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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뚝심의 축구, 송호대 하성준 감독이 사는 법

2017-02-08 10:38:00 13,273

송호대 하성준 감독은 2017 시즌 준비에 한창이었다



송호대 하성준 감독(54)은 뚝심이 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간다. 8년째다. 롤러코스터처럼 마음 놓을 수 없는 생활의 연속이지만, 그 때마다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했다. ‘현재를 즐겨라’, ‘우리만 잘하면 된다’.

2017 시즌 개막을 앞두고 훈련에 한창인 하성준 감독을 송호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하 감독은 12일부터 통영에서 열리는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을 앞두고 훈련에 한창이었다. 방학 중이라 캠퍼스가 적막한 탓인지 선수들의 기합 소리가 유독 잘 들렸다. 거침없는 2시간의 훈련이 끝난 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는 하 감독과 마주 앉았다. 가장 먼저 지난 시즌 U리그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 U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송호대. 전문대 최초로 이뤄낸 성과다



‘지나고 보니 큰일을 해냈더라’
송호대는 지난 시즌 U리그의 ‘언성 히어로(Unsung Hero, 소리없는 영웅)’다. 왕중왕전에서 호남대, 용인대, 동국대를 차례대로 꺾고 창단 최초로 결승전에 오르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지방 전문대 축구부라는 편견을 딛고 이뤄 낸 열매다. 비록 결승전에서 고려대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송호대는 모두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성과를 내면 주변의 기대치는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성준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시골에 있어서 그런가, (주변의 관심이) 크게 피부에 와 닿는 것 같지 않아요. 그래도 학교에서는 신경을 많이 써주시더라고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언제나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죠. 오히려 그런 게 피부에 와 닿습니다.”

지난해 U리그 준우승이라는 성과는 송호대 축구부의 값진 역사다. 2009년 4월에 창단한 송호대는 그해 추계 1, 2학년 축구대회 8강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전국 1, 2학년 대학축구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추계 1, 2학년 대학축구대회 준우승울 기록했다. 주로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U리그는 또 다른 세계다. 하성준 감독은 그래서 선수들이 참 고맙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줬다는 생각에서다.

“저희는 전문대 축구부로 ‘최초’ 타이틀을 많이 만들었어요. 우승도 해보고 준우승도 해보고 3년 연속 결승에도 올라봤죠. 그런데 이제는 전문대 최초 U리그 준우승이라는 기록을 하나 더 추가했네요. 뿌듯합니다. 얼마 전에 지난 시즌 왕중왕전 고려대, 용인대, 동국대 경기를 다시 봤는데 ‘정말 우리 애들이 큰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잘 몰랐죠. 지나고 보니 애들이 정말 열심히 했더라고요. 선수들이 정말 고마웠고,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감독의 솔선수범이 선수들을 하나로 모은 원동력이다. 송호대는 그렇게 자리를 잡아갔다



솔선수범의 미학...‘내가 먼저 해야 아이들도...’
하성준 감독은 몸으로 부딪히는 스타일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송호대 창단 초기, 그는 제멋대로였던 아이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끊임없이 발품을 팔았다. “전문대라서 선수도 없었고, 있는 선수들마저도 문신하고 담배를 피웠죠. 많이 혼냈죠. 잡으려 다녔던 것 같아요(웃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송호대에 모인 선수들은 대부분 가슴 깊은 곳에 상처를 안고 있었다. 자의든 타의든 축구를 그만두려다가 마지막 희망으로 하성준 감독의 손을 잡았다. 새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초반에는 반항을 많이 했어요. 저요? 물론 집에 못 갔죠. 초반에는 통제를 조금 세게 했어요. 아이들과 하루 종일 같이 지내면서 잘못된 걸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죠. 통제만 한 건 아닙니다. 고기 불판을 사다가 옥상에서 함께 고기를 구워먹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다 정이었던 것 같아요. 같이 지내면서 생긴 정이요.”

“아침 7시에 운동이 잡혀 있으면, 저와 코칭스태프는 항상 한 시간 전에 운동장에 나갔어요. 먼저 훈련 세팅하고, 아이들과 똑같이 뛰었죠.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아이들도 점차 따라오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코치들에게 우리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해요. 청소를 해도 우리가 먼저 하고, 쌓인 눈을 치워도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고 하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따라오지 못해요. 힘들지만 이런 노력들이 송호대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 결정적인 요인인 것 같습니다.”

하성준 감독은 때로는 화를 내고, 때로는 달래며 선수들을 끌고 갔다. 단단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벌금제를 시행했어요. 훈련 시간 준수, 유니폼 착용 등 기본적인 것부터 벌금을 매겼죠. 운동을 무단으로 빠지고 도망갈 경우 300만 원을 내야 했어요. 실제로 무단으로 훈련을 빠졌던 선수들이 300만 원을 내고 다시 팀으로 돌아온 경우도 있었죠. 그 돈을 가지고 아이들 유니폼도 해주고, 같이 먹을 간식도 샀죠. 팀으로서의 규율을 어기면 안 된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성준 감독에게는 다른 팀보다 우리 팀이 먼저다. 옳다고 생각하는 건 끝까지 밀고 나간다



앞만 보고 나간다
송호대 경기에는 ‘송호타임’이라는 게 있다. 송호대가 항상 후반 25분 이후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소위 말하는 ‘극장 경기’가 자주 나오는 이유다.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송호대는 체력 훈련을 굉장히 타이트하게 한다는 말도 이 때 나왔다. 너무 많이 뛰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하성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주위에서는 송호대가 체력 훈련을 너무 많이 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기초를 중요시 하는 거라고 봐주셨으면 해요. 뛰기도 하지만 드리블링, 패스 등 축구의 기초를 충실히 다지는 데 집중합니다. 저희처럼 기초를 많이 다지는 팀이 없을 거예요. 아이들이 초반에는 힘들어하지만 이제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알죠. 기초가 반복되면 분명히 자신의 재산이 될 거라고 강조합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뚝심이 필요하다. 그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지 않는다. 자신의 팀, 자신의 선수들만 바라본다.

“대회에 나가면 다른 팀 경기를 보지 않아요. 오로지 우리 경기만 봤죠.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팀 경기를 보게 되면 비교하게 되거든요. 눈만 높아지고, 잘하는 팀을 보게 되면 불안하고요(웃음).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우리학교에서 8년 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해요. 아이들과 지금처럼 운동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다른 걸 신경 안 쓰는 게 이만큼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전문대인 송호대는 올해부터 심화과정이 생긴다. 과거에는 2학년을 졸업할 경우 다른 팀으로 편입을 가야 했지만, 3학년으로 올라가서 계속 다닐 수 있게 됐다. 축구부에도 8명의 3학년 선수들이 생겼다. 하성준 감독은 조금 더 긴장하려고 한다. 이제는 아이들의 진로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매번 특별한 목표를 두지는 않아요. 언제나 똑같이 훈련하고 경기에 나서죠. 최선을 다하다 보면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미리 설정하지 않아요. 올 시즌이요? 언제나 그랬듯 자신 있습니다. 일단 해보는 거죠. 안 되면 내년에 다시 하고, 내후년에 다시 하면 되요. 그래도 3학년 아이들이 있으니 조금은 부담을 갖고 시즌에 임해보려 합니다.”

횡성=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안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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