고, 축구장 지반이 침하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래저래 악재가 가득했음에도 권역 2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것은 대단한 성과다. 최 씨와 허 씨는 입을 모아 K5리그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며 2년 연속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보였다.

 

허 씨는 “올해 K5리그에 참가한 지 3년차가 됐다. 이전과 다르게 리그의 열기와 경기 흐름, 수준이 모두 높아지고 있다. 분위기가 다르다”면서 “수준 높은 리그에서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이제는 1위를 바라보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도 “우리 팀에 제천시 대표 선수들이 많다. 이들이 대부분 도민체전에 출전한다”면서 “K5리그는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에 도민체전보다 수준이 높다. 올해로 K5리그 3년차인데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위해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젠가는 넘어서고픈 상대, 청주SMC엔지니어링

FC기적은 2019년 K5리그 충북 권역에서 3승 1무 1패를 기록, 2위를 차지했다(당시에는 FC한마음이라는 이름으로 리그에 참가). 이듬해인 2020년에도 충북 권역에서 7승 3패로 2위를기록했다.

 

공교롭게도 두 시즌 모두 청주SMC엔지니어링의 벽을 넘지 못했다. SMC엔지니어링은 생활축구 전통의 강팀으로 2019년과 2020년 모두 권역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챔피언십에서도 2년 연속 우승하며 막강한 전력을 뽐냈다. 자타공인 생활축구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SMC엔지니어링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FC기적은 K5리그 승격 직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에게 SMC엔지니어링은 언젠가는 한 번 이겨보고 싶은 선의의 경쟁 상대다.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언젠가는 FC기적의 바람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최 씨는 “지난해 SMC엔지니어링과 권역 리그에서 두 번 만났고, 첫 경기(2020년 5월 31일, FC기적 0-3 패)는 비교적 대등한 전력으로 맞붙었다고 생각한다. 골 찬스도 많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며 “언젠가는 SMC엔지니어링을 이기고 권역 우승을 노려보고 싶다.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허 씨도 “SMC엔지니어링과 맞붙을 때마다 선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 언젠가 한 번쯤은 SMC엔지니어링을 꼭 이겨보고 싶다. 우리도 언젠가는 권역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 K5리그에 SMC엔지니어링이라는 좋은 팀이 있기에 다른 팀들도 성장하고 동기부여를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3월호 'LOCAL CLUB EPISOD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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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안기희

사진=제천시FC기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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