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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심판교육, 비활동 심판 줄이는 기폭제 될까
2025-08-08 07:13:19 384
제1차 여자심판교육 현장
대한축구협회(KFA)가 처음으로 3급~5급 여자 심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시행했다. 이번 교육의 1차 목표는 여성 하급 심판의 기술 향상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자격증을 따고도 활동하지 않는 심판의 수를 줄이는 데 있다.
최근 심판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자격을 획득하고도 활동하지 않는 비활동 심판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KFA 심판 강사, 시도축구협회 심판 이사, KFA 심판운영팀 매니저 등으로 구성된 TF팀이 지난해 발간한 ‘저연령 우수 심판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 결과 보고’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비활동 상태인 심판은 5천 명 대를 꾸준히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활동 심판은 2천 명대 후반에서 3천 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심판이 비활동을 택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KFA 심판운영팀이 2024년 10월 15일부터 11월 15일까지 비활동 심판 2,062명(2024년 10월 기준)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의하면 ‘심판 활동 중단의 이유(복수 응답 가능)’는 본업 집중 어려움(60.4%), 개인적인 사정(41.1%), 경제적 보상 부족(12.1%), KFA나 시도축구협회의 지원 부족(10.6%), 축구 관계자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4.3%)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심판 활동 중단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서술형)’으로는 학업 및 군 복무 문제(45%), 경제적 부담 문제(20%), 환경적 요인 문제(15%), 정보 부족 문제(5%) 등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부담 문제는 장비 구매와 이동 거리에 따른 교통비 등 경제적 보상의 부족을 이야기하며, 환경적 요인 문제는 지도자와 동료의 폭언이나 이동 거리에 대한 부담 등을 말한다. 또 정보 부족 문제는 심판 활동 절차나 경기 신청 방법 등의 정보를 접하기 힘든 경우를 뜻한다.
신인 심판이 자격증을 따고도 활동하지 않거나 아예 은퇴를 선택해 버리면 배정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고, 대회 운영도 어려워진다. 한국 축구는 2016년 KFA와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연합회의 통합, 2019년 초등학교 축구 8인제 도입 등으로 매년 경기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커버할 심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전문 축구와 동호인부를 구분하지 않고 심판을 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여성 심판들의 비활동 전환은 남성 심판들보다 두드러지는 추세다. 한국은 오현정, 김유정 등 국제적으로 활동 중인 톱클래스 여성 심판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아래를 받치는 3급~5급 여성 활동 심판의 수는 점점 감소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래서 KFA는 7월 5일부터 6일까지 1박 2일간 경기 용인시에 있는 써닝리더십센터에서 제1차 여자심판교육을 열었다. 여자심판교육은 3급~5급 여성 활동 심판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역량을 향상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 축구는 제2의 오현정 심판을 배출하는 것이 과제다
판정 후 분석이 중요한 이유
여자심판교육은 핸드볼, 오프사이드, PAI(PENALTY AREA INCIDENTS,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의 상황 판단) 등 기술 위주의 이론 교육으로 진행됐다. 선착순으로 참가 신청한 전국의 3급~5급 여성 활동 심판 24명이 휴일을 반납하고 용인으로 모였다.
