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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의정부 FC U-18팀이 이변에 만족하지 않는 이유

2016-08-09 10:13:00 24,535

경기의정부FC U-18팀은 창단 후 처음으로 올해 전반기 고등리그 왕중왕전에 올랐다



단순한 유소년 클럽이 아니다. 유소년 클럽 최초로 연령별 메이저 대회에 참가한 선수를 배출했고, 창단 3년 만에 고등리그 왕중왕전 16강까지 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는 이 팀, 경기의정부 FC 18세 이하(U-18)팀을 주목하자.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한 체육공원. 다소 외진 곳에 자리 잡아 왕래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 체육공원이 오후 4시가 되자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저마다의 이야기로 달뜬 28명의 아이들은 운동장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듯 신속하게 훈련 준비를 마치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도 느껴진 차분함, 경기의정부 FC U-18팀의 첫인상이었다.

‘돌풍 속의 차분함’이라고 해야 할까? ‘2016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 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겸 제71회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이하 고등리그 왕중왕전)’에 창단 후 처음으로 진출했고, 16강이라는 주목할 만한 성과까지 이뤄냈다. 수많은 명문 학원 팀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제대로 뽐냈다. 하지만 이제는 후반기 새로운 도전을 위한 담금질을 해야 한다.

우승 후보 격파한 이변의 주인공

지난 6월 25일에 열린 고등리그 왕중왕전 16강전. 정성훈 감독이 이끄는 경기의정부 FC U-18팀은 광주숭의고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0-1로 아쉽게 패하며 8강 진출의 꿈을 접었다. 하지만 결과가 아닌 과정을 봐야 한다. 16강까지 올라온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나 마찬가지였다.

경기의정부 FC U-18팀은 창단 후 처음으로 왕중왕전에 진출했다. 꼬박 3년 만이다. 그동안은 왕중왕전과 거리가 멀었다. 고등리그에 처음으로 참가했던 2014년에는 경기 북부권역(총 6팀)에서 5위를 기록했고 2015년 전반기에는 경기 리스펙트 25권역(총 8팀) 5위, 2015년 후반기에는 경기 리스펙트 1권역(총 5팀)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차근차근 승리를 챙기던 경기의정부 FC U-18팀은 올해 전반기 경기 리스펙트 20권역에서 5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총 8팀 중 2위로 왕중왕전 진출에 성공했다. 그런데 단순히 왕중왕전 진출로만 이들의 돌풍을 설명할 수는 없다. 경기의정부 FC U-18팀의 진면목은 왕중왕전에 가서야 나오기 시작했다.

경기의정부FC U-18팀은 경기초지고와의 64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문제는 32강전이었다. 32강전 상대는 강력한 우승후보인 서울언남고였다. 경기의정부 FC U-18팀의 열세가 당연해 보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정규시간을 2-2 무승부로 끝낸 경기의정부 FC U-18팀은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기며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남양주를 연고로 하는 경기JSUN FC U-18팀과 함께 16강에 오른 유이한 클럽 팀이었다. 비록 경기의정부 FC U-18팀은 16강전에서 광주숭의고에 패하며 돌아서야 했지만, 클럽 팀도 학원 팀 못지않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서 기뻤어요. 그런데 마냥 기쁘지만은 않더라고요. 아쉬운 점을 더 많이 발견했죠. 광주숭의고전 패배를 통해 우리 팀이 후반기를 앞두고 골 결정력 등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걸 알았죠. 우리의 부족한 점을 찾은 것이 진정한 성과인 것 같아요.” - 정성훈 감독

“팀에 3년 동안 있으면서 처음으로 나간 왕중왕전이었어요. 더 올라갈 수 있었는데 아쉽게 16강전에서 졌죠. 서울언남고를 이긴 건 우리 팀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강팀을 잡은 덕분에 저와 친구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 안재홍 (미드필더, 주장)




경기의정부FC U-18팀은 미래를 보고 뛴다. 정성훈 감독은 이 팀을 거쳐 간 선수들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랐다



합숙 없이도 잘할 수 있다

창단 3년 만에 고교축구계에 돌풍을 일으킨 경기의정부 FC U-18팀은 현재 소속 선수 28명이 모두 3학년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함께 운동한 ‘가족 같은’ 친구들이다. 경기의정부 FC는 의정부 지역에 위치한 충의중학교와 U-15팀이 연계돼 운영되고 있고, 이 선수들이 자라면 U-18팀 소속이 된다. 현재 U-18팀 선수들의 절반 이상은 영석고에 재학 중이다.

