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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주장 완장’이 준 선물, 여자 U-15 대표 조미진 이야기

2016-08-26 10:25:00 18,146

여자 U-15 대표팀이 조미진은 주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슬럼프를 극복했다



책임감이 강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여자 15세 이하(U-15) 대표팀의 공격수이자 주장인 조미진(현대청운중)도 마찬가지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19일,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는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조미진을 만났다. 조미진이 포함된 여자 U-15 대표팀은 지난 7일에 소집해 19일 간 목포와 파주에서 훈련에 매진했다. 오는 28일부터 9월 5일까지 중국에서 열리는 ‘2016 AFC U-16 여자 챔피언십’ 예선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조미진이 단순히 여자 U-15 대표팀의 주장이라서 만난 건 아니었다. 이유가 있었다. 여자 U-15 대표팀의 허정재 감독이 건넨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소속팀에서는 괜찮았는데, 대표팀에만 오면 잘 적응하지 못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부상 때문이었죠. 그런데 부상이 길어지면서 선수가 힘들어 하더라고요.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어요. 울기도 했고요. 고민 끝에 주장을 맡겼는데, 180도로 달라졌습니다.”

길어진 부상, 다가온 슬럼프

조미진은 올해 3월 목포에서 열린 여자 U-15 대표팀의 1차 소집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 왼쪽 무릎 부상 때문이었다. 부상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그는 4월 20일부터 6일 간 진행되는 2차 소집 훈련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아 도중에 팀을 떠나야 했다.

“정말 힘들었어요. 부상 회복 속도가 더디게 진행된 탓에 자꾸 안 좋은 생각만 들었습니다. ‘난 안 될 거야’라는 부정적인 생각이요. 정신적으로 흐트러지고 마음을 못 잡을 때가 많았죠. 슬럼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대표팀에만 오면 조미진이 위축되는 이유였다. 허정재 감독은 고민에 잠겼다. 허 감독은 6월에 열린 3차 소집 훈련을 앞두고 조미진을 꼭 소집하고 싶었다.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생각에서다. 골 결정력, 빠른 발, 정교한 패스 등 공격수로서 빛나는 가능성을 지닌 ‘유망주’ 조미진은 여자 U-15 대표팀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활력소였다.

하지만 뽑아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부상에서 회복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는 건 아니었다. 한 번 다가온 슬럼프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조미진의 슬럼프 극복은 필수적이었다. 결국 허정재 감독은 한 가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미진에게 주장을 맡기는 것이었다. ‘주장 완장’을 통해 책임감을 심어주고, 동시에 빠르게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의도였다.

카드는 적중했다. 주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조미진은 하루가 갈수록 달라지기 시작했다. “(허정재) 감독님이 저에게 주장을 제의하셨을 때,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주장은 저한테 있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올해 소속팀에서도 주장을 맡고 있는데,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게 됐으니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AFC U-16 여자 챔피언십 예선에 나서는 조미진은 방심을 경계했다



주장이라는 책임감

조미진은 여자 U-15 대표팀의 3차 소집 훈련부터 주장 완장을 찼다. 주장이라는 직책은 그에게 책임감을 가져다줬다. 더 이상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조미진은 마음을 다시 잡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주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더 이상 위축되고 있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감독님과 코치님들을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전까지는 부상이 쉽게 낫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고, 생각처럼 되는 게 없으니 부정적인 생각만 들었는데 주장을 맡고 나서부터는 제 자신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어요. 활기를 되찾았고, 하려는 의지가 생겼죠.”

그는 주장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무엇보다 전국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선수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데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는 다른 학교에서 온 아이들이다보니 성격도 잘 모르고, 뭘 좋아하는지도 몰랐죠. 지금은 아이들의 성격도 다 파악했어요. 같이 소통하면서 아이들이 뭘 원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조미진은 코칭스태프와 선수 간의 가교 역할에 신경 썼다. “저희 감독님은 활기차게 훈련하는 걸 좋아하세요. 분위기가 가라앉는 걸 별로 좋아하시지 않죠. 그래서 들뜬 분위기, 선수들 간의 활발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어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계신지 잘 읽고, 선수들에게 알려주려 했죠.” 흔들렸던 조미진은 주장 완장 하나로 다시 믿음직한 선수로 변모했다.

방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다시 일어선 조미진은 이제 ‘AFC U-16 여자 챔피언십’ 예선을 준비한다. 한국 여자 U-15 대표팀은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북마리아나제도(NMI)와 함께 B조에 속했다. 각 조 1위 팀이 내년에 열리는 ‘AFC U-16 여자 챔피언십’ 본선에 진출한다. 객관적인 전력 상 우세라고 해도 결코 방심은 없다. ‘주장’ 조미진이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아무리 상대가 만만하다고 해도, 결코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그 나라가 현재 어떤 전력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나서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좋다고 해도, 방심하지 말고 우리만의 팀플레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미진의 롤모델은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다. 작은 체격이지만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 선수들을 ‘갖고 놀 줄 아는’ 그리즈만의 플레이는 조미진에게는 하나의 교과서다. 그는 그리즈만처럼 최선을 다해 여자 축구의 ‘특급 혜성’이 되는 게 목표다. 이미 그만의 로드맵도 갖춰 놨다.

“열심히 해서 여자 축구대표가 된 뒤, 해외에 나가서 뛰는 게 목표예요. 해외로 가게 된다면 미국에서 뛰고 싶습니다. 이후 한국에 돌아오게 되면 WK리그 인천 현대제철에서 뛰고 싶어요. 일단 올해는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입니다. 소속팀(현대청운중)에서도 이제 졸업 전 마지막 대회(추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만이 남았는데요.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요!”

글=안기희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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