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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故 배종우 감독 추모식 열린 한밭벌 '눈물'로 물들다

2011-09-19 00:00:00 3,470

故 배종우 감독을 추모하는 대전 한수원 선수들 ⓒ서혜민



지난 16일 오후 블랙수트를 차려입고 대전행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24절기 중 열 다섯 번째 절기로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백로가 일주일 전이었습니다만' 한낮 최고 기온이 30도에 이를 정도로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대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대전 한수원)과 용인시청의 '삼성생명 2011 내셔널리그' 22라운드가 펼쳐지는 한밭종합운동장을 방문했습니다. 대전 한수원 배종우 감독 별세 이후 펼쳐지는 첫 번째 정규리그 경기. 스승을 하늘로 떠나보낸 대전 한수원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경기 시작 30분 전 만난 대전 한수원 서보원 코치는 "선수들의 이기겠다는 투혼이 대단하다. 한편으로는 이런 정신무장이 부담으로 작용할까 걱정도 되지만' 반드시 이기겠다"고 밝혔습니다. "감독님 영전에 승리를 바치겠다"는 서보원 코치 목소리에서는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저녁 7시.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입장했습니다. 대전 한수원은 붉은색 상의의 홈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왼쪽 팔에는 근조 리본을 달았습니다. 대전 한수원 벤치에는 국화꽃이 놓였습니다. 故 배종우 감독의 빈자리에 자리한 서보원 코치의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김기복 내셔널리그 부회장의 격려 이후 킥오프 된 경기. 대전 한수원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뛰었습니다. 사실 이날 대전 한수원은 베스트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습니다. '부상병동'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공격수 뿐 아니라 수비수로도 뛸 수 있을 정도로 전술적 운영 폭이 굉장히 넓은 국가대표 출신 고기구는 발목 부상을 당해 벤치를 지켰습니다.

후반기 영입한 정철운은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어 잔여경기 출장이 힘든 상황입니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서관수까지 전력에서 제외되는 불운. 그러나 대전 한수원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습니다.





선제골을 넣은 대전 한수원의 이태영 ⓒ서혜민



전반 종료 직전 마침내 첫 골이 터졌습니다.
미드필드 왼쪽에서 김윤식이 찔러준 왼발 침투패스를 받은 이태영이 교과서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용인시청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대전 한수원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번째 경기에서 '첫 골'을 뽑은 이태영은 국화꽃이 놓인 벤치로 달려가 동료들과 묵념을 하며 故 배종우 감독과 득점 기쁨을 함께 했습니다.

후반전 들어서도 대전 한수원의 공격력은 불을 뿜었는데요. 후반 37분과 46분에는 팀내 득점 1위 홍형기가 릴레이 골을 몰아치며 3-0 완승을 이끌었습니다. 대전 한수원은 이날 전까지 용인시청을 상대로 무승 징크스에 빠져 있었습니다. 2년 간 세 번 맞붙어 2무 1패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공격수와 미드필더 간의 유기적인 협력플레이를 통한 아기자기한 공격 전개와 용인시청 공격수들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짠물수비'로 그 징크스를 시원하게 날려 버렸습니다.

무엇보다도 떠난 선장 배종우 감독에게 승리를 선물했습니다. 10일 별세 이후 추석 연휴 치러진 장례 기간 동안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지키며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던 대전 한수원 선수들은 가슴 속 슬픔을 무서운 투지로 승화시켰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故 배종우 감독의 모습을 전광판 영상으로 보며 울먹이는 대전 한수원 선수들 ⓒ서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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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에게 큰 절로 마지막 인사를 하는 대전 한수원 선수들 ⓒ서혜민



경기가 끝난 뒤' 대전 한수원 선수들은 전광판에 모습을 드러낸 배종우 감독에게 마지막 큰 절을 올렸습니다. 어용국 수석코치부터 서보원 코치' 김정겸 주장까지. 배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 남은 네 경기에서의 선전을 다짐했습니다. 몇몇 선수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서보원 코치는 "감독님께서 도와주셨다. 선수들에게 '오늘은 절대로 골 먹지 않으니까 걱정 말고 후회 없이 뛰라'고 주문했다. 쉽지 않은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확보해 기쁘고' 감독님께 승리라는 선물을 바칠 수 있어 감동스럽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대전 한수원은 이날 승리로 4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기도 했습니다.

고인이 되신 배종우 감독님과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것은 지난 2010년 11월 2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였습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 2차전이 끝난 직후였는데요.

종합전적 1-2로 준우승에 머무른 감독님께서는 "금메달을 딴 선수 뿐 아니라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의 땀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준우승을 차지한 대전 한수원 선수들도 기억해 달라는 부탁이셨죠.

또한 "내년 시즌에는 기존 선수에 새로운 선수를 보강해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팬들과 약속했습니다.

"한수원은 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씩 발전하는 팀이 될 것이다."

감독님이 저에게 건넨 마지막 한 마디입니다.

1975년 입단해 2011년까지 무려 36년 간 한 팀에 머물며 대전 한수원 축구의 부흥을 이끈 故 배종우 감독은 대전 한수원 선수들 가슴 속에 불멸(不滅)의 감독님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제 가슴에는 공부하는 지도자' 노력하는 감독' 화끈한 승부사로 기억 될 것이고요.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독님 하늘나라에서도 부디 행복하세요.


글=장영우(내셔널리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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