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상대초의 박수정은 유소녀 축구계의 대표 골잡이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작은 키, 해맑고 당찬 눈빛, 예쁜 미소. ‘축구 소녀’ 박수정(포항상대초)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소녀는 빛나는 가능성을 지닌 유소녀 축구계의 대표 골잡이이기 때문이다.“사진 별로 안 찍어봤어요.”
어린 소녀를 데리고 인터뷰와 표지 사진 촬영을 하는 일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앞선 포항상대초와 포철동초의 연습경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인터뷰 시간이 1시간 이상 연기됐고, 동시에 선수들의 저녁 식사 시간과 겹치면서 인터뷰와 표지 사진 촬영 모두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런데 이 소녀, 사진 찍는 게 영 어색하다. 포토그래퍼의 이러저러한 요청에 처음에는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 잘 못하겠어요…” 소녀는 쑥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연신 지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긴장감이 풀리며 자세가 나오기 시작했다. 소녀의 표정은 점점 자연스러워졌고, 포토그래퍼의 다양한 포즈 요청에도 거리낌 없이 임하기 시작했다.
수줍음 많으면서도 필요할 때는 당찬, 딱 요즘 아이들이다. 포항상대초 축구부 박수정의 이야기다. 올해 6학년인 박수정은 팀 내 간판 골잡이다. 그녀의 진면목은 지난 5월 열린 ‘제 24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포항상대초는 올해 여왕기 대회 초등부에서 전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 올린 팀이다. 여기에는 총 13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박수정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 박수정은 인천백학초(4-0 승)와의 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서 최소 2골 이상을 터뜨리며 골잡이로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창원명서초와의 결승전에서는 혼자 4골을 터뜨리면서 팀의 6-0 대승에 기여했다.
이 어린 소녀의 내면에 자리 잡은 ‘골잡이 본능’이 궁금했다.
가 포항까지 내려가서 그녀를 만난 이유다. 여자 축구국가대표팀의 주축을 꿈꾸는 박수정은 나긋나긋하면서도 힘이 실린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 만나서 반가워요. 연습경기 뛰고 오느라 힘들죠?
(다소 지친 얼굴로) 괜찮아요. 견딜만해요.
- 자기소개를 먼저 해볼까요?
제 이름은 박수정이고, 6학년입니다. 포지션은...뭐라고 해야 해요? (ONSIDE: 공격수 아닌가요?) 공격수라고 말하면 되나요?
- 여왕기 대회가 끝난 후 두 달이 지났네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기분이 좋아요. 평생 잊지 못할 대회가 될 것 같아요.
- 우승을 예상했나요?
아니요. 사실은 예상 못했어요. 아직 팀 전체적으로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했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고 느꼈죠. 금방 탈락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우승까지 가서 지금도 신기해요. 우승하고 나서 주변에서 축하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요. 감독님은 우승에 안주하지 말고 끝까지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하셨죠.
- 여왕기 대회를 앞두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해요.
먼저 동료들과 호흡을 많이 맞춰봤어요. 저희가 하루 3~4시간 정도 훈련을 하는데, 그때마다 함께 뛰면서 팀의 전체적인 호흡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어요. 또 달리기도 많이 했고요. 무엇보다 저는 공격수잖아요. 골을 많이 넣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오로지 골을 많이 넣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 결승전에서 혼자 네 골을 넣게 될 것이라는 걸 예상했나요?
아니요. 그저 골을 많이 넣기 위해 노력했던 것뿐인데 네 골이나 들어갔고 결국 팀이 우승해서 진짜 기분이 좋았어요. 감독님이 잘했다고, 다음에도 더 잘하라고 칭찬해주셨어요. 그날 우승하고 나서 학교로 돌아와 주변에 있는 오리고기 집에 가서 고기를 배터지게 먹었답니다!
- 원래는 단거리 육상선수였다고 들었어요.
