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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에서 1부로’ 중랑코러스 김성현의 인생역전 스토리

2014-12-17 17:31:00 6,837

김성현은 4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진출한 선수라는 흔치 않은 타이틀을 갖게 됐다.



최근 챌린저스리그(4부리그) 청주FC에서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서울이랜드로 이적한 최유상(25)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한국판 찰리 오스틴’으로 불렸다. 찰리 오스틴은 벽돌공 출신으로 잉글랜드 13부리그에서 시작해 1부리그 QPR에서 뛰게 된 신화 같은 존재다.

또 한 명의 ‘한국판 찰리 오스틴’이 탄생했다. 챌린저스리그 중랑코러스에서 단숨에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광주FC로 이적하게 된 공격수 김성현(24)이다. 선수가 4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진출한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일이다.

작년 K리그 드래프트에 지원했으나 지명을 받지 못한 김성현은 축구를 그만 두고 군입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은 1부리그로 승격한 광주FC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열어갈 꿈과 희망에 부풀어있다.

김성현은 하늘을 날 것 같은 심정을 애써 억누르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프로에서 1년 만에 방출되는 선수도 많다. 일단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광주월곡초를 졸업한 김성현은 파란만장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는 중학교에 진학하며 2년 동안 축구화를 신지 않았다. 당초 축구부 창단이 예정돼있던 모 학교의 창단이 무산되면서 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축구를 향한 열정이 수그러들지 않아 중 3때 다시 축구를 시작했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서산해미중학교에서 다시 축구부 생활을 시작한 김성현은 이후 3차례(서울청담중-시흥정왕중-전남강진중)나 학교를 옮겨야했다. 고등학교도 입학은 전남생명과학고로 했지만 졸업은 목포고였다(다행히 그 사이 전학은 없었다).

그는 “워낙 학교를 많이 옮겨다녀서 나도 왜 그랬는지 이유가 다 생각나지 않는다. 축구부가 해체돼 어쩔 수 없이 옮겨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축구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여러 곳을 다니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당시 실업팀이던 험멜(현 K리그 챌린지)에서 1년간 뛰다 광주남부대에 입학했다. 중학교를 1년 유급한 데다 대학 입학 전 험멜에서 1년을 보냈기에 남들보다 2년 늦게 대학에 들어갔다.

크게 눈에 띄지 않던 선수 생활을 이어간 그에게 큰 위기가 찾아왔다. 대학 3학년을 마치고 지난해 말 참가한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떨어지자 더 이상 축구 선수 생활을 이어갈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축구를 해오던 형 김성민은 지난해 충주 험멜에서 뛰었지만 목 디스크로 1년간 재활에만 매진했다. 가장 의지했던 형도 축구에 대한 의욕이 많이 꺾인 상태였다. 게다가 어머니는 형제가 모두 축구 때문에 힘들어하자 축구를 그만 두고 다른 길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당시를 회상하던 김성현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군에 들어가 미래를 생각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나에겐 운명 같은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는 김성현.



전남생명과학고 시절 김성현을 가르쳤던 김병환 감독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올해 초 중랑코러스로 부임한 김 감독은 옛 제자를 잊지 않고 불렀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 곳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워보자”며 김성현을 격려했다. 김성현은 마음을 고쳐먹고 오로지 축구에만 매진했다. 지난 4월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2014 하나은행 FA컵 32강전에서는 후반 교체투입돼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비록 중랑코러스는 승부차기 끝에 패했지만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성현은 “실력차가 있어 이기기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후반 초반에 한 골 허용했다. ‘여기까지 온 것도 잘 한 것 아니냐’며 체념했다. 그런데 내가 후반 조커로 들어가 동점골까지 넣었다. 비록 졌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와 실력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느꼈다. 득점 상황에서의 집중력 차이,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랑코러스는 올해 승승장구했다. 2012년 창단 이후 2년 연속 하위권을 맴돌던 중랑코러스는 올해 창단 후 최초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FA컵 32강 진출로 널리 이름을 떨친 중랑코러스는 이후 서울특별시장기 우승, 전국체전 서울시 대표 등 빛나는 업적을 쌓았다. 김성현은 “동료들과 가족 같은 분위기로 지냈다. 성적도 잘 났고 재밌게 축구했다. 김병환 선생님과 함께 하면 항상 재밌다. 1년 동안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광주행은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김성현은 지난 10월말 시작된 전국체전을 앞두고 광주로 테스트를 받으러 갔다. 아주대와의 연습경기에서 광주 선수들과 한 팀으로 출전해 호흡을 맞춘 김성현은 물 만난 고기처럼 그라운드를 헤집으며 전반에만 세 골을 성공시켰다. 경기가 끝난 후 남기일 광주 감독은 곧장 김병환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김성현을 꼭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성현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광주의 지명을 받았다.

올해 중랑코러스에서는 김성현 말고도 4~5명의 선수가 내셔널리그(3부리그)로 진출하는 경사를 맞게 됐다. 이 중에서도 가장 높은 무대로 올라가는 김성현은 “나 혼자 좋은 데로 가니까 미안하고 책임감도 크다. 다른 선수들 몫까지 잘 해서 ‘챌린저스리그는 약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현은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평가하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겨우내 땀 흘릴 계획이다. 김성현은 “스피드를 활용한 수비 뒷공간 침투에 자신 있다. 하지만 드리블할 때는 내 장점인 스피드를 살리지 못하고 문전에서의 침착성도 떨어진다. 그리고 중랑코러스로 온 이후 지난 시즌 내내 조커로만 투입됐다. 체력 훈련을 열심히 해 90분을 뛰어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김성현은 축구 선수로 전성기를 열어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당장 프로에 진출하면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둑해진(?) 연봉을 받게 됐다. 4순위 선수의 기본 연봉은 3200만원이다. 김성현은 “중랑코러스에서는 경기수당만 10만원씩 받았다. 그나마도 이기면 받는 것이고 비기거나 지면 없다. 그래서 생활하기 힘들어 부모님에게 용돈을 탔다. 정말 죄송스러웠다. 이젠 내가 효도할 차례”라며 활짝 웃었다.

고마운 분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항상 나를 챙겨주는 형에게 많이 의지했다. 형은 이제 축구선수를 그만 뒀는데 나라도 잘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병환 선생님에게는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다. 저를 신뢰하고 출전기회를 주신 것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프로에서 살아남는 것이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죽기살기로 뛰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찰리 오스틴은 최근 잉글랜드 팬들 사이에서 국가대표로 선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에 비하면 김성현은 갓 프로에 입단한 풋내기에 불과하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하지만 출발선에 서기까지 남들보다 먼 길을 돌며 좌절한 끝에 단단해져 돌아왔다. 그렇기에 김성현의 향후 행보가 더욱 궁금하다.

글=오명철
사진=구병온




김병환(왼쪽) 중랑코러스 감독이 흐뭇한 표정으로 김성현을 바라보고 있다.




김병환 감독은 '선수들이 좋은 곳으로 간다면 10명이 나가도 좋다'며 자신보다 제자들의 앞길을 먼저 생각했다.




김성현에게 거만한 포즈를 부탁했으나 그는 이토록 어색한 자세를 연출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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