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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리그 10년차 김혜리가 말하는 인천현대제철

2020-06-11 14:04:09 205


 

탄탄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김혜리는 자신의 선수생활이 악착같았다고 말한다. 우아하게 물위를 떠다니는 백조가 사실은 물밑에서 쉼 없는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처럼.

 

김혜리는 강팀에서 성장했다. 상원초에서 축구를 시작한 김혜리는 오주중, 동산정산고, 여주대를 거치며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연령별 대표팀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지소연(첼시FC위민)과 함께 2010 FIFA U-20 여자월드컵 3위라는 대기록을 세울 때는 한국의 주장을 맡아 활약했다. 서울시청을 통해 WK리그에 데뷔한 후에는 인천현대제철로 소속을 옮겨 곧장 주전 자리를 꿰찼다.

 

김혜리의 가슴 왼쪽, 인천현대제철의 방패 모양 엠블럼 위에는 별 7개가 줄줄이 박혀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WK리그 통합 7연패를 이룬 징표다. 김혜리는 2013년 서울시청 소속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참가해 인천현대제철의 첫 우승을 지켜봤으니, 어찌 보면 인천현대제철의 별 7개에 모두 관여했다고도 할 수 있다. 김혜리는 “별이 10개가 되면 왕별을 하나 달고 싶다”며 웃었다. WK리그 10년차, 인천현대제철 7년차의 자부심과 호기가 느껴진다.

 

일견 탄탄대로와도 같은 김혜리의 선수생활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왕별을 위한(?) 최소 3년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베테랑의 여유가 풍겨 나오는 김혜리는 자신의 선수생활이 후회나 미련 없이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악착같이 노력했던 순간들이 마지막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탄탄대로는 타인이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

 

-WK리그 개막이 6월 15일로 정해졌다. 오래 기다린 만큼 기대가 클 것 같다.

올림픽 예선을 치를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의 심각성이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대표팀 소집해제 이후부터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무척 안타깝다. 리그가 언제 시작할지 모를 때는 확실히 동기부여가 떨어지긴 했다. 개막에 맞춰 체계적인 준비를 할 수 없으니까. 이제는 일정이 나왔으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또 한 번 역사를 쓰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휴가 기간은 어떻게 보냈는가.

개인훈련을 하면서 보냈다. (지)소연, (장)슬기, (강)채림과 모여 그룹훈련을 하기도 했다. 축구를 하면서 이렇게 오랜 휴가 기간을 가진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여유 있게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그 부분에서는 좋은 시간이었다.

 

-일정이 짧아진 것이 WK리그 양상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나.

일주일에 두 번 경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선수층이 탄탄한 팀이 좀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인천현대제철은 팀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팀이다. 누가 경기에 나서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기회가 왔을 때 보여줘야만 또 다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경계되는 팀이 있나.

특정 팀을 꼽기 힘들다. 모든 팀들이 전력 보강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매년 그렇지만 다른 팀들은 우리를 한 번 이기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다. 우리는 기대에 부응해 어떻게 우리의 축구를 보여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7년 연속 우승은 결코 쉽게 얻은 성과가 아니다.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우승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헌신하는지 모른다. 정성천 감독님 부임(지난해 11월) 이후 제대로 리그를 시작하는 첫 해이기 때문에, 인천현대제철을 향한 관심이 전보다 클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축구를 보여줄지 기대해 달라.

 

-기존에 좋은 활약을 펼쳤던 외국인 공격수 비야(브라질)와 따이스(브라질)가 떠나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이 영입됐다. 엘리(스페인)와 네넴(브라질)은 어떤 선수인가.

비야와 따이스는 실력적인 면에서 완성된 선수들이었다. 엘리와 네넴은 지금도 좋은 기량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다. 성격적으로도 밝고 쾌활해서 한국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한국음식에도 관심이 많다. 얼마 전에 매운 떡볶이를 같이 먹었는데, 나보다도 잘 먹어서 깜짝 놀랐다(웃음). 선수단에 거리낌 없이 녹아드는 모습이 보기 좋다.

 


 

-비야와 따이스는 인천현대제철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선수들이다.