전기록, 정지영 KFA 심판 강사가 번갈아 강의를 진행했다. ‘ONSIDE’는 2일 차인 7월 6일에 현장을 방문했는데, 교육 내내 강사가 화두를 던지면 참가자가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등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강사들은 참가자들에게 좋은 판정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을 거듭 강조했다. 기본이 강해야 빠른 성장도 가능해서다. PAI를 강의한 정지영 강사는 영상으로 경기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 상황에서 어떤 판정을 내릴 것인지 참가자들에게 물었는데, 답변이 신속히 나오지 않으면 재촉하기도 했다. 답을 빨리하지 않는 것은 휘슬을 불까 말까 망설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또 경기 중 페널티킥을 선언했든 안 선언했든 사후 분석은 꼭 해야 훌륭한 심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팀워크 강의도 인상적이었다. 1심제로 진행되는 초등 축구를 제외하면 나머지 경기는 주심과 부심, 대기심이 함께 팀을 이뤄 경기를 운영한다. 같이 경기에 나서는 심판 간의 협업이 중요하다. 특히 하급 심판들은 자격 획득 후 주로 1심제로 경력을 시작하기에 팀워크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 정지영 강사는 “팀워크가 필요한 이유는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경기 시작 전부터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 팀워크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오심하면 이를 보완하고 공부해서 반복하지 않는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문진희 심판위원장은 여자심판교육에 온 참가자들에게 동기 부여와 도전 의식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 위원장은 PPT 화면에 오현정, 김유정, 김경민 등 현역 여성 심판들의 사진을 띄우면서 “나는 여러분이 훗날 이들처럼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에 와줘서 고맙고, 여러분의 도전을 환영한다. 우리는 교육으로 여러분을 꾸준히 지도할 것이다. 이번 교육 이후에는 실전 훈련과 스토브리그 등이 진행될 예정인데, 내년쯤 되면 ‘내가 이만큼 발전했구나’라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하급 여성 심판의 현실 ‘모든 게 쉽지 않아’
참가자들은 1박 2일간 체계적이면서도 알차게 진행된 교육에 만족감을 표했다. 무엇보다 하급 여성 심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처음으로 열렸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지역에서 활동 중인 황은아 심판(4급)은 “하급 여성 심판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가 그동안 없었는데, 이제라도 생겨서 다행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교육이 꼭 필요하다. 앞으로도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아진다면, 남성 심판 못지않게 여성 심판의 활동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 지역에서 활동 중인 김태양 심판(4급)은 현역 축구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축구 선수일 때는 잘 알지 못했던 규칙을 심판 교육을 통해 배우니 머리를 100대 정도 얻어맞은 느낌”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자격증을 딸 때도 느꼈지만 축구 선수의 입장과 심판의 입장은 분명히 다르다는 걸 이번 교육에서도 느꼈다. 이제 경기장에 가면 심판의 판정에 대해 코칭스태프와 관중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ONSIDE’와 인터뷰한 참가자들은 하급 여성 심판의 현실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기도 했다. 전북 지역에서 활동 중인 정수연 심판(4급)은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많은 여성이 축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20대, 30대뿐만 아니라 40, 50대분들도 심판 자격증을 많이 딴다. 하지만 심판에 입문한 후 다양한 장비를 사고, 배정을 받아 대회에 나가고, 경기를 운영한다는 것이 사실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격증을 딸 때만 해도 몰랐지만, 막상 해보니 너무 힘들고 선수로 뛸 때는 알지 못했던 심판의 무게를 고스란히 체감하게 되면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은아 심판은 “대회에 가면 남성 심판들과 똑같은 장소에서 탈의할 때도 있고, 축구 관계자의 욕설이나 짜증을 여과 없이 들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여성 심판들은 견디다 못해 결국 비활동으로 전환하게 된다. 그런데 비활동으로 전환한 심판 중에서도 언제든 다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심판끼리 서로 유대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꾸준히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본업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하급 심판 중 대부분은 경제적인 이유로 본업과 심판 일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정수연 심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은 대회 기간이나 경기 일정에 맞춰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학생들은 괜찮지만, 직장에서 일을 하는 심판 언니들을 보면 상당수가 이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렵게 일정을 맞춰서 경기에 파견됐는데 지도자로부터 자꾸 욕을 먹게 되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쉽지 않은 일일수록 노력하면 내 능력을 뽐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하는데, 이런 안 좋은 상황들에 계속 부딪히면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되고 급기야는 심판 활동을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꾸준한 교육은 심판의 활동 의욕을 높인다
비활동 심판 수 줄이기, 교육이 시작이다
결국 KFA가 처음으로 마련한 여자심판교육은 하급 심판들의 역량을 키우려는 목적도 있지만,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심판들이 만나 서로 교류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쉽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심리적인 연결 고리,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료와의 탄탄한 유대 관계 형성은 하급 심판들이 계속 축구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 된다.
