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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변성환 U-17 대표팀 감독

2022-01-21 09:32:50 5,794


남자 U-17 대표팀 감독이 된 변성환 KFA 전임지도자는 '무모한 도전'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13년 간의 프로선수 생활을 마치고 2015년 지도자로 변신한 변성환(43) KFA 전임지도자가 남자 U-17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변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 시절 갈고닦은 역량을 바탕으로 ‘무모한 도전’에 나서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KFA는 지난 12일 변성환 전임지도자가 남자 U-17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U-17 대표팀은 16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돼 올해 AFC U-17 아시안컵 예선을 치른 다음, 내년 U-17 아시안컵 본선과 FIFA U-17 월드컵을 준비할 예정이다.

 

변성환 신임 감독은 선수 시절 부경고, 울산대를 졸업하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23세 대표로 참가했다. 이어 울산현대(2002~2006)와 부산아이파크(2007), 제주유나이티드(2008)에서 뛴 후 호주로 건너가 시드니FC(2009~2011), 뉴캐슬제츠(2011~2012)에서 활약했다. 이후 국내로 복귀해 성남FC(2012), FC안양(2013~2014)에서 뛰고 은퇴했다. 주요 포지션은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맡았다.

 

2014년 선수 은퇴 이후에는 성남FC 유소년팀 감독과 성남FC 코치를 역임하다가 2018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로 활동해 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 응한 변 감독은 자신의 선수 및 지도자 시절을 회상하고, 대표팀 구상에 대해 밝혔다. 그러면서 남자 U-17 대표팀의 목표로 U-17 아시안컵 우승과 U-17 월드컵 4강 진출을 내세웠다.

 

이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변 감독의 걸어온 길과 철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울산현대 시절 변성환의 모습.
 

- U-17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소감은?

정말 감사드린다. 우선 KFA에 전임지도자로 들어와서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어서 감사하고, 내 역할을 열심히 하다 보니 이렇게 큰 선물을 주신 것 같다. U-17 대표팀이 연령별 대표팀의 막내 격인데 선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나를 거쳐 간 선수들이 성장해 다양한 감독들로부터 사랑받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 좋은 준비 과정을 통해 좋은 팀을 만들겠다.

 

- U-17 대표팀에 대한 구상을 묻기에 앞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감독님의 선수 시절을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선수 시절 포지션은 어디였나? 

원래는 공격형 미드필더였는데 대학교 3학년부터 수비수로 전향했다. 당시 울산현대 코치였던 이상철 선생님이 울산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나에게 포지션 변경을 제안했다. 그때 스리백이 유행했는데 나에게 리베로 역할을 맡아달라고 하셨다. 감독님은 “네가 못해서 내리는 게 아니라 잘 하니까 내 전술의 가장 중요한 포지션에 세우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한 달 넘게 안 한다고 버텼다.

결국 감독님이 부모님까지 설득하면서 나도 포지션 변경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런데 그때부터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 결국 대학 시절 우승도 하고, 개인상도 받았다. 그리고 울산현대에 우선지명으로 계약금을 받고 입단하게 됐다.

 

- 프로 시절에는 어떤 선수였나?

화려하진 않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이었다. 원래 오른발잡이지만 왼발도 오른발처럼 잘 썼다. 양발을 잘 쓰는 것이 최대 이점이었고, 그래서 프로 무대에서 13년 동안 버티게 됐다. 프로 데뷔 후 초반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고, 4년차 이후로는 왼쪽 사이드백을 주로 봤다. 오른쪽 사이드백도 간간이 했다. 호주 리그까지 합하면 260경기 정도를 뛴 것 같다.



제주유나이티드 시절 이청용을 마크하고 있는 변성환의 모습.
 

- 2009년 호주 A리그 진출이 특이하다. 어떻게 호주로 가게 됐나?

2008년에 제주에서 컵대회 도움상을 받았다. 그때 브라질 출신 알툴 감독 밑에서 공격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공격포인트도 많이 올리고, 재밌게 축구를 했다. 시즌을 마치고 FA가 됐는데 나는 다시 울산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생겼고, 그때 에이전트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나 호주 A리그를 가보는 게 어떠냐고 추천했다. 해외에서 뛰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나이도 만으로 서른이라 이때가 아니면 두 번 다시 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시드니FC에서 현실적인 오퍼가 와 호주행을 선택했다.

