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TVK3 K4

춘천 김용호 감독' 여자축구에서 챌린저스리그로 이어진 ‘내유외강’ 지도력

2012-11-27 00:00:00 5,864

춘천 시민축구단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김용호 감독 ⓒ서혜민



'내유외강(內柔外剛)’이라는 말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부드럽다’는 뜻을 갖고 있다. 흔히 사용하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반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챌린저스리그에는 ‘내유외강’과 완벽히 어울리는 지도자가 있다. 춘천 시민축구단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우수지도자 상을 수상한 김용호 감독(42)이 그 주인공이다.

춘천 선수들은 김용호 감독을 ‘스나이퍼’라고 부른다. 영화배우 최민수 씨를 닮은 강한 인상 때문. 어두운 피부 톤에 수염을 길렀고' 긴 머리를 뒤로 묶은 채 검은 트레이닝 복과 통이 큰 트레이닝 바지만 입고 다닌다. 훈련장에서도 같은 차림이다.

‘야인’ 혹은 ‘예술인’의 느낌이 나는 김 감독의 풍모는 ‘카리스마’ 그 자체다. 선수들을 향한 전술 지시가 아니면 경기장에서 그의 목소리는 좀처럼 듣기가 힘들다. 경기 종료 직전 득점으로 승리하게 되어도 웃는 모습이나 액션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강한 인상 속에는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다. 전형적인 ‘내유외강’형 인물이다.




U-17 여자월드컵 당시의 김용호 감독 ⓒKFA



# 오주중 60연승의 전설...2008 U-17 여자월드컵 8강 신화로!

김용호 감독은 국내 여자축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05년 최인철 감독(현대제철 감독)이 동산정보산업고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자리를 비운 오주중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했고' 2년 간 ‘60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오주중을 여자축구계의 절대 강자로 만들었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김용호 감독은 2007년 오주중과 U-16 여자대표팀의 감독을 겸임하게 됐다. 호주 U-16 AYOF 대회에서는 중국을 물리치는 이변을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했고' AFC U-16 여자 챔피언십에서 다시 중국을 꺾고 3위를 차지하며 2008년 FIFA U-17 여자월드컵 진출권을 획득했다. 한국 여자축구 사상 최초의 U-17 여자월드컵 진출이었다.

2008 U-17 여자월드컵에서도 김용호 감독은 지소연(현 고베 아이낙)을 주장으로 선임하고 박희영(현 스포츠토토)' 서현숙(현 대교)' 전은하(현 강원도립대) 등을 이끌며 8강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훗날 2010 U-20 여자월드컵 3위의 주역들을 미리 조련한 셈이다.

월드컵 첫 참가에 8강까지 오른 U-17 여자대표팀. 아마도 ‘세계 최강’ 미국을 더 늦게 만났더라면 4강 이상의 성적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2010년 U-17 여자월드컵 우승과 U-20 여자월드컵 3위 신화보다 2년 앞서 김용호 감독의 U-17 여자대표팀이 가능성을 열었던 것이다.




춘천 시민축구단의 모습 ⓒ서혜민



# 2010년 춘천 객원 감독으로 합류' 춘천을 리그 강호로 만들다

이후 개인사정으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김용호 감독은 남자축구로 시선을 옮겼다. 무대는 챌린저스리그. 오랜 지기인 함철권 감독(현 춘천 부단장)이 이끄는 춘천의 객원 감독으로 합류해 돕기 시작했다. 2010년 창단해 첫 해 18개 팀 중 15위에 머무른 춘천의 체질을 완벽히 바꾸겠다는 생각이었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2011년 김용호 감독은 춘천의 모든 경기를 비디오로 녹화하며 분석했고 새로운 전술을 만들었다. 그 결과 춘천은 플레이오프 진출은 아쉽게 실패했지만' 통합 순위 4위로 돌풍을 일으켰다. 내용 또한 경기를 장악하는 패싱 게임을 구사하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2012년' 함철권 감독은 춘천의 부단장으로 승격했고' 김용호 감독이 정식으로 감독 자리에 이름을 올리며 지휘봉을 잡았다. 춘천은 시즌을 앞두고 플레이오프에 도전할 가장 유력한 다크호스 정도로 평가받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김용호 감독의 지휘 아래 리그 대표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경기력 또한 압도적이었다. 전력이 약한 팀을 상대로는 경기를 완전히 장악하는 패싱 게임을 통해 완승을 거뒀고' 전력이 비슷하거나 강팀들을 상대로는 1차적으로 수비벽을 두텁게 한 후 무서운 역습으로 무너뜨렸다.