“우리 팀 선수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함께 축구를 한 친구들이예요. 같은 중학교를 나오기도 했죠. 단합된 힘이 다른 팀들보다는 확실히 강한 것 같아요. 이제는 ‘척하면 척’ 하는 사이가 됐어요.” - 안재홍 (미드필더, 주장)

경기의정부 FC U-18팀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합숙 없는 팀’이다. 대부분의 축구부가 합숙 생활을 하는 데 반해 경기의정부 FC U-18팀은 집에서 훈련장을 오가는 걸 원칙으로 한다. 물론 학교 수업은 절대로 빠질 수 없다.

“합숙이 없는 탓에 훈련 시간이 다른 팀에 비해 짧은 건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죠. 학교 가기 전 새벽에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데리고 가서 훈련을 시켜보기도 했고, 수업이 끝난 후 밤 훈련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수업에서 졸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더라고요. 결국 ‘짧은 훈련 시간 동안 제대로 집중해서 하자’는 결심을 하게 됐죠.”

“다른 팀들이 3~4시간 훈련할 때 저희는 2시간 안에 훈련을 끝내려니 집중력이 필수적이었어요. 물론 아이들의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건 결코 쉽지 않죠. 꾸준히 아이들에게 집중력을 강조했지만, 처음에는 적응을 잘 못했고 어수선했죠. 이제는 많이 괜찮아졌어요.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훈련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까지 꼬박 3년이 걸린 것 같아요.” - 이상 정성훈 감독

선수들도 이제는 모두 정성훈 감독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다른 학원 팀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은 결코 없다. ‘우리만의 문화, 우리만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집, 학교, 훈련장이 모두 가까워요. 이제는 (합숙이 없는 생활이) 적응이 됐죠. 감독님은 훈련이 없을 때는 저희들이 재미있게 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고, 훈련할 때는 집중해서 창의성 있는 플레이를 펼치도록 도와주세요.” - 김정원 (공격수)

“사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합숙을 해본 적이 없어요. 충의중학교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다른 팀은 합숙을 통해 훈련을 많이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해서 조급한 마음은 전혀 없어요. 우리는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훈련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안재홍 (미드필더, 주장)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

경기의정부 FC U-18팀은 유소년 클럽 팀 최초로 연령별 메이저 대회에 참가한 선수를 배출한 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5 FIFA U-17 월드컵’에 참가했던 골키퍼 안준수가 그 주인공이다. 청소년 레벨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기량을 인정받은 안준수는 지난 7월 1일 일본 J2리그 세레소 오사카에 정식으로 입단하며 현재 팀을 떠난 상태다. 존재만으로도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안준수는 경기의정부 FC U-18팀의 ‘자부심’이었다.

“(안)준수는 굉장히 훌륭한 자질을 지닌 선수에요. 기술과 멘탈 모두 뛰어났죠. 옆에서 잘 도와주고, 본인이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죠. 이번 고등리그 왕중왕전에서도 두 경기(경기초지고, 서울언남고)를 승부차기 끝에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준수의 방어 능력을 믿은 선수들이 자신 있게 킥을 했기에 가능했어요.” - 정성훈 감독

그러나 모든 선수가 안준수처럼 축구선수로서 성공의 길을 걷는 건 아니다. 선수들의 진로 문제는 모든 유소년 팀 감독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다.

“여기 있는 모든 선수가 프로로 가지는 못합니다. 선수들도 알고 부모님들도 알고 있어요. 저도 아이들과 미팅할 때마다 무조건 축구선수로 성공하기보다는 다양한 진로를 고민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제가 3년 동안 가까이서 아이들을 지켜봐왔기에, 진로에 대한 조언은 꽤 자주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 정성훈 감독

“우선은 축구선수로서 도전할 수 있을 때까지 한번 해보고 싶어요. 물론 다른 진로에 대한 문을 닫아놓은 건 아닙니다. 3학년인 탓에 (진학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안재홍 (미드필더, 주장)

경기의정부 FC U-18팀은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 팀을 위한 고민을 계속 해야 하고, 이뤄야 할 목표는 더 많아지고 있다. 단순히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이 아니라 좋은 선수, 더 나아가 좋은 인간을 길러내는 양성소로 자리 잡는 것이 팀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의정부 지역은 사실 축구 불모지나 다름없어요. 이 지역에서 자라는 유소년 선수들도 서울로 가는 게 현실이죠.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지금 있는 선수들이 길을 잘 닦아놓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찌됐든 이 팀을 거쳐 간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 정성훈 감독

“경기의정부 FC U-18팀 소속으로 저희가 처음 졸업하게 됐잖아요. 저희가 더 잘해야지 앞으로 들어올 후배들이 우리 팀 소속인 걸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 안재홍 (미드필더, 주장)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8월호 'THE TEAM'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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