 

- 호주 리그는 우리에게 낯선데 간단히 소개를 한다면.

호주에는 신태용, 서혁수 선배가 먼저 진출했는데 그때는 세미 프로였다. 내가 갈 시점에는 프로 무대로 정착된 시기였다. 내가 처음 간 시드니FC는 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팀이었다. 리그 자체의 경쟁력은 높지 않았지만 내가 속한 시드니는 K리그 웬만한 팀보다 강했다. 

 

- 호주 생활은 어땠나?

호주 생활은 나에게 선수로서, 또한 향후 지도자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완전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 내가 그래도 K리그에서 7년 동안 뛰었는데 호주에 와보니 ‘이게 진정한 프로구나’ 라고 느꼈다.

일단 문화가 확 달랐다. 선수들이 공사를 확실히 구분하고,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했다. 어느 정도냐면 이틀 후 경기인데 내일 친한 친구가 결혼한다고 하면 팀에서 아무 말 없이 결혼식에 가라고 할 정도다. 합숙 개념도 없어서 자기 차를 몰고 훈련하러 간다. K리그에서 합숙에 익숙했던 나는 이곳에서 아기가 된 느낌이었다(웃음). 첫 6개월 동안은 정말 힘들었다.

피지컬 차이는 엄청났다. 나름 K리그에서 산전수전을 겪었는데 호주에 와서 전반기를 마치니 온몸에 멍울이 잡혔다. 피로하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가 호주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지컬이 약하니 모든 동작을 100%로 해야 했고, 초반에는 매 경기 쥐가 날 정도였다.

이렇게 되니까 ‘나는 그동안 뭐 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동료들은 웃으면서 생활하더라. 그때 많은 것을 느꼈다. 나는 말만 프로였지 구단과 스태프가 관리해주는 것에 길들여진 선수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

의료 체계는 쇼킹했다. 호주는 최근 우리가 해오고 있는 것들을 이미 그때부터 하고 있었다. 풋 닥터가 따로 있어서 선수들의 발 모양을 스캔해 맞춤형 깔창과 축구화를 제작해줬다. 매일 아침 소변 테스트를 해서 농도나 색깔이 기준치에 들지 못하면 벌금을 매겼다. 선수로서 중요한 수분 섭취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다. 경기 전, 중, 후에 섭취하는 음식도 개인별로 테스트를 거쳐 선수에게 맞는 걸로 세팅해줬다.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 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도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당시 감독님이 체코 출신의 비테스라브 라비츠카였는데 지도자로서 나의 롤모델이다. 그분을 통해 지도자로서 선수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감독님은 경기 전 최종 훈련을 마치고 스쿼드에서 빠진 선수를 불러서 왜 빠졌는지를 항상 설명해줬다. 나는 외국인 선수라 항상 출전했지만 옆에서 그렇게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감독님은 경기를 이기든 지든 다음 훈련 때 만나면 항상 웃으면서 모든 선수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다. 한 번은 내 실수로 경기를 진 적이 있었다. 마음이 불편한 상황이었는데 그때 감독님이 나에게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라 팀의 잘못이고, 나의 잘못이다. 절대 기죽지 말아라. 나는 다음 경기에도 너를 다시 내보낼 거다. 나는 이 포지션에서 네가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네가 필요하니 일주일 동안 잘 준비해달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까 나는 정말 이 감독을 위해서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떻게 믿음에 보답할지를 생각하며 죽기 살기로 훈련하게 되고, 경기장에서 미친 듯이 뛰었다. 나만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 것이다. 모든 선수가 그런 마음을 가지면 무서운 팀이 되는 것이다. 나도 지도자로서 그렇게 되고 싶었다.



성남FC 코치 시절 변성환의 모습.
 

- 다시 한국에 돌아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2015년 성남 U-12 감독으로 부임했는데 그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권역리그에서도 5위권 수준이었다. 당시 리그에 한솔, 중앙, 부양, 미금초등학교가 있었는데 여름에 전국대회에 나가면 다들 우승 트로피를 하나씩 들고 오는 팀들이었다. 그런데 첫해에 우리가 리그 우승을 했다. 그리고 프로 산하팀끼리 맞붙는 화랑대기와 페스티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구단의 신뢰와 지원 속에서 6개월 만에 3관왕을 달성했다. 그러면서 지도자로서 내 가치관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좋은 성적을 내면서 2016년에 성남 U-15 팀 감독을 맡았고, 그해 9월 성남 성인팀 수석코치를 맡았다가 ‘감독대행의 대행’까지 하게 됐다. 이듬해 다시 코치가 됐다가 2018년에 나오면서 KFA 전임지도자가 됐다.

