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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심서연 부상 그 후, 이제 꽃길만 걷자

2016-06-24 11:49:00 3,714

심서연은 십자인대 부상 후 9개월의 공백 끝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큰 시련을 겪고 나면 삶을 대하는 시각이 이전과 달라진다고 한다. 심서연(27, 이천대교)도 그랬다.

2015년 8월 1일 중국 우한.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1차전 후반 7분, 심서연이 오른쪽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곧장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이송된 심서연은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고 조기 귀국했다. 심서연이 수술과 재활을 거쳐 다시 그라운드를 밟기 까지는 9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심서연은 지난 5월 12일 인천현대제철과의 ‘IBK기업은행 2016 WK리그’ 11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38분 교체 투입돼 복귀전을 치렀다. 긴 공백 탓에 다시 경기에 나서는 것이 겁나기도 했지만 심서연은 침착하게 경기를 마무리했고, 라이벌전 3-0 완승의 기쁨을 함께했다.

이천대교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심서연은 복귀전 당시보다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었다. 인천현대제철과의 경기 이후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한 달간의 리그 휴식기를 보낸 뒤, 27일 열리는 보은상무와의 후반기 첫 경기를 준비하는 중이다. 한 달 전만해도 매일 매일을 눈물로 보냈다는 심서연은 서서히 아픔을 자신감으로 채워가고 있었다.




지난해 8월 동아시안컵에서 부상을 당해 이송되는 심서연의 모습.



'무릎 전문가(?)'들의 세심한 배려

“지금 몸 상태는 제 생각에 90퍼센트 정도 올라온 것 같아요. 박남열 감독님은 70퍼센트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요(웃음). 전반기 끝나고 2주간 휴가를 받았는데, 정말 열심히 개인 운동을 했거든요. 팀에 복귀해서 셔틀런으로 체력테스트를 했는데 감독님이 그만 뛰라고 할 때까지 계속 뛰었어요. 더 뛸 수도 있었는데요!”

심서연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매진해 왔다. 박남열 이천대교 감독은 팀의 주축인 심서연의 재활에 꼼꼼히 신경을 썼다. 심서연이 4월 들어 팀에 복귀한 이후로는 박 감독이 직접 트레이너로 나서 심서연에게 개인운동을 시켰다.

“감독님도 선수 시절에 무릎 부상을 당했고, 그로 인해 선수 생활을 접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주시는 것 같아요. 솔직히 정말 힘들었어요. 감독님이 시킨 만큼 해내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니까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정말 부상 전 몸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과연 돌아가긴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매일 울었어요. 동료들이 숙소에서 저를 피해 다닐 정도로 처져있었죠.”

선수 생활을 해오면서 이렇게 큰 수술도, 이렇게 긴 공백도 심서연에게는 처음이었다. 박 감독은 그런 심서연이 더 강해지길 원했다. 박 감독은 지난 5월 9일 구미스포츠토토전에 올 시즌 처음으로 심서연을 교체 명단에 올렸다. 심서연이 출전을 두려워하자 박 감독은 “배짱이 없다”며 강하게 다그쳤다. 심서연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바로 다음 경기인 인천현대제철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오랜만에 경기에 들어가서 팀에 도움이 못되고 피해를 줄까봐 겁이 났어요. 경기를 망칠까봐... 제가 더 강해지길 바라는 감독님이 마음도 이해가 됐어요. 그래서 인천현대제철전에서 감독님이 나갈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을 때는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팀이 잘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실수 없이 마무리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그 다음 경기인 서울시청전에서는 실수를 했지만요. 휴... 아직 멀었다고 느꼈어요. 더 열심히 몸을 끌어올려야죠.”

심서연은 천생 축구선수다. 경기에 나서면서부터 그동안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불안함과 두려움도 조금씩 해소됐다. 그라운드 위에서 만큼은 부상에 대한 기억도 깨끗이 잊을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처음에는 운동하고 나서 조금이라도 무릎이 붓거나 아프거나 하면 덜컥 겁이 났는데, 이제는 스스로 최면을 걸어요.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그러면 정말 부기도 가라앉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우리 팀에 저 말고도 무릎 부상을 겪은 선수들이 많거든요. 무릎 전문가들이 많아요(웃음). 그 선수들이랑 같이 이야기 나누는 것도 심리적으로 안정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경기에 뛸 때는 부상에 대한 생각을 아예 잊어버리려고 노력해요. 부상 부위를 계속 신경 쓰면 패스든 뭐든 몸을 움직일 때 제대로 될 리가 없잖아요. 경기장에 들어가면 어느 순간부터는 부상에 대한 생각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심서연은 지난해 WK리그 챔피언결정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아쉬움을 아직 갖고 있다.



보이지 않던 아픔이 보이다

큰 부상과 긴 재활을 거치며 심서연은 “다치지 않는 것도 능력이고 실력”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픈 선수들,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한 이해, 배려 같은 것들이다.

“작년에 부상당하기 전까지는 한창 몸 상태가 좋았던 것 같아요. 작년에 월드컵을 치르고 돌아왔을 때도 주변에서 컨디션이나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동아시안컵에서 딱 다쳐버린 거죠. 우리 팀도 그렇고 선수들 중에는 저마다 부상을 한두 군데씩 달고 있는 선수들이 정말 많아요. 전에는 잘 이해 못했었거든요. ‘나는 부상당하면 축구 그만둘 거야.’ 그랬었는데, 그런 말 정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더라고요. 이제는 아픈 선수들 있으면 먼저 챙기게 되고, 얼른 쉬라고 이야기 하고 그래요. 아프지 않는 게, 다치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해요.”

심서연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지난 9개월의 공백을 하루 빨리 되갚고 싶은 마음이다. 심서연은 올 시즌 WK리그에서의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고 여러 번 힘주어 말했다. 지난 3년간 라이벌 인천현대제철에 우승컵을 내줬던 이천대교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 동안 정말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특히 작년 챔피언결정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볼 때 마음이 그랬어요. 이번에는 꼭 경기장에서 챔피언결정전을 맞이하고 싶어요. 꼭 뛸 거예요. 부상 없이. 그래서 꼭 우승할 거예요.”

올해 우리나이로 스물여덟이 된 심서연은 “어렸을 땐 미처 몰랐던 몸 관리의 중요성을 크게 다치고 나서야 깨달았다”고 했다. 시련을 겪어봤으니 이제는 화려하기보다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어졌다”고 했다. 심서연의 목표는 이제 아프지 않고 꾸준하게 오랫동안 축구를 하는 것이 됐다. 앞으로 남은 심서연의 축구 인생에 꽃길만이 펼쳐져있기를 기대해본다.

글=권태정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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