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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심판의 체력 관리는 내가 책임진다! 최영인 AFC 심판 체력강사

2020-03-17 14:04:45 3,930


최영인 씨는 한국인으로는 11년 만에 AFC 심판 체력강사가 됐다.

“K리그 심판들이 부상을 당해 어려움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한국인으로는 11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심판 체력강사가 된 최영인(40) 씨의 눈빛이 반짝였다. 축구심판 출신인 그는 심판 선·후배들이 불의의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신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최 씨는 올해부터 AFC 심판 체력강사로 활동한다. AFC 심판 체력강사는 아시아지역 주요국에 1명씩 두고 있는데, 현재 아시아에는 1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이 AFC 심판 체력강사가 된 건 지난 2009년 김대영(2006 독일월드컵 부심 참가) 씨 이후 11년 만이다.

 

최 씨의 본업은 물리치료사다. 스포츠 물리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그는 과거 문화관광부 산하의 국민체력센터에서 운동재활실 팀장을 맡아 다양한 운동선수들의 부상 예방 및 경기력 향상을 도왔다. 2017년 후반부터는 안산대학교 웰니스센터로 자리를 옮겨 교내 학생 및 교직원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노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더불어 그는 안산대학교 물리치료과 겸임교수, 경북전문대학교 물리치료과 외래교수, 경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외래교수를 역임하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본업이 물리치료사인 최 씨는 2009년 심판 자격증을 따내며 축구계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 1급 심판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그는 작년에는 FIFA 비치사커 국제심판이 됐으며 올해도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자신의 물리치료사로서의 역량과 심판 활동 경력을 더해 AFC 심판 체력강사로 선임됐다. 또한 그는 KFA 심판 체력강사로도 선임돼 올 한해 K리그 심판 53명의 체력 관리를 담당한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최 씨를 만났다. 이날 그는 AFC가 대한축구협회(KFA)에 전달한 심판 체력강사 자격증을 받았다. 자격증을 받아든 최 씨는 “국제심판 지급품을 받으러 온 건데 자격증을 받게 돼 깜짝 놀랐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올해 초 제주도에서 열린 2020 전반기 K리그 심판 교육에서 최영인 강사가 심판들의 피지컬 훈련을 돕고 있다.
 

- 한국인으로 11년 만에 AFC 심판 체력강사가 된 소감은.

“작년과 올해에 한 차례씩 AFC 심판 체력강사 세미나에 참석했고, 시험에 합격해 오늘 자격증을 받았다. 사실 나는 물리치료사인데 우연치 않게 심판의 길로 들어섰고, 심판 체력강사를 하다가 AFC의 인증까지 받게 됐다. 오늘은 국제심판 지급품을 받으러 온 건데 자격증을 받게 돼 깜짝 놀랐다.”

 

- 심판 체력강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선수를 위한 체력 관리는 이미 시장에 활성화돼있다. 나도 국민체력센터에서 선수의 체력 관리를 했었다. 선수는 관심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심판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FIFA가 2000년대 초반부터 심판의 부상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문가 양성제도를 도입했다. 나는 물리치료사이자 심판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 AFC 심판 체력강사는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자격증 시험이 있나? 시험은 어떤 내용으로 평가하는지도 궁금하다.

작년에는 시험이 없었고, 나는 올해 처음 시험을 치렀다. 시험은 이론과 실기 테스트로 이뤄진다. 이론 시험은 운동생리학, 트레이닝 방법론과 관련해 20문항 정도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기 테스트는 두 가지였는데 국제심판 체력테스트 현장 투입과 실전 트레이닝 교육이었다. 국제심판 체력테스트에 실제 투입돼 각자 맡은 역할(인터벌 테스트, 스프린트 테스트, 웜업 및 쿨다운, 전체 리더로서 조율)을 잘 수행하는지에 대해 평가를 받았다. 실전 트레이닝 교육은 AFC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의 심판을 대상으로 각종 트레이닝 기법을 주제에 맞게 세팅해서 잘 훈련시키는지를 평가 받았다. 이밖에도 프레젠테이션, 성실도(태도), 심판 경력 등이 평가 항목에 포함됐다.

 

- AFC 강사라면 영어가 필수일 텐데 영어 공부는 어떻게 했나?

