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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지도자 해외연수 동행기 2 - 일본의 8인제 축구는 무엇이 다른가

2020-03-03 09:40:47 2,625


 

2019년 초등리그에서 우수한 지도력을 뽐낸 유소년 지도자 29명이 일본으로 연수를 떠났다. 이들이 향한 곳은 JFA 제43회 전일본 U-12 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린 가고시마. 일본 유소년 축구를 가까이서 만난 지도자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ONSIDE가 함께 따라가 봤다. 두 번째 편에서는 일본 8인제 축구의 특징에 대해 다룬다.

 

29명의 유소년 지도자들은 2019년 12월 25일부터 29일까지 JFA 제43회 전일본 U-12 축구선수권대회를 참관했다. 조긍연 대회위원장을 비롯한 KFA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JFA 전일본 U-12 축구선수권대회(이하 JFA U-12 챔피언십)는 JFA(일본축구협회)가 직접 관장하는 유일한 유소년 전국대회로, 참가자와 주최자 모두 그 역사와 상징성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KFA 관계자 및 유소년 지도자들은 유서 깊은 대회의 운영 노하우를 참고하는 동시에 우리보다 앞서 시행된 일본의 8인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정착됐는지를 유심히 살폈다.

 

JFA가 유소년 축구에 8인제를 정식 도입한 것은 2011년부터다. 현재 JFA는 4월부터 10월까지 열리는 연간 리그와 유일한 유소년 전국대회인 JFA U-12 챔피언십을 8인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각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열리는 크고 작은 유소년 대회 역시 대부분 8인제로 진행된다. 간혹 11인제를 고수하는 지역 대회도 있지만, 대체로 JFA가 추구하는 방향을 따른다. 유소년 축구는 8인제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분위기다.

 

8인제, 어디서 어디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8인제 축구 역시 유럽 선진 축구의 영향을 받았다. JFA의 유소년 육성을 총괄하는 이케우치 유타카 씨는 “2003년에 유럽의 유소년 축구 전문가가 일본에 방문했다. 당시 그가 일본 유소년 축구를 보고 ‘아직도 11인제를 하느냐’고 이야기했다. 처음으로 8인제 도입을 생각하게 된 시기”라고 설명했다.

 

처음 8인제 도입을 시도할 때만 해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JFA는 2008년부터 시범적으로 8인제를 운영하며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케우치 씨는 “처음에는 반대도 많았다. 축구는 11인제라는 전통적인 인식 때문이었다. JFA 역시 초반 몇 년 동안은 과연 8인제가 정답일까 의문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유소년 축구는 8인제라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다. 그간 축적된 데이터와 연구 자료들을 통해 의문이 사라졌다. 지도자들을 포함해 모두가 납득할 만큼 선수들의 발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8인제 도입이 가져온 발전은 1인당 볼터치 횟수 증가, 패스 횟수 증가, 슈팅 횟수 증가 등 수치적인 것들도 있지만, 그를 바탕으로 한 선수들의 질적인 발전을 말한다. 이케우치 씨는 그것을 “매 순간 모든 선수가 경기에 관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선수 개개인의 기술과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 판단력이 향상되면서 궁극적으로 8명의 선수 전원이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끊임없이 경기에 관여하게 된다는 의미다.

 

유소년 축구의 최대 목적이 선수 육성이라는 것에 공감하는 나라들은 일찍이 8인제를 비롯한 스몰사이드 게임을 도입하고 있다. 물론 나라마다 세부적인 내용과 규칙은 차이가 있다. 또한 때때로 변화하고 발전한다. 가령 네덜란드는 지난 2017년까지 U-6/7은 4인제, U-8~11은 7인제, U-12부터는 11인제를 실시했다. 이후 개편을 거쳐 현재는 U-6은 2인제, U-7은 4인제, U-8~10은 6인제, U-11/12는 8인제, U-13부터는 11인제를 실시한다. 연령별 스몰사이드 게임이 더 세분화된 셈이다. 옆 나라 벨기에의 경우에는 U-6은 2인제, U-7은 3인제, U-8/9는 5인제, U-10~13 8인제(경기장 크기에 따라 두 단계로 나뉨), U-14부터는 11인제다. 두 나라 모두 U-12 단계에서 8인제를 실시한다는 점은 한국, 일본과 같다.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연령별로 세분화된 스몰사이드 게임 시스템을 고안한 것은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즐겁게 축구를 배우고 익힐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당장의 성취와 결과가 아닌 축구 자체에서 행복을 느껴야 선수로서의 성장도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이케우치 씨가 밝힌 일본의 축구 철학 ‘전 국민이 축구를 사랑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규칙 아닌 문화 차이 

JFA U-12 챔피언십을 관전하는 동안 한국 지도자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주제는 규칙, 특히 한국 8인제 축구에 있는 특별규정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 8인제 축구에는 선수들의 기술 발전을 위한 특별규정이 있는데, 한 가지는 바로 골키퍼가 페널티에어리어 내에서 동료 선수에게 손이나 발로 패스할 경우 공이 하프라인을 넘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골킥은 반드시 골키퍼가 해야 하며, 이때도 역시 공은 하프라인을 넘으면 안 된다. 만약 골키퍼가 처리한 공이 하프라인을 넘으면 넘어간 지점의 하프라인에서 상대팀에게 간접프리킥을 부여한다.