 

- 성남 성인팀 코치 시절을 되돌아보면 어떤가?

지금의 나도 부족하지만 그때 변성환을 돌아보면 제자들에게 미안하다. 나름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많이 부족했다고 느낀다. 프로는 이기는 게 최우선 목표인데 팀이 이기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다. 지금의 변성환이었다면 더 질 높은 서비스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도 당시 제자였던 오장은이 “선생님에게 잘 배웠다. 선생님 가르침을 토대로 현재 수원삼성(2군 코치)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이야기해줘서 고마웠다.

성남은 나에게 고마운 팀이다. 선수로서 성남에서 뛰었고, 지도자로서 기회를 준 팀도 성남이다. 시간이 지나 만약 다시 기회가 온다면 성남에 은혜를 갚고 싶다.

 

- 지도자로서의 철학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

개인의 성장, 믿음,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가 무엇일까를 고민했는데 그건 결국 개인의 성장이다. 성장을 통해 결과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믿음은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우선시 고려하는 것은 누구와 함께 일하느냐다. 돈은 조금 적게 받더라도 나를 믿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동기부여는 학원, 클럽과는 다른 대표팀 훈련만의 차별성을 통해 하고 싶다. 철저한 분업화 속에서 좋은 교육을 통해 선수들이 ‘이 감독의 훈련은 다르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플레이 스타일 면에서는 KFA가 추구하는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축구를 기본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거기에 내 스타일을 입히고 싶다.



변성환 감독은 선수를 성장시키면 결과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 KFA 전임지도자로 와서 새로운 경험을 했고, 이제 연령별 대표팀 감독이 됐다. 부담스럽지는 않나?

아직은 잘 실감이 안 나는데 언제나 머릿속에 꿈꿔왔던 일이고, 엄청난 영광이다. 대한민국에서 연령별 대표팀 감독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엄청난 기회가 왔고,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하지만 좋은 축구,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싶다.

일단 내가 슬로건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다. U-17 대표팀이 AFC 챔피언십(현 아시안컵) 대회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게 2002년이다. 내년 U-17 아시안컵 본선에서 21년 만에 우승을 하고 싶다. 아시안컵 예선 통과가 우선이지만 큰 목표는 본선 우승이다. 그리고 U-17 월드컵에서는 4강 이상에 도전하겠다.

무엇보다도 나는 어느 팀을 만나든 ‘창 대 창’으로 싸울 것이다. 상황에 따라 지키는 축구가 필요하겠지만 기본 컨셉은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가진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확인하고 증명하고 싶다. 그러면 이 친구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열릴 것이다. 수비만 하다 끝나면 장점을 보여줄 수 없다.

 

- 지금 연령대 선수들의 가능성은 어떻다고 보나?

현재 선수들은 내가 전임지도자로 들어오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봐온 아이들이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선수 파악은 잘돼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년 동안 불가피하게 관리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마음은 급하지만 차분히 훈련하면서 만들어가겠다. 선수 선발은 투명하고 공정한 프로세스로 진행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골든에이지 선수들이 있지만 숨어있는 진주를 찾아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내 역할이다. 발품을 많이 팔겠다.

 

- 올해 훈련 계획은?

1월 전지훈련과 2월 전국대회에 코칭스태프가 나뉘어 선수를 보러 갈 생각이다. 50~60명 가량의 명단을 만들어 경쟁시킬 생각이다. 혼자만의 판단이 아니라 코칭스태프와의 미팅을 통해 결정하고, 기술발전위원회와 상의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겠다. 이후 아시안컵 예선까지 4~5차례 소집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 코칭스태프 구성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양영민(48, GK), 김도용(46), 손승준(40) 전임지도자가 코치로 함께 하게 됐다. 손승준 코치를 제외한 나머지 두 분은 나보다 형님이다(웃음). 나이 많은 코치를 모시고 팀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고, 주변에서도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철저한 분업 체계를 만들고 서로 존중하면 가능할 것이라 본다. 이것 역시 ‘무모한 도전’의 일환이지만 잘 해낼 자신이 있다.

 

글 = 오명철

사진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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