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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대가 축구부를 창단한 이유

2016-03-17 08:56:00 4,087

칼빈대가 2016 U리그에 첫 참가한다



용인 칼빈대가 축구부를 창단했다. 아프리카 남수단 축구대표팀 감독을 지낸 임흥세 총감독과 양주시민축구단의 K3리그 우승 돌풍을 이끈 류봉기 감독이 뭉쳤다. 칼빈대와 임흥세 총감독, 류봉기 감독의 만남은 단순히 대학 축구팀 하나가 더 생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들이 칼빈대에서 의기투합한 이유를 짚어보자.

종교와 축구의 만남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칼빈대학교가 축구부를 창단한 과정에 중심적 역할을 한 임흥세 총감독의 여정을 살펴보면, 그 의미를 결코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지난 2월까지 아프리카 남수단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한국의 축구 지도자로는 이색적인 이력을 쌓은 임 총감독은 ‘축구 선교사’다. 인천대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한 뒤 남대문중, 성수중, 광운공고 감독을 역임한 임 총감독은 김주성, 홍명보, 하석주 등 한국 축구의 레전드를 양성한 명지도자였다.

그는 10년 전 훌쩍 아프리카로 떠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라이, 케냐, 짐바브웨, 잠비아 그리고 남수단까지 아프리카 각국을 돌며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쳤다. “은퇴하고 나면 아프리카나 오지에서 재능을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홀로 하기엔 후원 등 문제가 많았다. 선교 단체나 한국 교회의 협조를 받았다. 축구만큼 아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것은 없더라. 꿈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에게서 축구공 하나가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다. 코트디부아르의 드로그바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코트디부아르의 모든 아이들이 드로그바를 꿈꾼다. 그런 아이들이 있는 곳에 지도자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임 총감독은 10년간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면서 축구 교실을 열고, 축구 학교를 세웠다. 대한축구협회게 제작한 축구 훈련용 DVD를 영어로 번역해 아프리카 25개국에 전하는 일도 했다. 남수단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198위였던 FIFA 랭킹을 13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임 총감독이 남수단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 넣은 것은 남수단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더 큰 일을 하기 위해서다. 남수단은 임 부위원장과 함께 2016 히우 올림픽 8개 종목에 선수단을 파견한다. 이와 더불어 신생 칼빈대 축구부 총감독을 맡고 있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서 한국 지도자를 원한다.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룬 강국이다. 현지에서 좋은 이미지를 남겼다. 일반 대학교는 어렵지만 신학대에서는 그런 비전을 공유할 수 있다.”

칼빈대는 단순히 우수 축구 선수를 키우는 것뿐 아니라 축구로 더 많은 길을 열고자 한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지역 전지훈련을 진행하며, 선수들이 축구 지도자로 봉사와 재능 기부 활동을 함께한다. 선수 생활 이후 지도자로 전업을 위한 준비, 아직 한국 축구인들에게 생소했던 아프리카 진출의 기회, 한국 축구와 한국 사회가 아프리카 지역과 긴밀한 접점을 만드는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칼빈대 선수들은 축구를 하면서 외국어와 축구 지도, 각종 봉사를 통해 풍부한 이력을 함께 쌓을 예정이다. 아프리카 대학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아프리카 대학생 선수들의 칼빈대 합류도 계획하고 있다. 아프리카 선수들의 한국 진출 활로를 만드는 것도 칼빈대의 계획 중 하나다.

칼빈대의 목적이 단순히 축구 외적인 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랑코러스무스탕, 서울마르티스, 양주시민축구단 등을 이끌며 K3 리그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온 류봉기 감독은 “많은 아이들을 프로에 진출시키겠다”는 대학 축구부의 기본적 목적에도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류봉기 감독은 신학대 축구 팀이지만 “축구를 잘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동북고 홍인경, 춘천고 오현수, 목포축구센터 김진강 등 고교 무대에서 주목 받던 선수들이 칼빈대에 합류했다. 칼빈대 축구는 신생이기에, 1학년이 주축이다. 여기에는 명확한 장단점이 있다. “좋은 경기를 하고 나면 바짝 성장할 수 있고, 맥없이 무너지면 자신감 잃어버릴 수 있다. 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U리그는 1학년이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말 특별한 선수가 아니면 3~4학년이 주전이다. 지금 선수들에겐 기회의 장이다. 이 선수들이 2~3학년 되었을 때는 성장 속도가 더 빠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기들이 주축이 되면서 팀 훈련 분위기도 밝고 긍정적이다. 명문대 축구부는 전통이 있고, 막강한 선배들이 있지만,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류봉기 감독은 “우리 나라 선수들은 억압 속에 자란다. 창의성과 자유를 부여하고, 스스로 생각해 리더십을 갖추도록 할 것이다. 앞으로 세대를 이끌어갈 지도자가 될 선수들”이라고 했다. 칼빈대는 새로 시작하는 만큼 새로운 전통을 만들 수 있다.

생각만 창의적인 것이 아니다. 축구도 창의적인 축구를 지향한다. “양주에서도 그랬지만 패스 위주의 템포 빠른 축구 하려고 한다. 현대 축구에서 제일 중요한 소유와 압박을 겸해서 할 것이다.” 류봉기 감독은 실제로 빠른 패스 축구를 바탕으로 양주의 K3리그 우승을 이끌며 K리그 팀이 없는 의정부와 동두천 지역에서 팬을 몰고 다녔다. 중원에서 세밀한 플레이를 중시하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U리그 입성 첫 시즌에 우승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이루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류봉기 감독은 “갑자기 잘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겸손한 자세, 배운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U리그 역사상 신생 팀은 단 1승도 거둔 적이 없다. 류봉기 감독은 “창단 팀의 작은 승리라는 기적”을 마음 속에 품고 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양주 수비수 출신으로 초등, 중등 축구부 지도자를 거쳐 합류한 유병식 코치는 “성인 축구는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며 1학년생이 주축은 칼빈대의 당면 과제를 말했다. “1학년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근력적 부분, 피지컬적 부분에서 3~4학년 선수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기술적 부분이나 개인적 부분도 많이 부족하다. 일단 피지컬과 전체 전술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볼을 갖고 하는 체력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칼빈대는 아직 전용 축구장과 연습장이 없다. 올 시즌 U리그에서 홈 경기 개최권을 포기했다. 중립 지역에서 홈 경기를 치른다. 남양주축구단의 숙소를 함께 사용하며 남양주에서 훈련 중이다. 칼빈대는 새 학교 부지를 마련하는 대로 축구장과 훈련장 및 숙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칼빈대 축구부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새로운 역사다. 더 많은 신학대학에게 축구의 가치를 전도할 수 있는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3월호 'U리그'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사진=한준(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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