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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지도자 해외연수 동행기 1 - JFA 유일의 유소년 전국대회를 가다

2020-02-10 11:32:43 4,021


 

2019년 초등리그에서 우수한 지도력을 뽐낸 유소년 지도자 29명이 일본으로 연수를 떠났다. 이들이 향한 곳은 JFA 제43회 전일본 U-12 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린 가고시마. 일본 유소년 축구를 가까이서 만난 지도자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ONSIDE가 함께 따라가 봤다. 첫 번째 편에서는 일본 유소년 축구의 문화에 대해 다룬다.

 

29명의 유소년 지도자들은 2019년 12월 25일부터 29일까지 JFA 제43회 전일본 U-12 축구선수권대회를 참관했다. 조긍연 대회위원장을 비롯한 KFA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JFA 전일본 U-12 축구선수권대회(이하 JFA U-12 챔피언십)는 JFA(일본축구협회)가 직접 관장하는 유일한 유소년 전국대회로, 참가자와 주최자 모두 그 역사와 상징성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KFA 관계자 및 유소년 지도자들은 유서 깊은 대회의 운영 노하우를 참고하는 동시에 우리보다 앞서 시행된 일본의 8인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정착됐는지를 유심히 살폈다.

 

JFA U-12 챔피언십의 개요는 이렇다. 예선은 10월부터 11월까지 일본의 각 도도부현 별로 열린다. 도도부현은 일본의 광역자치단체인 도쿄도, 홋카이도, 오사카부, 교토부, 나머지 43개 현을 의미한다. 각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47개 팀, 전년도 우승팀이 속한 지역의 2위 팀까지 본선 진출권을 얻게 된다. 본선에 참가한 총 48개 팀은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치르고, 각 조 1위를 차지한 12개 팀과 각 조 2위 중 상위 4개 팀이 16강에 진출한다. 이후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한국의 경우 KFA가 관장하는 유소년 전국대회는 많지만, 대표 격이었던 초등리그 왕중왕전은 지난 2018년 폐지됐다. 2019년에는 초등리그 참여에 대한 동기유발을 위해 꿈자람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성적 중심에서 벗어나 즐기는 축구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다. 이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JFA 유일의 유소년 전국대회라는 의미

JFA는 왜 유소년 전국대회를 단 하나만 개최하는 걸까? JFA의 설명을 듣고 나면 이 질문은 왜 유소년 전국대회를 하나 남겨뒀을까? 로 바뀌게 된다. JFA 경기국 책임자인 스즈키 료 씨는 “JFA가 추구하는 것은 리그 문화 정착이다. 토너먼트는 최대한 지양한다. 그래서 이 대회 역시 폐지 논의가 있었지만, 이 연령대에서 큰 의미를 갖는 대회이기 때문에 남겨두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JFA의 유소년 육성을 총괄하는 이케우치 유타카 씨 역시 “JFA는 8인제 리그의 정착을 통한 선수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토너먼트로 승패가 갈리는 이런 대회보다는 좀 더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대회를 추구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전 국민이 축구를 사랑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축구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JFA U-12 챔피언십은 1977년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대회다. 스즈키 씨는 이 대회가 “유소년 선수들이 가장 동경하는 대회”이며 “우승팀은 큰 명예를 얻는다”고 말했다. 25일 열린 개막식에는 이 대회에 참가했던 전 일본 국가대표 이시카와 나오히로가 참석해 유소년 선수들을 격려했고, 대회 안내 책자에는 한 페이지를 역대 대회에서 배출한 프로 선수 명단으로 할애했다. JFA가 고민 끝에 보존을 택한 이 대회의 역사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JFA가 관장하는 유일한 유소년 전국대회라는 점은 그래서 역설적으로 JFA가 추구하는 리그 중심의 축구 문화를 설명해준다. JFA U-12 챔피언십에 참가해야 4월부터 10월까지 열리는 연간 리그 참가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간 리그는 각 도도부현 별로 열리는데, 각 리그에서 우승한 팀은 JFA U-12 챔피언십 예선에서 좋은 시드에 배정된다.

 

5년 전부터 가고시마에서 이 대회가 열리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스즈키 씨는 “원래는 여름에 하는 대회였다. JFA가 리그를 우선하는 정책을 펴면서 이 대회를 겨울로 옮기게 됐다. 겨울에도 안전하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따뜻한 지역을 후보지로 엄선했고, 그 중 시설과 환경, 스폰서 유치 등을 고려해 가고시마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가고시마는 겨울에 영상 6~12도를 유지하며, 대회 기간 중 가장 많은 경기가 열린 후레아이스포츠랜드는 천연잔디 축구장 4면을 보유하고 있어 8인제 8경기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인조잔디 축구장 1면은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이 준비운동을 하는 장소로 사용됐다. 기타 편의시설과 대회 운영본부까지 여러모로 쾌적한 환경을 자랑했다.



 

일본 유소년 축구에 있는 것과 없는 것

일본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유소년 전국대회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JFA U-12 챔피언십은 한국과 비교해 이색적인 면이 많았다. 참가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 모두가 모인 꽤나 성대한 개막식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대회 관련 기념품을 제작해 판매한다는 점이었다. 과자부터 펜, 티셔츠, 담요 등 종류도 다양했다. 각 참가 팀의 유니폼 그림을 프린트해 끼워 넣는 방식의 열쇠고리도 인기였다. 조별리그가 펼쳐진 26일, 27일 이틀 동안 대부분의 기념품은 동이 났다. 

