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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계연맹전 MVP’ 한남대 김동진, 날개를 펴다
2023-04-19 09:11:50 2,190
국가대표 출신 박규선 감독이 이끄는 한남대는 지난 2월 경상남도 통영에서 열린 ‘제59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통영기 결승에서 강호 연세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남대의 우승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발군의 기량을 선보인 미드필더 김동진(20)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학축구는 갈수록 평준화되고 있다. 일부 명문대가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많은 팀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남대도 그중 하나다.
과거의 한남대는 우승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팀이다. 하지만 2019년 국가대표 출신인 박규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에는 보다 업그레이드된 전력으로 대학축구판을 흔들고 있다. 최근 2년간은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지난해 여름 강원도 태백에서 열린 ‘제17회 1, 2학년 대학축구연맹전’ 백두대간기와 올해 2월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통영기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2학년 미드필더 김동진은 이 두 대회에 모두 출전했다. 그는 왕성한 활동량과 정확한 왼발 킥으로 팀의 공격 기회를 적극적으로 열었고, 수비에도 거침없이 가담했다. 춘게대학축구연맹전 통영기에서는 팀의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한남대 전성기를 만든 주역 중 하나라고 해도 무관할 정도다.
김천상무 유스 출신인 김동진은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였지만 4-4-2 포메이션을 쓰는 한남대의 스타일에 맞춰 대학에서 수비 능력과 피지컬을 더 보완한 케이스다. 박규선 감독의 맞춤 지도가 그를 전천후 미드필더로 변화시켰다. 일부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주목할 만한 대학축구 유망주로 김동진을 언급하면서 ‘왼발의 손준호 느낌이 난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영리한 플레이를 할 줄 아는 것이 그의 강점이다.
김동진은 한남대를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선수로서 기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 곳이 바로 한남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남대의 전성기를 가능한 오래 이어가고 싶어 했다. 그리고 후회없이 프로로 진출하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통영기 MVP로 선정된 김동진
2023시즌 시작이 좋아요.
춘계대학축구연맹전 우승으로 올해를 시작해서 그런지 초반 팀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요. 물론 마냥 좋지만은 않죠. 책임감도 만만치 않습니다. 남은 대회가 많고 U리그도 있기 때문에 이 자리를 뺏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즐기면서도 최선을 다해 올 시즌을 소화하려고 합니다.
춘계대학축구연맹전 이야기를 해보죠. 우승할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연세대와의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2-2로 비긴 후에 승부차기에 가서 승리했어요.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었지만 연장 전반 때 근육 상태가 좋지 않아 저는 다른 선수와 교체됐거든요. 남은 시간을 그라운드 밖에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보고 있었죠.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분명 근육 부상을 당했는데 제가 그라운드에 뛰어 들어가서 애들이랑 환호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전국대회 2년 연속 우승이 남다를 것 같아요.
지난해 1, 2학년 대학축구연맹전과 올해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을 모두 우승해서 그런지 저를 포함한 팀 전체에 자신감이 많이 차오른 상태예요. 박규선 감독님과 코치님들, 선수들이 모두 철저하게 준비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올해 좋은 신입생들이 많이 들어와서 그런지 팀 전력이 더 상승했어요. 앞으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을 어떻게 준비했나요?
올해 동계훈련을 대전이랑 통영, 울진에서 했는데 이 기간 동안 주로 단점을 보완하는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저희 팀이 점유율과 패스플레이는 다른 팀에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해요. 다만 수비력은 조금 더 향상시켜야 했는데, 이번 훈련에서 수비력과 반응 속도 등을 집중 보완한 것이 도움이 됐어요.
대회를 치르면서 언제쯤 우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나요?
선문대와의 16강에서 3-1로 승리했는데, 이 때 우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선문대는 워낙 잘하는 팀이고, 올해 1월에 열린 1, 2학년 대학축구대회에서도 우승했잖아요. 그래서인지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을 앞두고 선문대를 우승 후보로 뽑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그 팀과의 경기에서 저희가 내용과 결과를 모두 압도한 거예요! 이대로만 하면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결승전 상대로 연세대가 확정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지난해 저희가 우승한 1, 2학년 대학축구연맹전 결승 상대가 고려대였어요. 올해 대진표를 보고는 결승 상대로 꼭 연세대가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고려대도 잡았으니 연세대도 잡아보고 싶었어요. 물론 연세대와의 결승이 쉽지는 않았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임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죠.
춘계대학축구연맹전 MVP로 선정됐어요.
축구하면서 MVP를 처음 받았어요.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더라고요. ‘아니, 왜 나를?’ 그래도 기분이 좋았어요. 가족들이 경기장에 왔었는데 제가 MVP로 호명되니까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부모님께 효도한 것 같아서 뿌듯해요.
연세대와의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통영기 결승 장면
박규선 감독 밑에서 많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감독님이 젊은 분이라서 그런지 팀 분위기나 스타일도 트렌드에 맞게 변한 것 같아요. 저희 팀은 소통도 활발하고 단합도 진짜 잘 되거든요. 감독님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신경을 쓰는 스타일인데, 선수 입장에서는 축구를 다시 배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더라고요.
첨삭 지도인가요?
맞아요! 다른 팀은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지만, 보통은 선수가 실수를 하면 그 실수를 왜 했는지를 먼저 따지잖아요. 하지만 박규선 감독님은 실수를 할 때 선수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주세요. 게다가 무조건 감독님의 생각이 100% 옳다고 강요를 하시지도 않죠. 선수들의 생각도 충분히 들어서 접점을 찾으려고 하세요. 소통이 최고의 무기인 셈이죠.