참가자들도 교육이 주는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정수연 심판은 이번 여자심판교육을 통해 같은 지역에서 활동 중인 여성 심판 동료를 처음으로 만났다고 했다. 그는 “언제 자격증을 따고 심판에 입문했는지, 어떤 계기로 심판이 됐는지 등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또 심판을 본업으로 생각 중인지 아니면 취미 활동으로 심판이 된 것인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황은아 심판은 “이런 집체 교육에 오게 되면 다른 참가자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짐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운동을 더 해 내년 체력 테스트에서 떨어지지 않아야 교육에도 계속 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 자리에 오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된다. 강사님들께서도 교육이 우리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셨다”라고 말했다.
교육의 활성화는 비활동 심판 인구를 줄이기 위한 우선 과제다. KFA 심판 운영팀이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정기적인 교육에 대한 심판들의 갈증을 엿볼 수 있었다. ‘심판 활동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원(복수 응답 가능)’에는 경제적 지원이라고 답한 사람이 64.5%로 가장 많았지만, 심판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개선이라 이야기한 사람도 42%로 높게 나타났다.
또 ‘심판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기타 지원 사항(서술형)’으로는 교육 및 훈련 지원이30%로 제일 높게 나타났으며 장비와 물품 지원(25%), 경기 배정 및 정보 제공(20%), 환경 개선 및 인권 보장(15%)이 그 뒤를 이었다. ‘심판 활동 중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복수 응답 가능)’을 묻는 질문에서도 경기 중 판단의 어려움(44.7%)을 이야기한 사람이 가장 많았던 만큼, 이제는 정기적인 교육진행으로 하급 심판의 경쟁력을 높이고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시급하다.
KFA는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여성 심판의 풀을 다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이들의 활동을 제도적으로 장려하기 위해 지속적인 집체 교육을 시행할 계획이다. 먼저 이번 1차 여자심판교육 참가자들을 8월 경주에서 열리는 화랑대기 전국유소년축구대회에 투입해 실전 훈련을 시킬 예정이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도 1박 2일간 이번과 비슷한 규모로 2차 여자심판교육을 열어 하급 심판들에게 교육과 교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교육 이외에도 하급 심판들이 처한 다양한 어려움을 살피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해 비활동 인구를 점차 줄여 나갈 계획이다.
문진희 심판위원장 인터뷰 “교육으로 도전 욕구를 주고 싶습니다”
3급~5급 여자심판교육의 취지와 기대 효과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지난 2023년 호주, 뉴질랜드에서 열린 FIFA 여자월드컵에 역대 최다인 5명의 심판(오현정, 김유정, 김경민, 이슬기, 박미숙)을 보냈습니다. 6명을 배출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치이죠. 하지만 전체적인 여자 심판 환경은 너무 열악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위원장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좋은 여자 심판들을 양성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에는 여자 심판들을 남자 중학교 경기 정도에 투입했지만, 이렇게 해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보낼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남자 고등학교, 남자 대학 경기 등에 여자 심판들을 투입했습니다. 지금은 K리그2에 두 명의 여성 심판(오현정, 박세진)이 활동 중입니다. 이 두 심판은 많은 하급 여성 심판들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하급 심판들이 자신들의 롤모델처럼 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한데, 그동안은 이들을 위한 집체 교육이 거의 없었습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우선 목적이지만, 자기 자신에게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주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번 여자심판교육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하급 심판들이 자격증을 따놓고도 활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며, 활동하는 심판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자격증을 받았음에도 배정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시도축구협회에서 관리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제 막 자격증을 획득한 심판을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연습 경기 때라도 불러서 연습을 시키고 그다음에 배정하면 좋겠지만, 자격증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심판으로 나설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배정 과정에서 논쟁에 휘말리고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죠. 저희는 이를 해결하는 방안이 결국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교육에 온 심판들을 초등학교 저학년 페스티벌에 투입해 훈련을 시키고, 점차 고학년 대회로 끌어올리려고 해요. 적극적으로 참석 의지를 보이는 심판들을 두세 개 대회에 출전시키는 방식으로 집중적인 육성을 할 계획입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8월호 ‘ISSU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FAphotos, 안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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