 

JFA의 기념품 부스는 물론 대회 스폰서들이 각각 운영하는 부스들과 지역 식료품을 파는 부스들이 나란히 줄지어 운영되는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참가 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 외에도 부스에서 진행되는 이벤트에 참여하며 대회를 즐겼다. 전국에서 모인 선수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즐기며 편안하게 대회 안에 녹아들었다. 대회를 즐기는 이들 중에는 물론 가고시마 현지 주민들도 있었다.

 

없어서 특이했던 면도 있었다. 바로 구급차다. 한국에서는 유소년 축구에서도 경기장마다 구급차가 항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본에는 구급차가 없었다. 대신 운영본부에 상주하고 있는 의사가 필요에 따라 출동해 처치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인 응급처치는 지도자와 심판도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것이 JFA의 생각이다.

 

이런 방침은 대회 운영의 효율성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거친 플레이나 심한 반칙이 없는 일본 유소년 축구의 특징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 대회 기간 중 큰 사고나 부상은 없었다.

 

이를 지켜본 한국 유소년 지도자들은 문화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만약을 위해 구급차는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록 구미비산초 감독은 “마지막 날까지 큰 사고가 없었던 것은 다행이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구급차와 의료진은 경기장에 항시 대기해야한다”고 말했다. 박경균 박지성축구클럽 감독 역시 “사고는 예측할 수 없다. 본부에 의사가 있더라도 사고는 언제든 두 개 이상의 구장에서 동시에 일어날 수 있고, 부상이 일어나는 상황을 의사가 정확히 목격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기장에 구급차는 필히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리스펙트를 리스펙트

일본 유소년 축구의 리스펙트 문화는 그 자연스러움 때문에 더 놀라웠다. 한국의 8인제 축구가 지도자들의 경기 중 코칭을 제한하는 별도의 규칙을 둔 것과 달리, 일본은 지도자들의 코칭에 제한이 없었다. 그럼에도 지도자가 경기 중에 언성을 높이거나 과도하게 선수의 플레이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김상석 의정부신곡초 감독은 “간혹 경기 중 흥분한 지도자도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침착하고 냉정한 모습이었다. 다혈질적인 면이 있는 나로서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소극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침착함이었다”며 일본 지도자들로부터 받은 인상을 설명했다. 신동진 대구달성초 감독은 “선수들에게 큰 소리 없이 코칭을 하는 것이 선수들로 하여금 편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았다. 나를 포함해 한국 지도자들도 배워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판에 대한 리스펙트도 놀라웠다. 선수와 지도자, 관중 모두 심판의 판정을 존중하는 모습이 충격적일 정도로 인상적이게 다가왔다. 한국의 8인제 축구가 2심제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일본의 8인제 축구는 1심제를 운영하고 있다. 주심 한 명이 모든 상황을 판단해야하기 때문에 실수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오프사이드를 판정하는 면에서 취약하다. 실제로 28일 열린 가시와레이솔 U-12와 베갈타센다이 U-12의 준결승에서도 오프사이드 오심이 나왔다.

 

놀라운 것은 오심이 아니라 그에 대한 반응이었다. 학부모가 대부분인 관중석에서 짧게 탄식에 가까운 고함이 나왔다. 그게 다였다. 곧 스스로의 반응에 대한 웃음이 터졌다. 지도자도 마찬가지였다. 주심에게 딱 한 마디 항의를 하더니 웃으며 벤치로 돌아왔다. 그 일련의 장면들에 한국 지도자들의 웃음이 터졌다. “이게 끝이야? 정말?”

 

이 대회에 심판으로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 고등학생이다. 단계적인 심판 육성을 위해 연령대 별로 알맞은 나이의 심판을 배정하고 있는 것이다. JFA 심판국 관리자인 타카하시 타케요시 씨는 “중등부 경기에는 중학생 부심이, 고등부 경기에는 고등학생 부심이 들어간다. 선수와 심판의 연계가 잘돼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47개 도도부현에 심판강사가 있어 각 지역의 심판 육성을 담당한다. 8인제를 위한 전문 교육도 실시하고, 각 지역에서 1심제를 많이 경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지도자들은 일본 유소년 축구의 리스펙트 문화와 심판들의 실력에 감탄했다. 김경록 구미비산초 감독은 “우선 심판들의 능력이 매우 훌륭하다고 느꼈다. 1심제라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혼자서 경기장을 빠르게 많이 뛰어다니며 열정적으로 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한국 심판들 역시 연수를 통해 보고배우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판정에 대해 항의하기보다 존중하는 선수, 지도자, 학부모의 의식을 우리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리스펙트 문화와는 별개로 1심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지도자도 있었다. 유상은 전북스포츠제이 감독은 “1심제 이다보니 경기장에서 심판의 활동 범위가 굉장히 넓었다. 그 부분은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8인제 축구의 특성상 전개가 빠르기 때문에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럼으로 인해 실수가 생기는 것은 아쉽다. 1심제를 통해 심판 훈련 효과는 커지겠지만 경기를 위해서는 1심제 보다 2심제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2월호 ‘ISSU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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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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