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환한 표정인 박혜정 ⓒ송창우
U-13 여자대표팀은 지난 16일 파주NFC에 모여 17일부터 22일까지 일본 U-13 여자대표팀과 한일 교류전을 함께했다.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나이의 선수들답게 훈련기간 내내 화목한 분위기 속에 훈련을 함께했다. 물론 두 차례의 친선경기만큼은 진지한 자세로 나섰다.
결과는 두 경기 모두 우리 U-13 여자대표팀의 승리. 주장 박혜정(설봉중)은 최전방과 2선을 넘나들며 경기 내내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152cm의 아담한 체구지만 순간 스피드와 탁월한 골 결정력' 넓은 시야는 같은 연령대를 넘어선다는 평가다.
실제 박혜정은 U-13 여자대표팀은 물론 U-14 여자대표팀에서도 활약 중이다. 박혜정은 U-14 여자대표팀 소속으로 지난 6월 중국에서 열린 ‘AFC U-14 여자 동아시아지역 챔피언십’ 전 경기에 출전했으며' 이어 9월에는 ‘한일 우수 청소년 교류전’ 대표선수로 선발돼 일본 전지훈련에 다녀오기도 했다. 쟁쟁한 언니들 사이에서도 전 경기에 출장할 정도로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것.
U-13 여자 선수 중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만큼 박혜정은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동료 선수들은 박혜정을 향해 “혜정아~ 인터뷰 잘해!”라며 짓궂은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어휴~ 쑥스러워 미치겠어요. 인터뷰는 할 때마다 너무 부끄러워요.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어요.(웃음)”
박혜정은 신하초 재학 시절부터 주목을 끈 선수다. 2011년 신하초 전국대회 5관왕을 이끌었으며 2012년에도 맹활약을 펼치며 통일대기 대회에서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상의 영광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날 한일전 역시 전반에는 최전방에서' 후반에는 중원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개인 기술이 좋기로 유명한 일본 선수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 박혜정은 이날 승리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그냥 좋아요.(웃음) 지금 선수들과는 작년 6월과 지난 겨울에 모이고 처음 모이는 거에요. 아무래도 조직력은 기대하기 힘들어요. 그래도 다들 열심히 뛰니까… 그래서 이긴 것 같아요.”

한일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박혜정 ⓒKFA 홍석균
승리 만큼 값진 추억도 얻었다. 선수들은 파주NFC에서 일본 선수단과 합숙 훈련을 하며 쇼핑' 인근 관광지 견학' 삼겹살 파티 등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박혜정은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즐거웠다고 이야기했다.
“말이 안 통하지 않아서 손짓으로 이야기했는데 못 알아듣고… 너무 웃겼어요.(웃음) 그리고 일본 선수들은 밥을 너무 천천히 조용히 먹더라고요. 저희는 떠들면서 먹는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신기했어요.”
재미있는 추억과 함께 얻은 것도 많다고 고백했다. 실제 우리 대표팀은 힘과 체격을 앞세워 일본 대표팀을 잠재웠지만 개인 기술' 세밀한 플레이에 있어서는 확실히 열세였다. 박혜정도 이를 인정했다.
“일본 선수들은 확실히 개인 플레이가 좋아요. 아기자기한 점도 배울 게 많고요. 국가대표팀에 와서 다른 나라 선수들이랑 경기를 하면 확실히 자극 받고 가요. 저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요. 소속팀에서도 더 열심히 해야죠.(웃음)”
국가대표에 와서 자극을 받고 가는 것. 이는 이문석 감독이 원하는 바와 일맥상통한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린 나이에 다잡아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연령대 국내 최고의 선수라 불리는 박혜정이라도 예외는 없다. 물론 박혜정 역시 이 감독의 뜻을 잘 알고 있다.
“감독님은 2전 전승에도 만족하시지는 않았어요. 못해서 그렇다기 보다는 저희가 정신을 차리지 못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소속팀이랑 여기는 많이 다르죠. 여기오면 더 긴장하게 돼요. 자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국가대표팀의 일원이라도 소녀다운 감성은 여전했다. 박혜정은 파주NFC에 입소할 때 가장먼저 드는 생각은 ‘신난다’라고. 한 번 맛보면 빠질 수 밖에 없는 파주NFC 식당의 맛도 박혜정을 사로잡은 것 중 하나다. 물론 언니들과 함께하는 U-14 여자대표팀보다는 U-13 여자대표팀이 편하다고 고백했다.
“사실 가장 먼저 드는 마음은 ‘신난다’는 거에요. 친한 친구들을 만나니까요. 그리고 밥도 너무 맛있어요.(웃음) 물론 긴장도 돼요. 그래도 열심히 뛰면 다 돌아온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셔서 열심히 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U-14 여자대표팀에서 언니들이랑도 많이 뛰었어요. 언니들도 너무 좋지만 아무래도 동갑내기 친구들이 있는 U-13 여자대표팀이 편하죠.(웃음) U-14 여자대표팀은 언니들이니까 기가 죽는 건 조금 있어요. 무섭게 하고 그런 건 전혀 없는데 아무래도 선배님들이니까…(웃음)”
언제나 웃는 표정의 박혜정은 미래에 대한 특별한 부담감이 없다고 한다. 밝은 표정만큼 현재를 즐기려 노력한다.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미래라는 세간의 관심에도 특별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특별한 부담감은 없어요. 마음가짐도 편하고 긍정적이에요.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대해 특별한 부담감도 느끼지 않아요. 부끄럽기는 하지만요.(웃음)”
대한민국 여자대표팀의 지소연-여민지-장슬기의 계보를 이을 선수로 주목 받고 있는 U-13 여자대표팀의 에이스 박혜정. 그녀의 밝은 표정이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밝은 미래를 뜻하기를 소망해본다.
파주=송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