박규선 감독이 평소 어떤 점을 강조하나요?
저는 대학에 오기 전까지 공격형 미드필더였어요. 하지만 한남대는 4-4-2 포메이션을 쓰는 팀이고, 그러다 보니 미드필더가 두 명 밖에 없죠. 예전에는 미드필더로서 공격적인 플레이에 치중했다면 한남대에서는 수비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해요. 박규선 감독님이 강조하시는 것도 이 점이죠. 수비적인 면을 향상시키는 것이요.
사실 고등학교 까지만 해도 수비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대학교에 오니까 제 수비 능력이 한참 부족한 것이 보이더라고요. 과거와 다른 포지션,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감독님의 지시를 빨리 습득하려고 노력했죠.
제가 생각하는 저의 장점은 정확한 킥이에요. 하지만 앞으로 프로에 가기 위해서는 수비 능력과 피지컬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해에도 감독님을 믿고 수비 능력 향상에 치중한 덕분에 나쁘지 않은 시즌을 보낸 것 같아요. 올해는 제가 가진 공격 능력뿐만 아니라 수비 능력도 더 채워갈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2023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을 우승했으니 남은 전국대회와 U리그에서도 우승을 노려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지난해보다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싶고, 또 수비와 피지컬을 보강해 단점이 적은 선수로 거듭나고 싶어요. 그리고 올해 2학년이 됐으니 프로 진출도 염두에 둬야 하는데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죠. 축구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강원도 원주 출신인데, 유치원 때부터 동네 형들이랑 공을 차고 놀았어요. 동네 축구만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진짜로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서 부모님한테 말씀드렸죠. 제 친형이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어요. 형 따라서 저도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죠.
초등학교 3학년 때 취미반을 다니다가 4학년 때 원주 태장초 축구부에 들어갔어요. 그동안은 축구를 취미로 즐겼지만, 정식으로 축구부에 들어가니 많은 것이 다르더라고요. 동계훈련 가면 부모님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 때 참 많이 울었어요. 밤에 잠자리에 들 때마다 울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웃음).
선수 출신 친형이 버팀목이 됐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저에게는 형이 큰 힘이에요. 형도 축구를 해서 그런지 제 마음을 잘 알거든요. 종종 제가 뛰는 경기를 보고 피드백을 주긴 하는데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자신감을 주려고 하죠. 지금은 저도 성인이 되면서 예전처럼 형과 자주 이야기하지는않아요. 그래도 형이 있어서 든든한 건 변하지 않았어요.
원주에서 태어나고 상주, 김천 등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연고도 없는 대전 한남대에 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한남대와 연습경기를 했어요. 그 때 접했던 한남대의 축구 스타일이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한남대는 패스 플레이를 환상적으로 하는 팀이었어요. 소위 말하는 티키타카 축구였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꼭 한남대에서 축구를 배우고 싶었어요.
김동진은 단점이 없는 선수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노란 탈색 머리가 인상적이에요. 언제 헤어스타일을 바꿨나요?
예전부터 대학교에 오면 탈색 머리를 하고 싶은 로망이 있었어요. 지난해 여름 전국대회에 나서기 전 감독님한테 탈색을 해도 되는지 먼저 허락을 구했죠. 감독님은 처음에는 고민하시더라고요. ‘탈색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 한국에서는 좋지 않다’가 이유였어요. 하지만 감독님은 젊은 분이잖아요. 잠깐 고민하고 바로 허락해 주시더라고요. 대신 저는 평소 행동을 더 신경 쓰려고 했죠.
지난 겨울에 잠깐 검은 머리로 돌아갔다가 다시 노랗게 탈색했어요. 이제는 감독님도 먼저 탈색하라고 해주시고, 주변 사람들도 잘 어울린다고 해요. 노란 머리 선수이다 보니 경기장에서 확실히 눈에 쉽게 띄더라고요. 지금은 제 헤어스타일에 만족해요.
롤모델이 있나요?
메수트 외질이나 다비드 실바처럼 왼발잡이에 센스 있게 공을 차는 선수들을 좋아했거든요. 올해는 제가 수비에 더 신경을 써서 그런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카세미루가 더 좋더라고요. 국내에서는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선수가 롤모델이에요.
앞으로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싶나요?
제가 올해 ‘단점이 적은’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장기적으로는 ‘단점이 없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부족한 점이 생길 텐데 그 때마다 이를 보완해 나가려고 해요. 계속 노력하다 보면 결국엔 단점이 없는 선수, 장점만 보이는 선수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 한남대 박규선 감독 “김동진은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김동진은 후방 빌드업과 킥력이 뛰어난 선수다. 올해 2학년이 됐는데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성장한 것이 느껴진다. 이 선수는 특히 배우는 자세가 좋다. 지도자가 뭔가를 요구하거나 지시를 했을 때 요즘 선수들은 잘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김동진은 다르다. 감독의 지시를 모두 자기 것으로 소화하려는 열정이 대단하다. 배우는 자세가 워낙 좋다 보니 기량도 빠르게 향상된 것 같다.
김동진은 공을 예쁘게 찰 줄 안다는 강점을 지녔지만 피지컬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래서 피지컬 보완을 요구했는데 김동진이 이를 받아들이고 철저히 노력하더라. 성실한 선수이기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4월호 ‘INTERVIEW 2’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대륙을 춤추게 한 리더십, 서정원 청두 룽청 감독
[Q&A] 이상우 박사의 축구심리상담소(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