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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8년차 국대 수비수’ 김혜리, 절실함을 말하다

2018-03-05 07:14:00 1,779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의 수비수 김혜리



‘절실하고 간절하게.’ 김혜리(28, 인천현대제철)는 인터뷰 내내 이 두 단어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왜 그는 절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대표팀에 왔을까? 지난해 3월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은 ‘2018 AFC 여자아시안컵’ 지역예선을 준비 중이었다.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이 경기는 윤덕여호의 운명을 결정지을 매우 중대한 경기였다. 한국과 인도, 북한, 홍콩, 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이 풀리그를 치러 조 1위를 차지하는 팀이 올해 4월 요르단에서 열리는 여자아시안컵 본선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아시안컵 본선은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 예선을 겸하는 대회다. 여자아시안컵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마저 사라지는 셈이다.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이후 두 번째 월드컵을 노리고 있던 김혜리는 이 대회를 준비하던 중 우측 어깨부상을 당해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절망적이었다. 휴대폰도 꺼놓을 정도로 그때의 부상이 김혜리에게 준 충격은 컸다. 물론 그는 주저앉지만은 않았다. 친구들의 응원으로 힘을 얻었고, 피나는 재활 끝에 결국 대표팀 복귀에 성공했다. 여자대표팀의 일원으로 알가르베컵에 와있는 이 순간이 ‘절실하고 간절한’ 이유다.

- 알가르베컵 두 경기(러시아전 3-1 승, 스웨덴전 1-1 무)를 소화했다. 느낌이 어떤지?
매년 이맘때쯤에는 늘 키프러스컵을 갔다. 내가 대표팀에 들어온 이후 키프러스컵은 한 번도 빠짐없이 다 갔다. 그래서일까? 이번 알가르베컵에서는 아시아 여자축구에서 느끼지 못하는 힘과 스피드를 많이 느끼고 있다. 어차피 힘이나 피지컬로는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 선수들에 비해 분명히 약하다. 이건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하지만 스웨덴전을 치를 때 우리만의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를 펼치니 상대도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다.

- FIFA 랭킹 10위인 스웨덴과의 맞대결을 돌아보면?
경기 전날에 다 같이 비디오를 봤다. 당연히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라 생각했다. 알가르베컵에 참가하는 팀들 중 우리보다 약한 팀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E-1 챔피언십(옛 동아시안컵) 당시 너무 부진해 나도 그리고 팀도 많이 실망스러웠는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마음을 다 잡는 계기가 됐다. 개인적으로도 스웨덴 축구와 관련된 영상을 많이 보는 등 준비를 철저히 했다. 선수들도 다 같이 열심히 준비해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 무엇보다 실점 없이 마무리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수비수로서 항상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우리가 쉽게 실점했던 경기는 없었다. 4월에 열리는 여자아시안컵을 대비해 지금의 경험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차라리 얻어맞을 거면 지금 얻어맞는 게 낫다. 보완해야 할 점이나 부족한 점을 빨리 아는 게 팀이나 개인으로 봤을 때 훨씬 좋다.

- 곧 A매치 70경기(현재까지 68경기) 출전을 달성한다. 대표팀에 합류한지도 벌써 8년째다.
두 경기를 더 뛰면 A매치 70경기가 된다. 늘 대표팀에 오게 되면 다른 마음가짐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나는 남들보다 뛰어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기에 더 헌신적으로 플레이하려고 노력한다. 평소에 생활할 때는 후배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8년이라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 것 같다. 2010년 U-20 여자월드컵 끝나고 그 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국가대표에 데뷔했다.

- 처음 대표팀에 들어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달라졌나?
이제 나도 만 28살이다. 처음 대표팀에 왔을 때는 그저 모든 게 다 신기했고, 언니들이 워낙 잘했기에 그냥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이제는 내가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선배로서 모범도 되어야 한다. 항상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대표팀이 더욱 절실하고 간절해진다. 정말 마지막인 것처럼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대표팀에 있고 싶다.

- E-1 챔피언십과 당시 수비 조합이 달라졌는데 어떤가? (E-1 챔피언십 당시에는 이번 알가르베컵 소집 명단에 들어있지 않은 김도연, 이은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어차피 제일 중요한 건 여자아시안컵이다. 지금은 여러 조합으로 테스트하는 셈이다. 여자아시안컵에서는 제일 좋은 조합이 만들어져야 한다. 최상의 멤버가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들기 위해 모두 열심히 노력한다. 나 역시도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사실 부상 때문에 북한에서 열린 여자아시안컵 예선을 가지 못했다. 축구를 하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북한에 간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고 와서 나에게 기회가 다시 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가 더 간절하고 절실히 준비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김혜리는 대표팀에 있는 모든 순간이 절실하다.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 마음은 변치 않고 있다.



