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장 잔디공사로 교내 공터에서 훈련 중인 해미중 선수들 ⓒ서혜민
1승이라 쓰고 必勝이라 읽는다해미중학교 축구부 인원은 ‘대략’ 20명이다. 수시로 떠나고 들어오는 선수들이 생기기 때문에 매월 정확한 인원수 집계가 쉽지 않다. 지난해 목표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1승'이다. 서종민 감독은 선수들에게 ‘올 시즌 너희들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1승 하자’고 말한다. 선수들은 항상 잠들기 전 숙소에 모여 승리를 위한 다짐을 한다.
■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1승해미중의 당면과제는 1승이다. 작년부터 단 1승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도 '2011 대교눈높이 중등부 충남-충북리그'에서 1무 10패를 기록 중이다.
서종민 감독이 가장 염려하는 점은 패배의식에 젖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사라져 훈련을 해도' 잘못을 지적해줘도 소용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1승은 어떤 것보다도 강한 활력소가 될 것이다. 다음 시즌 좀 더 활기찬 출발을 위해서' 학교의 인지도와 선수 스카우트를 위해서' 무엇보다 팀을 위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1승이다.
서 감독은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지금 3학년 아이들을 고등학교에 진학 시키는 것. 둘째는 2년 후를 바라보고 선수들을 모아 이들을 ‘선수’로 키워내는 것이다. 현재 3학년 선수들이 하나' 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두 번째 목표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난달까지 17명이었던 선수 숫자는 현재 20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현재 7명인 3학년 선수들이 빠져나가면 남아있는 숫자는 13명. 다시 선수 수급이 절박한 문제로 다가온다. 두 번째 목표를 위해 서 감독은 열심히 전국 각지를 뛰어 다녔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정하다. 그럴 때마다 서 감독은 보란 듯이 해미중을 일으켜 세워 보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더 이상 물러설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 번 1승을 위해 도전의지를 불태운다.

해미중 서민종 감독 ⓒ서혜민
■ 무작정 축구가 좋아서...수도권의 대다수 축구부는 가능성과 재능을 보고 테스트를 거쳐서 선수를 선발하지만' 해미중은 다르다. 이들이 축구부에 들어온 이유는 단 하나. ‘축구가 좋아서’다.
이들은 대부분 중학교에 들어와서 처음 축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렇다 보니 기본기와 선수로서의 의식이 부족하다. 심지어 기본적인 경기규칙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도 경기를 할 때마다 부족함을 온몸으로 느낀다.
“조직력' 체력은 자신 있는데' 기본기가 없어서 볼 관리를 못해요 공만 잡으면 다 빼앗기니까 서로 믿지 못해서 패스를 안해요.” 주장 고민재의 말이다.
4'5'6월에는 선수로서 기초체력훈련에 집중했다.
“몸 풀고' 산 타고' 기본기 훈련하고' 또 뛰었어요. 방학하고 나서는 기본기 비중이 조금 늘어서 덜하지만 4'5'6월을 정말 버티기 힘들었어요. 덕분에 이제 후반전까지 체력은 거뜬해요.”
서 감독은 방학 휴식기간 동안 기본기와 조직력을 중점적으로 다졌다. 개개인이 기본기술이 약하기 때문에 조직력이 강해야 한다. 조직이 탄탄해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제 체력은 많이 좋아졌다.
체력훈련도 볼을 가지고 하는 것이 대세이긴 하지만' 학원축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속성전력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공부시간을 줄여본 적은 없다. 해미중의 훈련은 반드시 정규수업을 모두 마친 후에 진행된다. 훈련 후 저녁시간에 선수들과 학교 선생님들이 따로 모여 영어' 한자 공부를 중심으로 방과 후 수업을 한다.

