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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사 오늘] 프로축구가 출범하다

2023-05-08 09:42:48 1,599


1983년 5월 8일 서울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개막식 모습.


지금으로부터 꼭 40년전 오늘, 1983년 5월 8일은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프로축구 리그가 시작된 날입니다. 
화창한 일요일을 맞아 3만여명의 관중이 서울동대문운동장을 가득 채운 가운데 이날 오후 3시부터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축구인들은 물론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기업인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당시의 대회 명칭은 지금처럼 K리그가 아니고 <수퍼리그>였습니다.


프로축구 출범 첫해에 참가한 팀은 모두 5개였습니다.  프로팀으로 창단한 할렐루야와 유공, 그리고 아마추어 자격이었던 포항제철과 대우, 국민은행이었습니다. 아마추어 세팀중 포항제철과 대우는 이듬해인 1984년 프로로 전향했습니다. 
개막식에 이어, 드디어 오후 4시 할렐루야와 유공의 개막전이 시작됐습니다. 대관중의 함성에 고무된 선수들은 초반부터 불꽃튀는 공방전을 벌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서포터즈가 없었던 시절이라 관중석에서는 양팀의 치어리더들이 흥겨운 율동으로 응원을 주도했습니다.  


선제골은 유공이 터뜨렸습니다. 전반 23분 이강조의 패스를 받은 박윤기가 페널티 에리어 안 오른쪽에서 오른발 땅볼 강슛을 터뜨린 것입니다. 프로축구 첫골을 터뜨린 박윤기는 출범 첫해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후반에 맹반격을 시도한 할렐루야가 결국 후반 25분에 동점골로 응수했습니다. 박창선이 아크 서클 부근에서 통렬한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습니다. 이 골은 3년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박창선이 넣은 골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이후에도 양팀은 일진일퇴의 팽팽한 접전을 펼쳤지만 더 이상 골은 터지지 않아 1-1 무승부로 경기는 끝났습니다. 

곧바로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 개막일 두 번째 경기에서도 포철의 이길용과 대우의 이춘석이 한골씩을 넣은 가운데 1-1로 비겼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두 경기를 본 팬들은 “한국 축구에 르네상스가 왔다”고 기뻐했습니다.


<수퍼리그>는 정부의 강력한 지침에 따라 급하게 출범한 탓에 프로리그라고 하기엔 조금 어슬펐습니다.
연고지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팀들은 매주말 전국의 도시를 떠돌며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5팀이 토, 일요일 경기를 벌이는 시스템 탓에 4팀은 이틀 연속 경기를 뛰는,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방식으로 시즌이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한 장소에서 2경기 연속으로 경기가 열리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그라운드의 잔디 상태도 좋지 못해 선수들이 플레이를 하는데도 애를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매 경기 만원 관중을 기록하며 전국에 엄청난 축구 열풍을 몰고왔습니다. 선수들도 아마추어 시절에 비해 몇배나 오른 연봉 등 달라진 환경에 영향을 받았는지 하루가 다르게 수준 높은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한국 축구가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달성한 것은 분명 프로축구 출범을 통해 선수들의 실력이 향상된 것이 결정적 배경이 되었습니다.


기형적인 모습으로 출범했지만 한국 프로축구는 40년간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꾸준히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5개팀으로 출발한 리그는 현재 1부와 2부 합쳐 25개팀으로 늘어났습니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자, 아시아 최강의 리그로 손색이 없을만큼 우뚝 섰습니다. 
그런 점에서 1983년 5월 8일은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던 날이 분명합니다. 

 

글 : 송기룡(KFA) 


개막전에서 맞붙은 할렐루야와 유공의 경기 모습. 왼쪽 선수가 출범 첫해 MVP를 받은 할렐루야의 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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