다른 팀에서 이제 좀 얕볼지도 모르겠다(웃음). “인천현대제철도 비야, 따이스 가면 끝”이라는 소리도 가끔 듣는다. 하지만 인천현대제철이 통합 7연패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몇몇 선수의 활약 덕분이 아니다. 비야나 따이스가 부상으로 긴 공백을 가졌을 때도 있었고, 그들 없이 챔피언결정전을 치른 적도 있었다. 물론 비야와 따이스는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고 많이 의지가 되는 선수들이지만, 그들이 없으면 없는 대로 다른 선수들이 공백을 메우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게 인천현대제철의 힘이다. 좋은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고, 그만큼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도 많다.
 

WK리그 전체를 놓고 보면 경기에 뛰는 선수들의 나이대가 아마도 우리가 제일 높을 것이다. 주전 선수들 중 30대가 비교적 많다. 기량 좋고 경험 많은 선배들이 모범을 보이면 후배들이 자극을 받고 따라가기 위해 더 노력하는 환경이다. 나도 어느덧 베테랑급 선수가 돼버렸는데, 나보다 나이 많은 언니들도 정말 성실히 운동을 한다. (김)정미 언니, (김)도연 언니를 보면 저렇게 성실하게 해왔기 때문에 오랫동안 인정받으며 선수생활을 할 수 있구나 느낀다. 이런 환경에서 후배는 어쩔 수 없다. 선배를 넘어서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벌써 WK리그 10년차 선수라는 것이 믿겨지는가.

10년... 서울시청에서 첫 데뷔 시즌을 치를 때만 해도 나이 서른 정도가 되면 축구가 질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때쯤 되면 축구를 원 없이 했다면서 은퇴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축구가 좋은 걸 보면 은퇴할 때가 아닌 것 같다(웃음). 축구가 더 이상 하기 싫어질 때 은퇴하고 싶다. 선배라서 혹은 돈이나 명예 때문에 자리를 지키고 싶지는 않다. 아직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축구에 대한 즐거움이 사라지면 선수생활을 그만둘 생각이다.

 

-인천현대제철에서는 7년차다. 강팀에서 오랫동안 함께 하는 기분은 어떤가.

서울시청 입단 3년차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그때 인천현대제철을 상대로 졌다. 그게 인천현대제철의 첫 우승이었다. 당시에는 준우승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지나보니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더라. 서울시청에서의 3년이 그런 기분이었다.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최고의 팀에서 뛰었기 때문에 패배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다. WK리그 데뷔 시즌에 많이 지고 많이 깨지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그래서 강팀으로 가고 싶었고, 인천현대제철과 함께 하게 됐다. 경쟁이 치열한 팀인 만큼 이곳에서 버텨내기 위해 아등바등 해온 것 같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악착같이 이겨내며 자리를 지켰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은퇴할 때가 되면 후회나 미련 없이 홀가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생했다고 칭찬해주면서.

 

-은퇴 후 진로는 정했나.

지도자가 되고 싶다. 그런데 어떤 스타일의 지도자가 될 것인지 계속해서 고민 중이다. 조금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좋은 점보다 부족한 점이 먼저 보이고, 그것을 정확히 이야기해 해결하고 싶어 한다. 이왕 할 거면 완벽하게 빈틈없이 하고 싶다.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은 후에 이런 면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됐다.

 

-WK리그 9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

2015년 챔피언결정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천대교를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극적인 우승이었다. 2018년 챔피언결정전도 그랬다. 1차전에서 경주한수원에 0-3으로 지고, 2차전에서 그걸 뒤집었다. 결국 승부차기로 승리했다. 뛰는 선수들이야 정말 힘들었지만 워낙 버라이어티한 경기 아니었나. 보는 사람들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올해 WK리그에서의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인천현대제철에 와서 매년 20경기 이상 뛰었다. 올해도 큰 부상 없이 마치고 싶다. 팀으로서나 개인으로서나 큰 탈 없이 리그를 마치는 것이 최고다. 이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훈련할 수 있는 장소도 생기지 않았나. (인천현대제철은 최근 WK리그 최초로 클럽하우스를 건설했다.) 인천현대제철은 WK리그를 선도하는 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올해도 우리만의 역사를 써나가고 싶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6월호 'THE INTERVIEW'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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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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