 

무분별한 롱볼 활용을 막고, 선수들의 기본기 향상과 공간 활용을 장려하기 위한 규정이지만, 지도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규정이기도 하다. 강우람 경기동탄블루윙즈 감독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를 규정으로 두는 것은 작위적이고, 다양한 전술 활용을 방해한다”고 밝혔다. 울산서부초 조정윤 감독은 “여자축구 초등부의 경우에는 더욱이 골키퍼의 킥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규정으로 인해 오히려 경기 진행이 원활해지지 않는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논쟁은 선수들의 빌드업 능력 향상이라는 대의를 규정으로 강제하느냐 지도자의 자율에 맡기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의 성적 중심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강제성도 필요하다는 의견과 자연스러운 변화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JFA U-12 챔피언십 현장에서 지켜본 골키퍼들은 대체로 롱킥과 숏패스를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는데, 단순히 선수의 기량 차이보다는 8인제 축구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선수의 판단을 존중하는 코칭 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코칭과 관련된 규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선수들이 경기 중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경기 중 특정시간에만 지도자의 지시가 허용된다. 지도자는 전후반 각 2분, 전반 13~15분과 후반 13~15분의 코칭타임에만 선수들에게 지시할 수 있다. 이 역시 일본에는 없는 규정이다. 이미 선수들의 판단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코칭타임은 플레이의 연결성을 해친다는 현장 지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작년 하반기부터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2심제, 일본은 1심제를 운영한다는 점도 큰 차이다. 한국 8인제 축구에서는 두 명의 주심이 경기장을 누빈다. 일본은 한 명이다. 1편에서 소개했다시피 일본은 1심제의 한계(오프사이드를 놓치는 경우)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판정을 존중하는 문화가 강했다. 더불어 1심제는 심판은 물론 선수의 기량 향상에도 긍정적이라는 것이 현지의 평가다. 1심제 속에서 선수들이 리스펙트 정신을 함양하는 동시에 빠른 판단능력과 상황대처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일본의 8인제 차이점 

한국 8인제

일본 8인제

62~68m x 46~50m

68m x 50m

전후반 각 20분 또는 15분 (하프타임 10~15분)

전후반 각 20분 (하프타임 10분)

2심제

1심제

·골키퍼는 페널티에어리어 내에서 동료 선수에게 손이나 발로 패스할 경우 공이 하프라인을 넘을 수 없다.

·코칭타임(전후반 각 2분)

·그린카드 제도(페어플레이한 선수는 존중의 의미로 그린카드를 받음)

*​코칭타임은 플레이의 연결성을 해친다는 현장 지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작년 하반기부터 실시하지 않고 있다.


 

국가대표 닮은 유소년 축구 

JFA U-12 챔피언십에 참가한 팀들은 저마다 색깔과 기량 차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첫 인상은 비슷했다. 그들의 플레이가 일본축구하면 생각나는 그것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빌드업과 패스플레이가 중심이 된 축구. 힘 있고 거친 면은 없지만 세밀하고 정교한 느낌이다. 한국 지도자들은 일본 유소년 팀들의 창의적인 페스플레이를 칭찬했고, 놀랄 만큼 뛰어난 기술을 가진 몇몇 선수의 플레이에는 감탄했다.

 

김상석 의정부신곡초 감독은 “일본 선수들은 공을 다루는 스킬, 그것을 경기장에서 보여주려는 마음가짐, 전술적인 움직임이 뛰어났다. 팀으로서도 전술적인 움직임이 수준급이었다. 3-3-1 포메이션이 많았는데, 다양한 전술적 움직임을 보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전햇빛 충남아산U-12 감독은 “가장 눈에 띈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이었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순간대처능력도 좋았다. 유연하고 영리하게 공을 찬다는 느낌을 받았다. 팀으로서 오랜 기간 발을 맞췄는지 8명의 선수들이 공의 위치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지도자들은 일본 유소년 선수들의 기술적인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빠르고 힘 있는 한국 공격수가 오면 막지 못할 것 같다”는 반응도 내놨다. 한국에 비해 체격이 작은 선수가 많은 데다, 몸싸움과 같은 거칠고 도전적인 플레이가 적기 때문이다. 홍석민 서울대동초 코치는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나 위치 선정이 훌륭하다고 느꼈다. 투백, 스리백 등 팀 마다 수비라인을 지키는 방식이 다양해 흥미로웠다”면서도 “다양한 패턴의 공격 세트플레이는 보이지 않았고, 수비가 타이트하지 않아 한국과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봉섭 청주유나이티드 감독은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이 좋았다. 조별리그와 토너먼트에서 다른 전술을 가지고 나오는 유연성도 느꼈다. 지고 있을 때도 침착하게 플레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적극적인 압박은 덜했고, 도전적이고 끈끈한 느낌은 적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축구의 강약점은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이케우치 씨는 “오늘날의 축구는 더 이상 각 나라의 특징이 강하지 않다. 국제적인 트렌드만 있을 뿐이다. 이제 어느 나라를 따라 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강약점을 알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야 한다. 우리 약점이 파워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고민의 결론도 해법도 유소년 축구에 있다. 이케우치 씨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은 판단력을 기르는 것이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소년 축구는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것이다. 그 당연한 명제를 지키기 위해 고민은 다시 시작된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3월호 ‘ISSU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ONSIDE 3월호 보기(클릭) 
 

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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