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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애 감독과 스무 살 그녀들의 유쾌한 도전' 대덕대 여자축구부 이야기

2014-02-03 00:00:00 6,832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대덕대 여자축구부 선수들의 밝은 모습 ⓒ송창우



2013년 각종 대회에 참가한 대한민국 여자 대학 축구부는 총 10팀. 그 중 대전 대덕대 여자축구부는 지난해부터 명함을 내민 새내기 팀이다. 그녀들은 야심차게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기만 했다. 한동안 이어진 패배에 몇몇 선수들은 점차 자신감을 잃어갔다. 축구선수로 성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그녀들이 지난해 12월 부임한 이미애 감독을 만난 뒤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미애 감독의 진심어린 지도 아래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한 그녀들은 축구화 끈을 다시 질끈 조여 매고 있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대덕대 여자축구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동계훈련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중순' 전남 구례종합운동장에서 그녀들을 만났다.

필드 플레이어가 GK 장갑을 끼기도... 패배의식에 사로잡혔던 선수들

2012년 11월 14일 창단을 선언한 대덕대 여자축구부는 2013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각종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의욕적인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섰지만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연령별 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것은 물론 오랜 기간 발을 맞춘 상대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여건도 따라주지 않았다. 때로는 경기에 나설 골키퍼가 없어 필드 플레이어가 골키퍼 장갑을 껴야 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선수들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학교 측은 축구부를 향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덕대는 ‘공부하는 축구 선수’라는 기치 아래 선수들이 WK리그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당장 눈 앞의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한 것. 지난해 11월에는 축구부 전용 버스를 지원하기도 했다. 비 시즌에는 선수들이 단체로 지역 봉사활동에 나서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깨닫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축구를 하고자 대학에 진학한 그녀들이 원하는 것은 축구선수로서의 성공이 1차 목표인 것은 당연했다. 이에 대덕대는 지난해 12월 ‘소문난 명장’ 이미애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대덕대의 ‘희망가’는 이때부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대덕대 선수들을 이끄는 이미애 감독 ⓒ송창우



이미애 감독' “지도자 생활 14년 중 가장 힘든 팀이에요”

한국 여자축구의 태동기였던 90년대 초반부터 여자 축구의 주축이었던 이미애 감독은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산 증인이다. 지난 2000년부터 충주 예성여고 코치직을 시작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2005년에는 U-17 여자대표팀 코치를 맡아 ‘대표팀 최초의 여성 지도자’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여자축구 명문 충남 인터넷고를 이끌었던 이미애 감독은 올해 대덕대 감독직을 맡아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이미애 감독의 대덕대 부임이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열악한 환경의 팀을 정상 반열에 올려놓기로 소문한 지도자이기 때문. 그녀가 이끌었던 예성여중' 예성여고' 강경여중 등 역시 대덕대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출발해 연령별 대표선수까지 배출하는 명문 학교로 재탄생했다.

그런 이미애 감독도 처음 대덕대를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고 고백했다. 물론 긍정적인 놀라움은 아니다. 이 감독은 “지도자 생활 14년 중 가장 힘든 팀이다”며 웃음지었다.

“선수들이 지난해 12월 23일에 종강을 했어요.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한 것은 크리스마스 이후에요. 아직 한 달도 채 안됐죠. 여기서 동계훈련을 하면서 선수들의 장단점과 습관을 파악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맡아본 팀 중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사실 많이 부족합니다. 이제 만들어가야죠.(웃음)”

충남 인터넷고를 이끌며 연령별 대표 선수를 배출하는 등 성공적인 길을 걸었던 이미애 감독. 그렇기에 채 자리잡지 못한 대덕대의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없었다. 이 감독은 도전과 성취감이라는 단어를 통해 대덕대 감독을 맡은 이유를 이야기했다.

“대표선수 생활도 10년 이상 했고' 지도자 생활도 14년 째 하고 있지만 제가 가는 곳이 항상 어려운 팀이었어요. 지도자 생활의 첫 발을 디딘 곳 역시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도전적인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참 좋습니다. 부족한 선수들을 끌고 올라간다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그러한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훈련을 통해 그 선수들이 추후에 인정받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이미애 감독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훈련기간 동안 선수단 파악에 힘을 썼다. 그 기간 동안 이 감독은 대덕대 선수들의 현재 상태를 진단했다. 그녀는 대덕대라는 팀' 그리고 대덕대 선수들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다.

“선수들이 이 학교에 온 이유가 다른 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온 것도 사실입니다. 어떤 선수들은 공부를 하기 위해 자격증도 따면서 편하게 축구 하려고 온 선수도 있더라고요. 아직 체계적인 과정이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선수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니에요. 현실적인 문제죠. 선수들이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진로를 미리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사회에 나가서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죠. 그런 것을 선수들에게 깨닫게 해주고 싶었어요. 단순하게 운동만 하기 싫고' 자유롭고 싶어서 선수 생활을 접는다던가'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선택 같아요.”





이미애 감독은 도전에 따른 성취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이다 ⓒ송창우



남다른 도전 의식으로 유명한 이미애 감독의 스토리' 선수단 자극의 촉매제 역할해

이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선수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했다. 실제 이미애 감독은 남다른 도전 의식으로 유명하다. 고등학교 3학년까지 ‘역도 국가대표 선수’의 삶을 살았던 이 감독은 허리 부상으로 역기를 내려 놓아야만 했다. 이후 태릉 선수촌에서 본 ‘여자축구 선수 모집 공고’를 통해 축구선수의 삶을 시작했다.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해요. 역도를 과감히 포기하고 축구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죠.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부터 축구를 시작해서 3개월만에 상비군' 6개월만에 국가대표가 됐어요.”

