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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글-강가애-정보람, GK 3인의 공통점은?

2018-04-04 20:02:00 2,801

(왼쪽부터) 윤영글, 정유석 여자대표팀 골키퍼 코치, 정보람, 강가애.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에 참가하는 세 명의 골키퍼, 윤영글(31, 경주한수원), 강가애(28, 구미스포츠토토), 정보람(27, 화천KSPO)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윤영글과 강가애, 정보람은 출신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같다. 오산정보고와 여주대를 거쳤다. 강가애보다 3년 선배인 윤영글은 나머지 둘과 같이 학교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알가르베컵 참가를 위한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에 세 명이 함께 발탁되면서 동문들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오산정보고 시절 이들에게 골키퍼 지도를 해준 체육부장 김용식 선생님은 셋의 또 다른 구심점이다. 당시 축구부에는 전문 골키퍼 코치가 없었지만, 강가애와 정보람은 골키퍼 출신인 김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필드플레이어였던 윤영글에게도 역시 좋은 기억이 가득한 은사다. 고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던 셋은 “조만간 다 같이 찾아뵙자”며 약속했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셋 모두 A매치 출전 횟수가 아직 한 자리수라는 것이다. 강가애는 9경기, 윤영글은 5경기, 정보람은 2경기를 뛰었다. WK리그에서는 각자 소속팀 주전으로 뛰는 베테랑 골키퍼이지만, 대표팀에서만큼은 아직 초심자인 셈이다. 그간 굳건히 대표팀의 주전 골리 자리를 지켰던 김정미(34, 인천현대제철)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셋 중 그 누구도 1인자라 할 수 없는 동시에 셋 중 누구라도 1인자가 될 수 있다.

세 명의 골키퍼는 경쟁도 중요하지만 그 앞의 협동을 더 의미 있게 여긴다. 아시안컵을 대비해 펼쳐진 강도 높은 훈련도 함께였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팀의 목표와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셋의 또 다른 공통점이다. 윤영글과 강가애, 정보람은 “경기에 뛰든 안 뛰든,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 조합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지난달 알가르베컵에 이어 두 번째다. 어떤가?
윤영글(이하 윤)
재미있다.
강가애(이하 강) 정말. 훈련은 힘들었는데 우리끼리 더 똘똘 뭉쳐서 재미있게 한 거 같다.
선배라고 너무 무겁게 하면 어려워할 것 같아서 후배들한테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정)보람이가 그동안 대표팀에 들어왔던 것 중에 제일 재미있고 편하다고 얘기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나를 불편해하지 않는구나, 내가 잘하고 있구나 싶어서 좋았다. 후배들에게 편하게 해주려고 신경 쓰고 있다.
정보람(이하 정) 아시안컵까지 같이 할 수 있게 될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알가르베컵 때도 대체자로 뽑혔던 거라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셋 모두 A매치 경험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중요한 대회에 발탁된 이유를 추측해 본다면? 소감은 어떤가?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진 것 같다. (김)정미 언니가 오랫동안 잘 해왔지만 그 밑에 있는 골키퍼들에게 기회가 올 시기가 됐고, 그쯤에 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2년 전에 대표팀에 다녀간 이후 계속 발탁되지 못해서 대표팀에 대한 꿈은 접고 있었다. 은퇴할 때까지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경주한수원에 갔고, 김풍주 골키퍼 코치님이 나를 다시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 하셨다. 정미 언니와 경쟁할 수 있게 되길 바라셨고, 나도 점점 욕심이 생기면서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정미 언니가 대표팀 경기에 뛰는 걸 보면서 내가 저 자리에 있으면 어떨까 상상하기도 했다. 알가르베컵에서 정말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안 믿겼다. 현실 같지 않고 신기하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세대교체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린 친구들이 많이 뽑혔었기 때문에 내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 이 중에서는 제일 어리지만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웃음) 소속팀에서만 열심히 운동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운 좋게 상황이 맞아서 기회가 온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A매치는 어느 경기인가?
미국과의 1차전(2017년 10월 19일 미국 원정 친선전, 1-3 패)이 기억에 남는다. 실점을 많이 하긴 했지만 세계 최고의 상대와 좋은 경기력으로 경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뜻 깊었다. 이후로는 다른 어떤 경기를 하든지 ‘미국도 상대해봤는데 뭐’ 하는 생각이 든다.
첫 경기(2015년 3월 9일 키프러스컵 스코틀랜드전, 1-2 패)다. 경기하기 전에 손가락을 다쳤는데 그냥 참고 뛰었다. 한 경기라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통증을 참았다. 경기가 끝나고 긴장이 풀리니까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오더라. 병원에 갔더니 손가락이 부러진 상태더라. 영어를 잘 못하는데 ‘브로큰(broken)’ 하나는 알아들었다(웃음).
두 경기 다 풀타임을 뛰지는 못했다. 첫 경기(2016년 6월 7일 미얀마 원정 친선전, 4-1 승)는 거의 다 뛰긴 했지만 실수로 골을 먹었다. 두 번째 경기(2016년 11월 8일 동아시안컵(현 E-1 챔피언십) 괌전, 13-0 승)에서는 다쳐서 교체됐다. 아쉬운 기억이다.

-이번 대회에서 꼭 이기고 싶은 팀은 어디인가?
일동 호주!
알가르베컵 때부터 호주전에 초점을 맞춰서 준비하고 있다. 호주가 최근에 더 좋아지고 있다고 하니까 더 이기고 싶다. 첫 경기에서 강팀을 이기면 자신감을 얻어서 다음 경기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호주전만 생각하면서 준비했다. 힘든 훈련도 호주전을 떠올리면서 견뎠다.