-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
다치고 난 뒤 목포에서 서울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울어본 적이 없다. 그 당시 내가 느끼기에도 내 몸 상태는 좋았다. 그래서 더 간절했다. 여자아시안컵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월드컵을 못 가는 거고, 어쩌면 내게도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아서 간절히 준비했는데 부상 때문에 가지 못하게 돼 허무했다. 한동안 휴대폰을 꺼놓고 지냈다. 연락이 오는 것도 별로 보고 싶지 않더라.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을 점점 다 잡았고,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복귀해서 도움이 되고 싶었다.

(지)소연이가 북한에 가기 전에 내 얼굴을 한 번 보고 가야지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임)선주와 함께 파주에서 만났다. 친구들의 위로 덕분에 빨리 마음을 추슬렀고 독하게 재활할 수 있었다. 내가 복귀시점을 잡은 것보다 더 빠르게 복귀한 것 같다. 힘들 때마다 옆에서 도움을 준 친구들은 내게 있어 큰 힘이자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자산이다. 친구들뿐만이 아니다. 윤덕여 감독님께서 평양을 다녀오신 후 인터뷰에서 내 이름을 언급한 걸 보고 정말 큰 힘이 됐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 8년째 국가대표 수비수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는 어느 정도인가?
이번에 소집된 대표팀 수비진 중 내가 A매치 출전이 제일 많더라.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기에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고, 더욱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축구는 늘 어렵다. 해도 해도 부족하고, 항상 어렵다. 하지만 2018년 첫 대회인 알가르베컵에서 스타트를 잘 끊었으니 분위기는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 여자아시안컵은 여자월드컵 예선이다. 개인적으로는 캐나다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 출전이 달려있는데?
나는 2010년 U-20 여자월드컵에 출전했고,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도 나갔다. U-20 월드컵 때는 좋은 기억이 너무 많다. 내가 주장을 했고, 3위를 했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으로 인해 많은 걸 얻고 누렸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여자아시안컵이 간절하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린 후배들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서다. 개인적으로도 2019년 여자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겠지. 아무튼 간절히 준비하고 있다.

- 조금 가벼운 질문이다. 평소 취미 생활은?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내가 아직 축구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다른 거에는 관심이 없다. 시즌 중에는 몸 관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시즌이 끝나면 여행을 가는 정도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후에는 영국으로 건너가서 소연이와 열흘 정도 시간을 보내고 왔다.

- 지난 해에는 백승호의 ‘국대 누나’로도 유명해졌다. (백승호는 지난해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전반 페널티킥 골을 터뜨린 뒤 카메라 앞에서 사각형을 그린 후 어깨를 으쓱하는 포즈를 취했다. 이 오묘한 세리머니는 백승호와 절친인 김혜리를 포함한 현대제철 선수들을 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거 (백)승호가 볼 텐데...(웃음) 승호랑은 거의 매년 봤다. 이번에는 승호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내가 영국에 있어서 보지 못했다. 승호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동생이다. 내 가족만큼 좋아한다. 지난해에 열린 U-20 월드컵을 한 번도 보러가지 못했는데, 승호가 오히려 괜찮다고 하더라. 물론 끝나고서는 약간 뒷끝을 보였다(웃음). 아무튼 승호는 정말 성실하고 성품도 좋다. 승호가 바르셀로나 출신이고 지로나에서 뛰고 있어서 좋은 게 아니라 순수하고 인성이 좋기에 더 대견하다. 나는 승호를 많이 응원한다. 승호도 나를 많이 응원해준다. 앞으로 승호에게는 좋은 일들이 많을 것 같다. 지금도 잘하고 있어서 보기 좋다.

- 목표는 무엇인가? 오래 뛰는 선수?
오래 뛰고 싶다. 후배들이 내게 배울 게 있고, 내 몸 상태가 허락한다면 선수 생활을 최대한 오래하고 싶다. 축구가 아직 너무 좋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 동안 가족들이 나 때문에 희생했다. 부모님이 정말 내 뒷바라지를 많이 하셨다. 언니와 동생이 소외감을 느낄 정도였다. 내 목표는 얼마 남지 않은 축구 인생을 멋있게 마무리하고, 부모님에게 더욱 효도하는 것이다. 언니랑 동생도 더 챙기고 싶다. 그리고 여자축구 팬들이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경기장 찾아오는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올 한 해도 부상 없이 나와 내 팀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다 이뤄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알부페이라(포르투갈)=안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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