물리치료사로서 국제 세미나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미나에서 강사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학원에 다니며 공부했다. 그리고 해외 시트콤 영상을 보면서 대사를 따라 하는 연습도 꾸준히 했다. 물리치료사를 준비하면서 원어로 된 전공서적을 봤기 때문에 전공 용어를 알아듣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 현실적인 질문이다. AFC 심판 체력강사는 고정수입이 있나?

고정수입은 따로 없고, 심판 아카데미나 국제심판 체력테스트에 가게 되면 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경력이 많고, 능력이 뛰어난 몇몇 심판 체력강사는 AFC와 정식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AFC 심판 체력강사 세미나에서 만났던 아르헨티나인 알레오, 이탈리아인 카를로 선생님은 FIFA 심판 체력강사로도 일했던 능력 있는 분들이었다.



AFC 심판 체력강사 세미나에서 만난 이탈리아인 카를로(왼쪽), 아르헨티나인 알레오(오른쪽)는 최영인 씨에게 멘토와 같은 존재다.
 

- 심판 체력강사가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심판의 체력테스트, 부상 예방 프로그램 교육, 시즌 중 체력훈련 주기화(일정별 훈련프로그램 관리)가 주로 하는 일이다. AFC 심판 체력강사로서는 AFC 주관 토너먼트 대회에 참가한 심판의 체력 관리, AFC 주관 심판 아카데미에서 이론 및 실기교육을 하게 된다. 사실 3월 초 예정됐던 심판 아카데미에 강사로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취소돼 못 가게 됐다. 아쉽다.”

 

- 심판이 주로 당하는 부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축구심판은 선수만큼은 아니지만 선수 못지않게 활동량이 많다. 특히 경기 시간 내내 특정 패턴의 동작을 반복 수행하기 때문에 과사용증후군 혹은 누적성 외상성 질환에 의한 근골격계 통증 발생 위험이 높다. 또한 심판은 공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속도와 방향 전환이 많아 관절과 근육에 많은 부하가 걸린다. 전방 달리기나 스프린트를 많이 하는 주심은 발바닥, 종아리, 햄스트링, 장요근 통증이 주로 발생한다. 부심은 사이드 스텝으로 움직이고, 급작스럽게 멈추다 보니 무릎이나 발목의 인대와 연골을 주로 다친다.

 

- KFA 심판 체력강사로서 K리그 심판의 체력 관리도 맡게 됐다.

올해 심판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KFA가 체계적인 심판 관리를 위해 처음으로 강사를 두고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심판 출신으로서 심판 선·후배들이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봤다. 프로 심판까지 올라가기가 정말 힘든데 부상으로 인해 허망하게 그만 두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이런 경우가 나오지 않도록 피지컬 프로그램을 잘 짜고, 심판들과 수시로 소통하겠다.

 

- K리그 심판 53명을 혼자 다 관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텐데...

AFC에서도 체력강사 한 명이 관리할 수 있는 적정인원을 20명 이하로 본다. 그러나 우리는 심판 체력관리에 대한 인식이 낮다.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니 예산이나 시스템, 인력이 갖춰지지 못했다. 내가 열심히 해 소정의 성과가 나와야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 중장기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AFC 토너먼트 대회에는 ‘레프리 하우스’라는 게 있는데 개인적으로 거기 들어가는 게 꿈이다. 레프리 하우스는 단순히 심판을 위한 숙소가 아니다. 사우나, 수영장, 헬스장, 마사지실을 갖춘 곳에 레프리 하우스를 만든다. 거기에는 의사, 물리치료사, 마사지사, 체력강사가 배정돼 심판의 회복을 집중적으로 돕는다. 레프리 하우스에는 아시아 각국의 체력강사 중에서도 인정받는 소수만 들어가기 때문에 욕심이 난다. 더 나아가 FIFA 체력강사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글 = 오명철

사진 = 오명철, 최영인 제공


최영인(맨 오른쪽) 씨는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AFC 심판 체력강사 세미나에 참가한 뒤 시험을 거쳐 AFC 심판 체력강사가 됐다.


국제심판 체력테스트를 마친 뒤 모든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랫줄 맨 오른쪽이 최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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