결국 춘천은 정규리그에서 18승 4무 3패로 통합 2위를 기록함과 동시에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공포의 신생팀’ 파주 시민축구단을 3-2로 꺾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포천 시민축구단에 아쉽게 0-1로 패하며 두 번째 목표였던 우승은 실패했지만' 우승에 ‘실패’했기보다는 ‘값진’ 준우승이라는 이름이 어울릴만한 성과와 성장이었다. 부상과 이적으로 주전들이 상당수 빠진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 “춘천은 현재 진행형...챌린저스리그 최고의 경기력과 환경이 목표”

김용호 감독은 춘천 감독으로 부임 이후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모든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 속에는 깊은 의도가 깔려있었다. 팀이 완성되기 이전에는 외부에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김용호 감독의 뜻을 듣기 위해서 춘천의 훈련장을 찾았다. 지난 파주와의 플레이오프를 이틀 앞둔 시점이었던 15일' 춘천의 훈련장인 송암스포츠타운 보조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심스런 눈치였다.

“인터뷰를 거절했던 이유는 춘천은 아직 만들어가는 팀이기 때문이에요. 챌린저스리그는 성인무대이기 때문에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에게 학생일 때처럼 기술을 가르쳐줄 수는 없어요. 이제는 생각하면서 좋은 축구를 만들기 위해서 뛰어야죠.”

“지금 우리의 경기력은 리그에서 가장 좋은 편이라고 봅니다. 아직은 원하던 만큼 완성되지는 않았어요. 올해 주전 선수들이 부상과 이적으로 7~8명이 빠졌습니다. 안타깝죠. 하지만 내년을 거치면서 경기력의 완성과 우승을 모두 이뤄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뤄내야죠.”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팀의 기틀을 만들어야 하고' 선수들의 인성이 중요합니다. 선수의 수준을 만드는 건 인성이에요. 하고자 하는 자세가 되어있는 선수들을 바탕으로 춘천 축구의 틀을 만들고' 그 선수들에게 상위리그 진출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또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김용호 감독 ⓒ박성준



# 선수들이 좋아하는 ‘내유외강’형 지도자

김용호 감독은 그라운드 안에서는 선수들이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하여 따끔하게 지적한다. 또한 팀의 분위기를 흐리는 선수는 용납하지 않는 등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만'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평소 선수들과 잦은 개인 면담으로 선수들에게 축구에 대한 동기부여를 확실히 해주고 축구 외적으로 개인적인 고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지도자로서 권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며 진정으로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달되기 때문에 선수들은 그를 완벽히 신뢰한다.

김용호 감독이 선수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증거는 이번 플레이오프와 챔결전에서도 나타났다. 오주중과 U-17 여자대표팀을 이끌 당시에 제자들인 김혜리' 송아리(이상 서울시청) 권예은(수원 FMC)' 이영주(한양여대) 등 7명의 옛 제자들이 이번 플레이오프가 열렸던 춘천과 챔피언결정전이 열렸던 포천을 찾은 것.

아무리 존경하는 스승일지라도 함께 한지 수년이 지난 스승을 응원하기 위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찾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용호 감독은 이날도 역시 경기 중에는 단 한 번의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제자들이 찾아와 인사하는 순간에는 준우승이 확정된 씁쓸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소로 반겨줬다.

한 예화로 지난 24라운드 서울FC 마르티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주전 왼쪽 풀백 최문규의 어깨가 부러지는 중상이 있었다. 김용호 감독은 구단 버스에 함께 올랐고' 부상 상태를 걱정하며 근처에 재활하기 좋은 병원을 알아보는 등 경기장에서 김 감독의 강한 인상만 기억하던 이들에겐 놀라운 뒷이야기다.

이런 김용호 감독의 행동들이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한 후 춘천의 한 선수는 “우승을 놓친 실망감과 아쉬움이 크다. 이제 끝났다는 섭섭함도 크다. 하지만 감독님의 믿음에 우승으로 보답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가장 크다”며 김 감독을 향한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김용호 감독은 지도자 초창기 시절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오고 A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공부하는 지도자’의 모습도 보여줬다. 김용호 감독의 ‘내유외강’ 지도력과 꾸준한 공부가 합쳐진다면 한국축구의 풀뿌리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글=김동현(KFA리그신문)

  • 페이스북
  • 트위터
  • URL 카피

[챌린저스리그 챔결전] 포천 이수식 감독' 두번째 우승컵을 들다!

2012년' 챌린저스리그에는 무슨 일이?

목록
이전게시글 다음게시글

K3 K4

거제시민 쌍둥이 이상용-강욱의 특별했던 2023년

K3 K4

심봉섭 여주FC 감독 ‘콤플렉스를 극복하면 길이 열린다’

K3 K4

부산아이파크 퓨처스 김치곤 감독, 그가 꿈꾸는 지도자의 길

K3 K4

'3년 연속 K3 베스트11' 양준모 "매 순간 최선 다하려 했다"

K3 K4

군복무 마친 박원재 “제주 돌아가서도 경쟁력 보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