“1991년일 거에요. 6개월동안 정말 노력했어요. 6시에 일어나서 훈련하고 수업 마치면 저녁에 또 야간훈련을 했어요. 2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 그렇게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성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깨닫게 된 것 같아요. 당시 제가 속했던 인천전문대에 남자 축구부가 있었는데 그 선수들에게 축구 레슨을 따로 부탁했었어요. 그때는 운동세계는 1인자 빼고는 기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살아남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죠.(웃음)”

“역도 대표 선수 생활을 하면서 태릉선수촌 선수들이 얼마나 힘들게 운동하는지를 봤어요. 간절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성공할 수 없어요.”





카메라 앞에서 재치 넘치는 포즈를 취한 김다희(왼쪽)와 이정인(오른쪽) ⓒ송창우



팀 주축 김다희 & 주장 이정인'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어요”

이렇듯 파란만장(?)한 이미애 감독의 삶과 카리스마 넘치는 그라운드 위에서의 모습은 선수단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팀의 주축 김다희(2학년)는 이미애 감독 부임 이후 실제로 선수단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소와 함께 거짓이 아니라며 ‘진짜’라는 단어에 힘을 줘가며 이야기했다.

“사실 선수들이 감독님 보고 두려워했어요. 카리스마 넘치시고 해서...(웃음). 그런데 지금은 선수들이 감독님을 보면서 ‘나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 이런 얘기를 스스로 ‘진짜’로 해요. 더 열심히 하고 싶어 해요. 처음에는 WK리그를 포기했던 선수들도 갈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고요. 긍정적인 변화에요.(웃음)” – 김다희

주장 이정인(2학년) 역시 긍정적인 변화를 이야기했다. 이정인은 좋지 않은 습관을 버리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동시에 이 감독의 친근함이 너무 좋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가장 확실하게 변한 것은 체계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저희 스스로 몸 상태가 좋아지고 실력도 늘어가고 있어요. 생활적인 측면에서도 안 좋은 습관을 버리기 시작했고요. 예를 들면 밤 늦게까지 TV를 본다던가… 이런 것 들이요.(웃음)”

“고등학교 때 뵌 적이 있어요. 그때는 상대팀 감독이셨죠. 그때는 워낙 카리스마가 넘쳐 보이셨어요. 사실 제가 직접 감독님께 그때는 무서워 보였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웃음) 지금은 너무 좋아요. 운동할 땐 운동하고 놀 때는 놀고. 성격도 너무 좋으시고 장난도 많이 치세요.(웃음)” – 이정인


선수들이 감독님을 무서워하는 것 같다는 질문에 이미애 감독은 박장대소했다. 이 감독은 농담조로 “이유를 모르겠다”며 웃음지었다.

“사실 선수들이 저를 조금 무서워 하지만… 저는 이유를 모르겠어요.(웃음) 운동장에서 워낙 진지한 모습으로 있어서 그런지 선수들이 처음에는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명확하게 하고 싶어요. 운동장에서는 운동만 하고' 평소에는 편하게 쉴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은 하면 잘 따라오지만 대학생들은 성인이라 그런지 쉽지가 않아요. 그렇지만 지금 선수들은 훈련 프로그램에 만족하고 있고' 잘 따라오고 있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한 번에 큰 변화를 바랄 수는 없죠.(웃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미애 감독의 시선은 그라운드를 향해있었다. 이 감독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은 채 선수단을 바라보며 자신의 역할을 이야기했다.

“이 선수들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어요. 잘하는 선수에 가려져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지 못했을 수도 있고' 지도자의 역량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제 역할은 그러한 것들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고요.”




그녀들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송창우



이제 갓 스무 살' 그녀들의 도전은 이제 시작일 뿐

대덕대 선수들을 포함한 대한민국 여자 대학 선수들의 꿈은 WK리그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다. 올해 열린 2014 WK리그 드래프트에서도 42명의 지원자 중 23명만이 선택 받았을 뿐이다. 더욱이 대덕대 선수들은 경쟁 대학 선수들보다 한 걸음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덕대 선수들 역시 이러한 현실을 잘 알기에 몇몇은 WK리거로서의 꿈을 일찌감치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앞선 김다희의 이야기처럼 선수들 스스로 희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본격적인 2014 시즌이 열리지 않았기에 이들의 행보를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애 감독 부임 이후 선수단이 되찾기 시작한 ‘희망’만 놓고 본다면 올 한해 대덕대의 출발만큼은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이미애 감독은 선수들끼리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분발을 다짐했다고 고백했다.

“물론 우리 선수들을 WK리그에 보내고 싶어요.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선수들 스스로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선수들 중에 선배 선수가 후배 선수한테 ‘희망이 생겼다’고 문자를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WK리그는 꿈만 같은 곳일 줄 알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자 청춘이라 불리는 스무 살. 선수단 전원이 1' 2학년으로 구성된 대덕대 선수들의 나이다. 이미애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제 막 시작한”' 스무 살 그녀들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이제 막 시작인 선수들이에요. 중•고등학교 시절은 모두 잊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해야 할 것 같아요. 아직 선수들이 많이 부족하지만 잘 될 거라 믿습니다. 힘들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힘들어도 스스로 이겨내려고 노력한다면… 잘 되지 않을까요?(웃음)”


구례=송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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