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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표팀 맏언니 김정미가 말하는 '대표팀' 그리고 나의 축구'

2014-05-21 00:00:00 5,091

지난 19일 중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테이핑을 하며 경기를 준비하는 김정미. ⓒFAphotos



김정미는 2004년 현대제철에 입단해 10년째 프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골키퍼라는 특성상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여자 선수로서 이토록 오래 뛴 선수를 찾아보긴 힘들다. 김정미는 “운 좋게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아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며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다치지 않고' 결혼 후에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오래 현역 생활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축구를 시작한 계기는.
“중학교 입학하면서 축구를 시작했는데 많이 아파서 남들보다 뒤떨어졌다. 갑자기 운동량이 많아지니까 피로골절을 당해 쉬기도 했다. 그때 감독님이 ‘키가 크고 점프력 있으니 골키퍼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중2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키퍼를 맡았다.
당시 배구 선수 제의도 있었지만 축구부에서 더 적극적인 제의가 들어와 하게 됐다(웃음). 필드플레이어가 아닌 골키퍼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골키퍼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특수 포지션이라 더 매력적이다.“

-축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나는 축구하길 잘 했다고 항상 생각한다.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국제대회서 아쉽게 예선 탈락했을 때 아쉬움이 컸지만 그래도 축구가 재밌다.”

-오래 선수 생활을 한 비결은.
“10년 동안 큰 부상이 없었다. 부상 안 당하는 것도 복이라고 하더라. 아무리 몸관리를 잘 해도 경기 중에 다치는 것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한 번도 크게 다쳐서 수술하거나 오래 쉰 적이 없다. 손목 인대를 살짝 다치는 정도였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나.
“주위에서는 다치지 않는다면 가능한 오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저도 같은 생각이다. 최대한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다. 결혼 후에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결혼이나 연애를 생각할 나이다.
“주위에 결혼한 선배도 있지만 나는 아직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다. 아줌마 선수로 뛰려면 팀에서도 이해를 해줘야한다. 결혼해서도 몸관리를 잘해야한다. 제 친구인 홍경숙이 아줌마 선수로 뛰고 있는데 아직 그런 선수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홍경숙은 한국 축구 사상 최초의 아줌마 선수로 2011년 11월 아들 우주를 낳은 뒤 8개월 후인 2012년 7월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호주전 각오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나머지 두 경기가 진검승부다. 호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겠다. 호주는 유럽 스타일이다. 스피드와 파워가 뛰어나고 슈팅 강도가 세 긴장해야 한다.”

호찌민(베트남)=오명철




지난 7일 파주 NFC에서 열린 포토데이 행사를 기다리고 있는 김정미. 긴 생머리가 인상적이다. ⓒFAphotos




호주와의 준결승을 하루 앞둔 21일(한국시간) 훈련에 몰두하고 있는 김정미. FAphotos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최고참 김정미(30' 인천현대제철)에게 이번 대회는 그 누구보다 감회가 남다르다.

김정미는 2014 AFC 여자 아시안컵에 참가한 선수 중 가장 언니인 동시에 A매치 경험도 많다. 지난 2003년 태국 아시안컵에서 A매치 데뷔한 김정미는 지금까지 총 74경기에 출전했다. 2003 FIFA 월드컵에 출전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아시안컵' 아시안게임' 동아시아대회' 올림픽 최종예선 등 굵직한 대회는 모두 경험했다. 2005년 동아시아대회서는 박은선(28' 서울시청)과 함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

그런 베테랑도 12년 만에 다시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는 사실에 마냥 설렜다. “이젠 나이도 많이 들었다. 선수 생활 중 뭔가 확실하게 한 가지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게 김정미의 바람이다.

첫 걸음은 바로 이번 아시안컵이다. 일단 조별리그 2승1무를 거둬 출발이 좋다.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22일(한국시간) 호주와 준결승을 치른다. 만약 호주를 이긴다면 결승에서는 일본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여자축구 FIFA 랭킹 3위인 일본을 꺾는다면 내년 캐나다 월드컵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김정미와 대표팀 선수단의 공통된 생각이다.

김정미를 21일 오전 베트남 호찌민의 대표팀 숙소에서 만났다. 긴 생머리가 인상적인 김정미는 조곤조곤하고 신중한 말투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대표팀의 맏언니다운 말투와 행동이 군데군데 보였다.

-조별리그를 마친 소감은.
“조 1위로 결선에 올라간 게 언제인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이 정도 레벨의 대회에서 그런 적이 있었나 싶다.”

-12년 만에 월드컵 진출했다.
“그동안 계속 월드컵에 가지 못해 공백이 길었다. 이젠 나이도 들만큼 들었다. 선수 생활 중 뭔가 확실하게 한 가지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다.”

-2003년 월드컵을 되돌아보면 어떤가.
“워낙 어려서 다 처음 접하는 것이라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경기를 어떻게 치러야겠다는 생각보다 그냥 열심히 하자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칭스태프 선생님들도 분석을 열심히 하고' 저도 더 세밀하게 상대팀을 파악해 대비하고 있다. 그때와는 다를 것이다.”

-박은선과 유이하게 월드컵을 경험했다.
“은선이나 나나 그때는 막내여서 잘 몰랐다면 지금은 고참급이다. 은선이는 이번에 대표팀 와서 보니 예전에 알던 은선이가 아니다. 장난기 많고 까불대는 모습만 생각했는데 많이 성숙해졌다. 팀 미팅할 때 경기와 관련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느꼈다. 물론 지금도 장난기가 남아있지만' 이제는 ‘은선이가 대표팀에서 언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후배들을 이끌고 가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정신적으로 강해진 것 같다.”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조언보다는 후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남자팀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자대표팀은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어릴 때부터 같이 해온 선수들이 많아 더 끈끈하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계속 봐왔던 사이라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다. 서로 언니 동생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 너무 좋다.”

-이전 대표팀과 차이가 있다면.
“우리 세대는 중고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초등학교부터 축구를 시작한 선수들이다. 어릴 때부터 해와서 그런지 우리 세대에 비해 지금 기량이 훨씬 낫다.

-대표팀의 분위기메이커' 싸움닭' 애착이 가는 후배를 한 명씩 꼽는다면.
“김나래(24' 현대제철)가 분위기메이커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빵빵 웃음이 터진다. 가만히 있어도 흥겨운 에너지가 발산되는 친구다. 싸움닭은 조소현(26' 현대제철)? 깡다구가 세다. 내가 배우고 싶을 정도다. 인내력도 뛰어나고 강철 체력을 가졌다. 막내 골키퍼 민유경(19' 한양여대)이 애착이 간다. 이번에 만나서 친해졌다. 열한 살 차이가 나니까 주변에서는 내가 이모뻘 된다고 놀린다. 귀엽고 아껴주고 싶은 후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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