-대표팀에 들어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모두가 꿈꾸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 왔으니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자부심도 느낀다. 지금까지 땀흘려온 이유다.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다 보니 운동할 때 더 집중하게 된다. 당연히 그래야 맞다. 가족들도 좋아해서 행복하다.
마찬가지다.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아시안컵 첫 경기인 호주전에는 누가 출전하게 될까?



-윤영글은 2015년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다. 다들 월드컵 무대에 서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아직은 상상 못했다. 대표팀에 대한 욕심이 없었고 소속팀에서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아직 얼떨떨하다.
상상은 해봤지만 여전히 마냥 꿈같다. 어떤 분위기일지 전혀 예상이 안 된다. U-20 월드컵에는 참가해봤지만, 그때는 어렸고 막판에 합류하면서 멋모르고 갔던 것 같다. 월드컵 무대에 선다는 것은 정말 내 상상력의 끝에 있는 것 같다. 아직 잘 모르겠다.
2015년에는 월드컵에 가서 벤치에만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나게 값진 경험이었다. 알가르베컵이 끝나고 나서 집에 돌아와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내가 만약 다시 월드컵에 나가서 경기를 뛴다면 어떨까 같이 상상해봤다. 상상만으로도 둘 다 울컥하더라.

-셋은 오산정보고와 여주대 동문이기도 하다. 서로의 첫인상을 기억하나?
(정)보람이는 초등학생 때 처음 봤다. 그때부터 잘하는 걸로 유명해서 알고 있었다. 몸 푸는 중에 공이 보람이네 편으로 굴러갔는데 보람이가 옆에 있던 후배한테 “야, 주워 주지마” 하는 거다(웃음). 그 이미지가 완전 박혀있었는데, 대학 때 같이 생활하면서 그런 애(?)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나 왜 그랬지? 정말 기억 안 난다(웃음).
나이차이가 있어서 같이 생활해본 적은 대표팀에 와서가 처음이다. 대학 때 중학생이었던 보람이가 우리 학교에 와서 훈련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같이 밥 먹었던 게 기억이 난다. 보람이가 참 잘해서 내가 “넌 리틀 정미 언니 같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윤)영글 언니는 내가 중학생 때 고등학생이었는데 무섭다고 생각했다.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때는 영글 언니가 공격수였는데, 영글 언니가 오면 우리 팀 수비수들이 서로 ‘야, 네가 잡아’ 이러면서 피하곤 했다. 언니가 정말 커보였다.

-각자 소속팀에서는 주전 골키퍼인데, 상대로 만났을 때의 서로는 어떤 모습인가?
골키퍼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다. 상대편이라도 골키퍼 실수로 골을 먹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강, 정 맞아, 맞아.
우리 팀이 잘해서 골을 넣으면 좋지만, 골키퍼가 실수하면 마음이 안 좋다.
같은 실수를 할 수 있는 입장이니까. 남일 같지 않다.

-올 시즌 WK리그 순위를 예상해보자. 목표는 어떤가?
윤, 정 멤버가 제일 좋은 토토부터 말해보자(웃음).
욕심일 수도 있지만 우승을 해보고 싶다.
윤, 정 올~
대교(해체)에서 좋은 선수들이 많이 왔다. 물론 현대제철은 계속 맞춰온 전력이고, 우리는 맞춰가는 단계라 차이가 있다. 그래도 잘 맞춰간다면 우승도 욕심 내볼만 하다.
KSPO는 다른 팀들에 비해 선수 보강이 많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3~4위정도 예상해본다. 우승은 토토가 했으면 좋겠다. 현대제철이 그만 우승할 때가 됐다(웃음). 다른 팀들이 현대제철 경기는 반쯤 포기하고 들어가는 느낌이 있는데 그건 아니지 않나.
경주한수원은 작년보다 확실히 멤버가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 창단 초기인데다 다른 팀들도 다 선수 보강을 잘했기 때문에 5위를 생각하고 있다.
너무 겸손한 것 같은데...
도깨비 팀이 되고 싶다. 우리 때문에 순위가 막 뒤바뀌는 거다. 현대제철이랑 개막전을 하는데, 그때 우리가 현대제철을 잡으면 토토가 좋아할 것 같다(웃음).

-올 시즌 소속팀에서의 각오와 대표팀에서의 각오를 각각 한 마디씩 해달라.
작년에 소속팀에서 실점이 많았다. 좋은 경기를 하면서도 실점하는 경기가 많았는데, 올해는 최소 실점으로 목표로 팀이 우승할 수 있게 골키퍼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 대표팀에서는 경기 출전 여부를 떠나서 간절한 마음으로 임하면서 팀에 조그만 힘이라도 더했으면 한다.
우리 팀은 수비진에 어린 선수가 많아서 작년에 많이 힘들어했다. 올해는 수비수들과 많이 얘기하면서 잘 이끌어서 실점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 잘 버티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대표팀에서는 어렵게 이 자리에 온 만큼 잘 준비해서 한 경기라도 기회가 온다면 준비한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최고참이다. 골문을 잘 지키는 건 당연하고, 어린 동생들이 흔들릴 때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팀이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선수들이 함께 갈 수 있게 이끌어가고 싶다. 겸손함을 잃지 않겠다.

인터뷰=김세인 (KFA 홍보팀)
정리=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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