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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여자월드컵] 김민정, PK 선방보다 빛난 투혼

2016-11-18 08:53:00 9,561

베네수엘라전 승리 뒤 김민정이 이효경과 얼싸안고 있다.



단 두 경기면 충분했다. 김민정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골키퍼가 된 것이다.

한국 U-20 여자대표팀의 골키퍼 김민정은 ‘2016 국제축구연맹(FIFA) 파푸아뉴기니 U-20 여자월드컵’에서 골키퍼로서는 처음으로 플레이어오브더매치(Player of the match)의 영예를 안았다. 17일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D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등 맹활약을 펼친 덕분이다. 역대 U-20 여자월드컵에서 페널티킥이 나온 것은 총 54회. 그 중 10번만이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김민정이 그 10번째 페널티킥을 막은 주인공이다.

경기를 주도하고 있던 한국은 0-0이던 후반 27분 뜻밖의 위기를 맞았다. 베네수엘라의 역습 상황에서 수비수 이효경의 반칙이 선언되며 페널티킥을 내준 것이다. 하지만 김민정은 침착하게 마리아나 슈펙마이어의 킥을 정확히 쳐내며 한국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효경을 비록한 한국 선수들은 김민정에게 달려와 안기며 기뻐했다.

자칫 경기의 주도권을 베네수엘라에 내주고 어려운 경기를 할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김민정의 선방 5분 뒤 남궁예지의 페널티킥 골이 터졌고, 이어진 한채린, 김성미의 골로 한국은 3-0 완승을 거뒀다. 김민정이 기억하는 그 순간은 이랬다.

“페널티킥이 선언됐을 때 솔직히 ‘망했다’ 생각했어요. 근데 공격수가 앞에 딱 서서는 속임수를 쓰는 것처럼 왼쪽을 보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페인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왼쪽으로 막는 척 하면서 반대로 떴는데 딱 막았어요. 운이 좋았어요. 막고 나니까 기분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좋았어요. 원래는 다음 상황에 지장을 줄까봐 막아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거든요. 근데 그때는 너무 좋아서 손이 후들후들 떨렸어요. 전광판에 나오는 리플레이 영상도 보고요. 애들이 막 뛰어와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막 그랬어요.”




베네수엘라전의 플레이어오브더매치(Player of the match) 김민정.



김민정의 활약은 페널티킥 선방만이 아니었다. 베네수엘라의 빠르고 위협적인 역습을 수차례 안정적으로 막아냈다. 지난 14일 있었던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도 김민정의 선방 능력이 빛났다. 김민정은 전반 8분 만에 날아온 멕시코의 위협적인 중거리슛을 선방하기도 했다. 중원 장악과 공격 전개 등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멕시코전이었지만, 김민정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0-2 이상의 점수 차로 패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

멕시코전이 김민정의 첫 월드컵 무대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두 경기에 보여준 침착함과 노련함이 더욱 놀랍다. 멕시코전 당시 입장 전부터 “손이 달달달 떨렸다”는 김민정이지만, 플레이에는 안정감이 묻어났다. 심지어 김민정은 동산정산고 1학년 때까지 필드플레이어로 뛰다 2학년 때 포지션을 바꿔, 골키퍼 장갑을 낀지 이제 갓 3년이 됐을 뿐이다. 지난 6월에는 성인여자대표팀에서 데뷔전까지 치렀다.

베네수엘라전이 끝난 후 김민정은 얼떨떨한 얼굴로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플레이어오브더매치(Player of the match) 상패를 들고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뭔 줄도 모르고 따라갔어요. 제가 이걸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페널티킥 하나 막았다고 이걸 받아도 되나?” 김민정은 커다란 상패를 어떻게 집까지 가져가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김민정이 박수 받아야 할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사실 이날 김민정은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하루 전부터 심한 복통을 호소해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할 정도였다. 경기 전까지 흰죽만 겨우 먹었다. “오늘 아침까지도 제대로 경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제가 아프다고 다운돼있으면 다른 애들이 괜히 눈치보고 분위기도 안좋을 것 같아서 티 안내려고 했어요. 전반전까지도 많이 아팠는데, 후반전에 애들이 열심히 잘 하는 거 보니까 괜찮아진 것 같아요. 지금은 훨씬 나아졌어요.” 속 깊은 수문장 김민정이 있기에 한국 U-20 여자대표팀의 뒤가 든든하다.

포트모르스비(파푸아뉴기니)=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김민정의 페널티킥 선방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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