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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축구로 깊어지는 전통' 강릉 성덕초

2011-06-30 00:00:00 3,741

축구부 친구들을 응원하는 성덕초 학생들의 뜨거운 응원 ⓒKFA 홍석균



예행연습이 끝나자 비가 멈췄다. 경기를 앞둔 선수' 생중계를 준비한 방송국' 그리고 응원을 기다린 아이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 29일 오후 2시' 강릉 성덕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성덕초와 휘모리FC의 ‘2011 대교눈높이 초등부 강원리그’ 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는 스포츠 전문채널인 ‘KBS N 스포츠’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돼 특별함을 더했다. 전통의 축구 명문 성덕초와 내셔널리그 강릉시청의 유스인 휘모리FC의 경기는 전국에 최초로 생중계된 학원 팀과 클럽 팀의 대결이기도 했다.

홈팀 성덕초는 특별함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행사를 준비했다. 초등리그를 주제로 사생대회를 여는가 하면 전교 ‘완소’ 회장 조용준 군과 ‘비주얼’ 부회장 최승아 양이 경기 사회를 진행했고' 방송 댄스팀의 어여쁜 공연은 하프타임을 수놓았다. 비로 취소된 양 팀 응원단의 릴레이 경주가 진행됐더라면 더 없이 가득 찬 축구 행사가 됐을 것이다.




하프타임에 열렸던 성덕초 방송댄스팀의 공연 ⓒKFA 홍석균



“우비가 없어서 응원이 취소됐어요”

경기를 앞두고 사회자들의 준비가 한창인 진행석 앞에는 키가 작은 한 여학생이 서성거렸다. 멋진 언니' 오빠들의 늠름한 모습에 흠뻑 빠진 모양이다. 3학년인 이 학생은 “응원하고 싶었는데 우비가 없어서 그냥 가래요”라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 직전 비가 내리는 바람에 우비가 준비되지 않은 3학년은 응원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관중석이 텅 빈 것은 아니다. 알록달록한 색깔로 꾸며진 스탠드는 어린 학생들로 가득 찼다. 한껏 응원 준비를 마친 4' 5' 6학년 아이들이다. 다행히 이들에게는 우비가 주어졌다.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야외수업은 언제나 즐겁다. 아이들의 웃음이 축구 때문인지' 응원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교실을 벗어났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아이들은 신나게 뛰고 장난친다.

응원 준비를 얼마나 했는지 곳곳에서 정성스레 준비한 응원문구들이 눈에 띈다. 후반전 파도타기 응원을 주도했던 남학생은 ‘지면 밥 없다’는 팻말을 들고 열심히 뛰었다. 특이한 응원도 있었는데 장엄한 표정으로 ‘성덕초 파이팅’을 외치던 한 무리는 곧이어 ‘휘모리 파이팅’으로 구호만 바꾸어 목청을 돋웠다. 휘모리FC의 응원단이 없을 줄 알고 미리 준비했다는 이들의 마음이 대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은 KFA 마스코트 백호와 사진을 찍고' 친구들의 응원을 따라 하며 경기를 즐겼다. 마침 성덕초는 후반전 막판 결승골까지 넣으며 응원을 준비한 친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더 없이 흥겨운 축구장이었다.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던 강릉 성덕초와 휘모리FC의 대결 ⓒKFA 홍석균



축구를 향한 전폭적인 지원' “모든 것이 교장선생님 덕분”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전혀 불편하지 않았던 경기. 성덕초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성덕초의 교기(학교에서 전통적으로 즐겨 내려오는 대표적인 운동)는 축구다.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바로 느낄 수 있다. 스탠드 뒤쪽의 담벼락에는 ‘보여주자' 우리 성덕의 매운맛!’이라는 표어와 함께 축구 그림이 그려져 있다.

본관 들어서도 성덕초의 축구 전통을 바로 느낄 수 있다. 현관 한쪽 벽면에는 설기현(울산 현대)의 그림이 크게 그려져 있는데' 바로 설기현이 성덕초 출신이다. 성덕초 축구부의 역사가 이미 반세기(1946년 창단)를 훨씬 넘겼으니' 설기현 같은 월드컵 스타를 배출한 것이 신기한 일도 아니다.




이날 성덕초 여자팀은 경기 진행을 도왔다 ⓒ손춘근



더욱 놀라운 것은 여자축구부도 있다는 사실. 2000년에 창단된 여자축구부는 전국 4강권에 드는 여자 축구의 강호다.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한 팀을 운영하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성덕초는 남자팀과 여자팀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가능할까?

“학교 자체가 축구에 관심이 많아요. 교장 선생님과 모든 선생님들께서 축구에 열정을 갖고 계시죠. 현재 여자 선수가 24명인데 최고의 조건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 양소연 여자팀 코치

양 코치는 좋은 시설을 갖춘 생활관' 더운 여름에는 야간 운동을 할 수 있는 라이트 시설' 비를 피해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체육관' 그리고 선수단 전용 45인승 버스 등을 자랑했다. 다른 팀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해보면 굉장한 여건이다.

이성근 남자팀 감독도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강릉 지역에서 인조잔디 구장을 보유한 학교는 성덕초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성덕초는 초등리그에 참가한 2009년 이후 홈 경기 무패다. 홈 구장의 힘이다.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한 팀을 꾸려가기도 예산이 빠듯한데' 남자' 여자팀을 같이 끌고 가신다는 부분에 교장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교장 선생님이 8월달에 퇴임하시는데' 끝까지 축구부에 열정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성근 남자팀 감독

그러고 보니 여자팀 양소연 코치도 교장 선생의 축구 열정을 성덕초의 힘으로 꼽았다. 최완종 교장을 만나보지 않을 수 없다.




성덕초의 전통을 더욱 깊게 만든 최완종 교장 ⓒ손춘근



최완종 교장' “소임 다한 느낌' 내가 좀 열정이 많아”

최완종 교장은 두 달 후 퇴임하는 선생이라 하기에는 꽤 젊어 보인다. 40년 이상을 교단에 선 선생답게 말도 조리 있게 잘 한다. 그리고 솔직하다.

“제가 사실 축구에 열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애로점도 많아요. 예산문제가 어려운데' 사실 외부 지원을 많이 받고 있어요. 시청과 교육청에 특별 지원을 지원받고' 금년에는 강원도와 강릉시 체육회에서 지원을 많이 해줘서 어느 정도 형편이 좋았습니다.”

“우리 학교 전통이 축구인데 제가 근무하는 동안에는 이 전통을 살려야 되지 않습니까? 4년 동안 열심히 노력을 했는데' 물론 일반 학생들에게 가야 할 예산이 일부 축구부로 오니까 다른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감도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 전 직원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니까 학교를 경영하는데 편하고 도움이 됐습니다.”

최 교장은 교육대학교 재학시절 축구선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축구 지도를 하기도 하며 축구와 인연을 이어갔고' 4년전 성덕초에 부임하면서 열정을 폭발시켰다. 성덕초의 인조잔디도 최 교장의 업적이기도 하다.

8월 말 퇴임하는 최 교장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2개월 남짓. 성덕초의 축구 전통을 잘 계승시켰다는 생각에 최 교장은 뿌듯함을 느끼는 듯 했다. 그는 “전통 있는 학교에서 근무한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자신의 후임도 성덕초의 전통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강릉을 축구 도시라고 한다. 그만큼 강릉시민들은 축구를 좋아한다. 축구를 향한 열정이 잘 반영된 성덕초. 이런 열정이 계속돼 성덕초의 축구 전통이 앞으로 더욱 깊어지기를 기원한다.


강릉=손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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