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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을 기억해] ‘참가에만 의의를 둔다’던 용인 덕영의 기막힌 반전

2020-12-24 08:29:37 1,502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과정의 소중함과 도전의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이런 말은 섭섭하다. 1등 못지않은, 혹은 더한 치열함으로 그라운드를 빛냈던 2등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KFA 홈페이지는 그런 2등에 주목해보려 한다.

 

이 기사를 쓰기 직전까지 고민했다. 용인시축구센터U18덕영(이하 용인 덕영)을 ‘2등을 기억해’ 코너에서 소개하는 게 맞는 것인지. 그도 그럴 것이 2020년은 용인 덕영의 이름을 알린 최고의 한 해였기 때문이다. 용인 덕영은 2020 금강대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20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이하 고등 왕중왕전)과 제57회 청룡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서는 각각 준우승을 차지했다.

 

용인 덕영의 2020년 행보 중에서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고등 왕중왕전이었다. ‘2등을 기억해’ 코너에서 용인 덕영을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됐다. 64강전 당시 창녕 현지에서 용인 덕영의 경기를 본 필자는 경기를 승리로 마치고 나온 이영진 감독에게 이번 대회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영진 감독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야 뭐, 64강전 참가에만 의의를 두는 거지!” 이 감독은 분명한 어투로 왕중왕전 참가에만 의의를 두겠다고 얘기했다.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손사래를 쳤다. 앞서 금강대기 우승과 청룡기 준우승을 차지했기에 더 이상 욕심내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이번 왕중왕전에 용인 덕영은 1, 2학년 선수들만 참가한 만큼 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이 감독의 속내였다.

 

“금강대기에서 우승한 이후에는 고등 왕중왕전 일정이 잡히지 않아 10월에 강화훈련을 떠나려고 계획을 다 잡아놨었다. 그런데 갑자기 고등 왕중왕전 일정이 잡혔다. 3학년들은 대학 입시 때문에 정신이 없었기에 1, 2학년들만 데리고 고등 왕중왕전에 나가게 됐다. 오히려 편하게 생각했다. 청룡기 준우승, 금강대기 우승을 차지했기에 우리는 큰 부담이 없었다. 1, 2학년만 데리고 나가서 경험만 쌓게 해 줄 생각이었다.” - 이영진 감독

 

하지만 이영진 감독의 바람(?)과 달리 용인 덕영은 왕중왕전에서 승승장구했다. 첫 경기인 천안제일고와의 64강전을 6-0 대승으로 마치더니 이어진 삼일공고와의 32강전에서는 3-1로 승리, ‘디펜딩 챔피언’ 금호고와의 16강전도 3-1로 승리했다. 숭실고와의 8강전에서 4-0으로 크게 이긴 용인 덕영은 강릉문성고와의 4강전에서 3-0으로 이기며 결승까지 올랐다. ‘64강전 참가에만 의의를 두겠다’는 팀의 기막힌 반전이었다.


이영진 감독

 

“처음엔 ‘설마’했다. 설마 결승전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애들이 동기부여를 제대로 받은 것 같다. 내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애들 스스로 파이팅 넘치게 플레이했다. 본인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넘쳤던 것 같다.” - 이영진 감독

 

“이번 고등 왕중왕전은 이영진 감독님이 1, 2학년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하셔서 우리 스스로 간절하게 준비했다. 감독님은 ‘부담 갖지 말고 경험을 쌓아라’라고 하셨지만 우리는 매 경기 정말 최선을 다해 뛰었다. 아마 감독님도 감동하신 것 같다(웃음).” - 주장 유승현

 

비록 포항제철고와의 결승전에서 0-2로 패하며 준우승을 기록했지만 용인 덕영이 고등 왕중왕전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모습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3학년 없이 1, 2학년이 주축이 돼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 뜻 깊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올해보다 내년의 용인 덕영이 더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포항제철고와 결승전 당시 전반전을 0-0으로 마칠 때만 해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큰 경기는 실수 하나로 좌우되더라(웃음). 그래도 준우승을 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 2학년들만 데리고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으니 내년에는 모든 팀들이 우리를 경계할 것이다. 자만심을 없애고 자신감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 - 이영진 감독

 

“우승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준우승도 만족한다. 그래도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결승에서 지긴 했지만 우리 모두 웃으면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제는 모든 팀들이 우리를 쉽게 보지 못할 것 같다.” - 주장 유승현

 

2021년 용인 덕영은 한 단계 더 진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는 각오다. 이영진 감독과 주장인 유승현 모두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노려보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2020년 최고의 강렬한 2등’ 용인 덕영이 2021년에는 어떤 스토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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