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TV아마추어

의정부FC가 낳은 골키퍼 인재, 안준수

2015-02-20 11:49:00 6,262

안준수는 오는 10월 열리는 2015 FIFA U-17 월드컵 주전 자리를 꿰차 자신의 실력을 만방에 뽐내길 기대하고 있다.



“뛰는 게 싫어서 골키퍼를 선택했어요.”

U-17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떠오른 안준수(17, 의정부FC)가 골키퍼 포지션을 택한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평소에는 어리바리한 편이지만 골문 앞에만 서면 그의 눈빛은 달라진다. 어쩌면 골키퍼가 그에겐 천직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안준수가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건 지난해 9월이었다. 안준수는 2014 AFC U-16 챔피언십에서 든든하게 골문을 지켜 준우승에 일조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소속의 이승우, 장결희에게 쏠렸지만 안준수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안준수는 대회 조별리그 3경기와 8강, 4강, 결승전까지 모두 나서 단 3실점만을 기록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숨은 영웅’이었다.

7세 때 지역 클럽팀 의정부FC의 축구교실에서 축구를 접한 안준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축구선수의 길을 걸었다. 그의 능력을 알아본 민재홍 의정부FC 총 감독의 제안 때문이었다. 그 어떤 포지션보다 확실한 전문성을 갖춘 골키퍼는 최근 가장 각광받는 포지션 중 하나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필드플레이어들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자리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필드플레이어로 축구를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안준수는 처음부터 골키퍼를 택했다.

그는 그저 “뛰는 게 싫어서”라는 단순한 이유를 댔지만 민 감독은 “준수가 평소에는 조금 어리바리 한 편인데, 골대 앞에만 서면 눈빛이 달라졌다. 집중력 있게 공을 잘 막아내더라”며 일찌감치 골키퍼로서 자질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재능을 정확히 찾아낸 안준수가 골키퍼로서 성장을 거듭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줄곧 청소년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곤 했다. 청소년 대표팀에서의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묵묵히 실력을 갈고 닦았다. 기회는 찾아왔다. 최진철 감독이 U-16 대표팀을 맡으며 안준수를 경기에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준수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경기를 회상하는 것 만으로도 설레는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재작년 U-16 AFC 챔피언십 아시아 예선에서 처음 대표팀 선발로 나섰어요. 매번 후보로만 머물다 선발로 그라운드를 밟으니 울컥하는 마음마저 들더라고요.”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나선 괌과의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안준수는 2014 몬디알 풋볼 몽테규대회와 2014 코파 멕시코대회에서도 꾸준히 실력을 증명하며 당당히 AFC U-16 챔피언십에 나섰다. 그는 대회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일본과의 8강전을 꼽았다. “2015 FIFA U-17 월드컵 티켓이 주어지는 4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긴장이 많이 됐다. 상대가 일본이었기 때문에 더욱 각오를 단단히 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래서인지 2-0 승리가 어느 때보다 가슴 벅찼다.

반면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단연 결승전이다. 안준수는 “우리가 선제골을 넣고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었던 것 같다. 동점이 된 후에도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는 “많이 아쉬웠지만 이 대회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큰 국제무대를 밟았기 때문”이라며 미소 지었다.

안준수는 독특한 이력으로도 관심을 끈다. 그는 유소년 클럽 소속으로 연령별 메이저 대회에 참가한 국내 최초 선수다. 대부분 청소년 대표 선수는 학교 축구부, 프로 산하 유소년팀, 각 지역 축구센터, 해외 유소년팀 출신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의 발탁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실제로 대표팀에 소집되면 대부분의 동료들이 “왜 그런 팀에 있냐”는 질문을 한단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미래를 내다본 그의 선택이었다. 안준수는 “사실 K리그 유소년팀들의 제안도 몇 번 받았지만 부모님과의 상의 끝에 계속 팀에 남기로 했다. 좋은 팀에서 축구를 배우는 것도 좋겠지만 경기에 나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의정부FC는 내가 어릴 때부터 기반을 다져온 곳이지만, 새로운 팀에 가면 다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경기를 뛰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의정부FC는 합숙을 하지 않는 클럽으로 유명하다. 합숙의 장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정서적 유대감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의정부FC의 철학이다. 이 점도 안준수가 팀을 떠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남다른 신념과 확신으로 의정부FC에 남은 안준수에게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낙점 받은 김진현의 소속팀 일본 세레소오사카에서 테스트를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를 주선한 민재홍 감독은 “사실 별 기대 없이 테스트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한 것이었는데, 세레소오사카 측에서 준수를 마음에 들어 했다. 현재 계약을 한 상태는 아니지만 비시즌마다 세레소오사카에서 위탁 교육을 해주고 있다. 시즌 중에는 코치가 직접 한국으로 와 컨디션과 실력을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안준수는 2013년 겨울과 2014년 여름, 겨울까지 총 세 차례 세레소오사카에 가서 훈련을 받았다. 구단 유소년팀 훈련과 더불어 프로 1군 훈련에도 함께 참가한다. 안준수는 “일본 같은 경우 골키퍼의 활동 범위기 굉장히 넓다. 일본 축구의 특성상 패스도 많이 강조한다. 최근 현대 축구가 골키퍼의 패스 능력을 많이 중시하고 있는데 일본에서의 훈련이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안준수는 오는 10월 칠레에서 열리는 2015 FIFA U-17 월드컵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맘껏 뽐내겠다는 자세다. 그는 “세계무대에 선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아무래도 AFC U-16 챔피언십에서 만난 상대들보다는 체격과 힘이 훨씬 좋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며 힘을 키우고 있다”며 “만약 내가 U-17 월드컵에 나선다면 많이 떨리겠지만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글= 김태경
사진= FAphotos, 김태경




안준수(왼쪽)가 동료들과 함께 동계훈련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8월 파주 NFC에서 훈련하고 있는 안준수(가운데)의 모습.

  • 페이스북
  • 트위터
  • URL 카피

남원유소년FC, 스페인 축구에 반하다

“공 차는 즐거움이 가장 중요”… 공부·운동 둘 다 잡기 돋보여

목록
이전게시글 다음게시글

아마추어

[생생화보] 추계 중등대회 마무리... 각 그룹별 우승팀은?

아마추어

청룡기 MVP 석지환 “용인FC 선수 거쳐 김민재처럼 되겠다”

아마추어

공부하면서 축구 잘 하는 게 가능? 서울상문고는 가능!

아마추어

김상원 용인축구센터U15 감독 “프로 유스되면 더 강해질 것”

아마추어

[청룡기] 용인시축구센터U15, 20년 만에 전국대회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