네. 제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부터 단거리 육상선수를 시작했어요. 축구는 재작년(2014년)부터 시작했고요. 원래 구미시에서 살았는데,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 포항으로 전학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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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은 미래 지소연처럼 해외로 지출하는 게 목표다
- 축구선수로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학교 체육선생님이 추천을 해주셨어요. 제가 운동하는 걸 보고 축구를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의외로 저는 놀라지는 않았어요. ‘어디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죠. 사실 육상선수를 할 때도 축구를 좋아해서 친구들이랑 자주 운동장에서 공차고 뛰어놀았어요. 평소에도 축구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 육상하고 다른 축구의 매력은 무엇이던가요?
음... 아무래도 골을 넣는 게 아닐까 싶어요!
- 4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으면, 일찍 시작한 다른 친구들을 따라잡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친구들이 뛰어다니는 걸 보면서 저도 열심히 뛰어다녔어요. 패스 안 놓치려고 계속 연습했고, 모르는 건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했어요. 개인 훈련도 열심히 했고요. 유효준 감독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 처음부터 공격수였나요?
아니요! 처음에는 수비수였어요. 그런데 5학년이 되고 나서 감독님이 저한테 공격수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무엇보다 골을 넣는 걸 재미있어 했거든요. 공격수로 바꾸길 잘한 것 같아요. 저는 골을 넣으면 넣을수록 축구가 더 재미있어져요.
- 축구에 입문한지 1년 여 만에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했어요.(박수정은 지난해 울산에서 열린 이 대회 초등부에서 9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언니들 대신 득점왕을 차지했어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골은 넣으면 넣을수록 더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때부터 골을 넣는 게 정말 재미있어졌어요.
- 골을 잘 넣기 위해 평소 어떤 연습을 하나요?
먼저 정확하게 차려고 연습해요. 다음에는 상대 수비수의 방향에 따라 좌우로 재빨리 차는 연습을 해요. 저녁 먹고 가끔 TV로 축구를 보는데요. 제 포지션에 있는 선수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배우려고 노력해요. 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많이 봐요.
- 평소 경기에 나서기 전에는 어떤 마음가짐인가요?
경기에 나서면 먼저 ‘오늘 꼭 골을 넣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요, 다음에는 ‘열심히 뛰어서 팀에 보탬이 돼야지’라는 생각을 해요. 생각했던 게 경기에서 잘 나타나면 그날은 정말 기분이 좋아요.
- 가족들과 떨어져서 혼자 지낸다고 들었어요.(현재 박수정의 가족은 경북 구미에 산다)
평일에는 숙소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지내고, 주말에는 집에 가요. 3년 동안 숙소 생활을 했는데,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전혀 외롭지 않아요. 친구들이랑 있으면 정말 재미있어요.
- 훈련을 안 할 때는 친구들이랑 뭐하고 놀아요?
딱지치기요!
- 요즘에는 게임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의외네요.
요즘 딱지치기에 푹 빠졌어요. 저 정말 딱지치기 잘하거든요. 예전에는 공기놀이를 했는데 질려서 딱지치기로 바꿨어요.
- 어찌됐든 박수정 선수는 응원해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든든하겠어요.
제가 처음 육상에서 축구로 바꾸겠다고 했을 때, 아빠가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엄마는 한번 해보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아빠도 엄마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가족들을 생각하면 정말 고마워요. 제가 언니랑 동생이 있는데요. 유일하게 저만 운동을 하거든요. 평일에는 따로 떨어져서 사니까 가족들을 보고 싶을 때가 자주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 지금까지 저를 도와주시고 응원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 박수정 선수는 10년 뒤 어떤 선수가 되어있을 것 같나요?
음... 10년 뒤에는 내가 몇 살이지...(ONSIDE: 23살이겠죠?) 아 맞다! 아마 그때쯤에는 해외에서 뛸 것 같아요.
- 해외에서 뛰고 싶은 게 꿈이군요?
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언니처럼 해외에서 뛰고 싶어요. 또 제가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를 좋아하거든요. 제이미 바디처럼 골 결정력이 뛰어난 선수가 돼 꼭 해외로 나가고 싶어요.
- 해외에서도 골은 많이 넣을 거죠?
꼭 그럴 거예요. 열심히 노력해서 1년에 30골씩 넣는 최고의 공격수가 되고 싶어요!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8월호 'THE INTERVIEW 1'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