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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급 지도자 강습회에 가다

2022-04-06 09:52:13 6,574


 

2022년 P급 지도자 강습회의 첫 번째 시간이 전북 고창군에서 진행됐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지도자 교육 시스템은 수강생이 주인이 되는 것이 핵심이었다.

 

최상위 지도자 양성 과정인 P급 지도자 강습회가 3월 14일부터 25일까지 전북 고창군의 고창스포츠타운에서 진행됐다. 올해 P급 지도자 강습회에는 총 24명의 지도자가 참가했다. KFA 전임지도자를 비롯해 프로팀과 실업팀, 대학팀, 고교팀 등에서 지도자로 활동 중인 이들이다. 이번 강습회는 P급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위한 첫 번째 과정으로, 11월까지 매달 한 번씩 총 9차례의 교육이 예정돼 있다.

 

P급 지도자 자격증은 AFC가 발급하는 가장 높은 등급의 축구 지도자 라이센스다. 바로 아래 등급인 A급 자격증을 소지한 지도자 중에서 고교팀 이상의 팀을 지휘한 경력이 5년 이상이거나, 각급 대표팀 지도자 또는 KFA 전임지도자 경력이 있으면 P급 지도자 강습회 수강 자격이 주어진다. P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면 아시아 각국의 최상위 리그는 물론 국가대표팀까지 지도가 가능하다.

 

KFA는 AFC로부터 자체적으로 지도자 강습회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AFC는 양질의 지도자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충족한 회원국들이 국가별 특성에 맞춰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개선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8년부터 지도자 교육 인증 협약인 AFC 코칭컨벤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KFA는 2020년 4월 AFC 코칭컨벤션 P급 멤버십 가입 승인을 받은 바 있다. P급 멤버십을 획득한 회원국은 해당 국가에서 P급, A급, B급 지도자 자격증 강습회를 진행할 권리를 갖게 된다.
 

수강생 중심의 교육

 

이번 강습회의 강의는 KFA 전임지도자강사인 미하엘 뮐러, 김남표, 이임생 강사가 맡았다. 하지만 강사의 강의 시간보다는 수강생의 발표 시간이 더 길었다. 이번 강습회는 크게 공격 전술, 수비 전술, 공격 전환, 수비 전환이라는 4개 주제로 이뤄졌고, 4명씩 6개 조로 나뉜 수강생들은 각각의 소주제에 맞는 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 조에 속한 수강생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 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이를 다른 수강생들과 강사들 앞에서 발표해 의견을 수렴한 뒤, 운동장에서 실제로 훈련을 적용해보는 것이다. 훈련에는 고창북고 축구부 선수들이 대상으로서 참가했다.

 

2018년 4월부터 KFA와 함께 일하고 있는 뮐러 강사는 수석강사 부임 당시부터 지도자 강습회의 교육방식 체계를 변화시키는 데 힘을 써왔다. 핵심은 강사 중심의 교육을 수강생 중심의 교육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기존에는 강사가 앞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수강생은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달라진 지도자 강습회는 강사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뒤, 수강생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이론을 밝히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강생이 발표를 마치면 강사가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보다 구체적인 전술적 주제로 토론을 유도한다. 수강생들은 그룹 활동과 토론, 동료 또는 강사의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

 


 

실제로 이번 강습회에서는 수강생들의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인상적이었다. 24일 오후 마지막 조인 6조의 수비 전환에 대한 발표가 이뤄지자, 수강생 간에 여러 질문과 의견이 오갔다. 다양한 현장 경험을 가진 수강생들이 생각을 공유하면서 보다 효과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막바지에는 김남표 강사가 해당 주제의 포인트를 짚고 관련 아이디어를 확장시킬 수 있는 화두를 던졌다.

 

뮐러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다양한 관점의 의견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강사가 먼저 나서 이론 강의를 했다면 이렇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답 하나만 가져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토론을 통해 여러 사람의 관점을 공유하고 합의하며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사의 역할은 수강생들이 진행하는 수업을 지원하고 정리하는 것이었다. 뮐러 강사는 “강사는 수강생을 컨트롤하는 입장이 아니다. 수강생들이 축구를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고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는 역할이다. 피드백은 평가가 아니다. 다른 아이디어와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을 취할 것인가는 수강생의 선택이다. 축구에서는 정해진 정답과 오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수강생 중심의 교육은 수강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물론 이전처럼 강사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더 편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에서는 얻을 수 없는 보다 입체적인 배움을 얻었다는 반응이다.

 

이번 강습회의 최고령 수강생인 오희천 통진고 감독은 A급 지도자 자격증 취득 이후 오랜만에 지도자 강습회에 참여했다. 그는 “주입식이 아니라 수강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수강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생각한 의도대로 운동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유도해주는 강의라 무척 좋았다”고 밝혔다.

 

통진고 출신인 손승준 KFA 전임지도자는 옛 스승과 함께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했다. 사제지간에는 소감 또한 비슷했다. 그는 “예전에는 강사님이 이론을 내게 전달해주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수강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발표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조금 수동적이었다면 이제는 능동적으로 수업에 임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며 달라진 교육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다

 

이번 강습회에서는 다양한 특강도 이뤄졌다. 오성환 KFA 피지컬 코치의 축구 피트니스 특강, 윤영길 한국체육대 교수의 스포츠 심리학 특강, 최태욱 남자 국가대표팀 코치의 국가대표팀 운영 특강, 한웅수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의 스포츠 산업 특강, 비프로일레븐(Bepro11)의 축구 분석 기술 특강 등이 진행됐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최상위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준비된 특강이다. 마지막 날인 25일에는 이임생 강사가 자신의 프로팀 감독 경험을 공유하며 노하우와 팁을 전하는 특강을 진행했다.

 

이임생 강사는 한국은 물론 싱가포르와 중국에서도 지도자 생활을 한 바 있다. 그는 특히 지도자로서 다양한 문화권의 선수들을 대할 때의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프로팀을 맡아 이끌어가다 보면 다양한 국적과 문화권의 외국인 선수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이슬람권 선수들의 경우 라마단 기간의 단식 등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문화를 수행하는데, 나 또한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법도 지도자가 갖춰야 하는 역량”이라고 말

했다.

 

현역 기자가 진행한 미디어 대응 스킬 특강도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손승준 KFA 전임지도자는 “이제 감독은 선수에게 축구를 지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구단의 매니지먼트에 관여하는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때문에 언론을 대하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을 동기부여할 수도 있고 자신의 철학은 전달할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KFA는 수강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향후 지도자 강습회에서 진행될 특강의 양과 질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축구가 산업적으로 발달하면서 지도자의 역할 또한 축구 외적으로 다변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지도자는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축구를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뮐러 강사는 P급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위한 첫 번째 과정을 마친 수강생들에게 “최상위 지도자인 P급 지도자는 축구에 대한 전술, 전략만 있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방면의 전문성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강생들의 발전을 독려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4월호 'ISSU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ONSIDE 4월호 보기(클릭) 

 

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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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진 KFA 사무총장, 동아시아축구연맹 부회장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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