해미중 선수 대부분은 축구가 좋아 중학교 때 축구를 시작했다. ⓒ서혜민
■ 후반기' 에이스가 돌아온다 무릎 연골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던 고민재가 복귀한다. 고민재 효과는 그가 돌아온 직후 가졌던 오룡기에서 곧바로 나타났다. 해미중은 강팀 전남 U-15팀(광양제철중)과 숭실중을 맞아 각각 0-3' 0-2로 패했다.
결과는 패였지만 경기내용 상으로는 예전의 해미중이 아니었다. 서 감독은 두 경기에 대해 “예전 같았으면 더 큰 차이로 대패했을 경기다. 조직력과 체력이 보완되고 선수들 간의 커버플레이가 살아나면서 좋은 경기를 펼쳤다. 두 경기 모두 후반전에 무너진 것이 아쉽지만 전반전에는 정말 훌륭했다. 오히려 상대팀들이 우리를 상대로 골을 넣지 못하자 당황하더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경기를 읽는 눈' 패싱력' 헤딩' 중거리 슈팅 능력이 뛰어난 고민재가 돌아오면서 단순했던 공격 패턴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는 고민재 뿐이 아니다. 감독이 선택한 에이스가 고민재라면' 10번 김장호는 선수들이 선택한 에이스다. 고민재는 “장호는 축구를 할 줄 알아요. 패스하고 나서 어디로 움직이고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뚫릴지 알고 움직여요. 우리 팀에 장호 없으면 공격이 안돼요”라고 말했다.
187cm의 신장을 자랑하는 U-15 대표상비군 골키퍼 이경제. 팀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여줄 멀티 플레이어 고민재. 그리고 축구에 눈 뜬 김장호. 후반기 세 명의 에이스와 함께 해미중 선수들이 어떻게 당면과제인 1승을 만들어낼 지 흥미진진하다. 남은 경기는 다섯이다

고민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팀에서 구력이 긴편에 속한다. ⓒ서혜민
'서종민 감독을 지켜라' -고민재' 이경제 인터뷰후반기 남은 경기는 다섯이다. 현재의 해미중에게 1승은 여러 측면에서 간절하고 소중하다.
팀의 주축인 두 선수로부터 전반기 소감과 후반기 다짐을 들어봤다.
- 감독님은 방학동안 부족한 기본기와 조직력을 중점적으로 다듬는다고 했다. 어떻게 훈련했나?>이경제(이하 이): 크게 팀 훈련' 개인 훈련으로 나눠서 했다. 팀 훈련은 볼터치' 패스' 조직력' 체력훈련. 개인훈련은 말 그대로 개인훈련이다. 나는 평소 문제였던 잔 실수를 줄이기 위해 크로스 캐칭' 볼 캐칭 훈련을 주로 했다.
고민재(이하 고): 체력훈련이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감독님이 조직력을 강조하시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시된다. 예전처럼 산에서 뛰면서 하는 훈련은 없지만' 여전히 가장 힘든 훈련이다.
- 이경제 선수는 U-15 대표상비군에 선발됐다. 대표팀 훈련에 다녀오면 새로 느끼고 배우는 점이 많을 것 같다.이: 가장 다른 점은 훈련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팀에 있을 때에는 골키퍼를 따로 지도해 주시는 코치가 없어 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팀에서는 여러 가지 훈련을 하니까 재미있고 새로운 기술들을 배울 수 있어 좋다.
- 리그를 시작할 때 성적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나? 지금은 처음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나?고: 5승 정도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처음에는 경기가 끝나면 기분이 많이 상했는데' 이제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부족한 점을 고치려고 노력한다. 후반에 체력이 부족해서 무너지는 경우가 생겼는데 이 부분이 가장 좋아졌다.
이: 4'5'6월에 매일 산에서 체력훈련을 했다. 이렇게 시작한 훈련이 또 운동장 뛰는 훈련으로 마무리됐다. 덕분에 체력이 정말 좋아졌다. 후반전에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중학교에 와서 축구를 시작하는 선수들이라 학년 간에 실력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극복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경제는 늦게 축구를 시작했지만 U-15 대표상비군에 선발될 정도로 일취월장하고 있다. ⓒ서혜민
- 큰 점수 차로 지는 경우가 많다. 리그 경기를 해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이경제 선수는 상대팀 골키퍼가 부러울 때도 많을 것 같다.이: 솔직히 많다. 골키퍼는 원래 체력적으로 힘든 포지션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경기를 하다보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가 많다. 상대팀 골키퍼는 누워있어도 될 정도로 편해 보이는데 나는 경기 내내 긴장을 풀 수가 없다.
고: 처음에 큰 기대를 하고 리그를 시작했는데 연달아서 패했을 때. 4연패까지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리가 이렇게 못하면 감독님이 떠나실 텐데’라는 걱정도 들었다.
- 가장 상대하기 힘든 팀은?고: 신평중' 예산중' 천안중' 대성중. 지금 상위권 팀들은 전부 힘든 상대다. 특히 천안중은 선수들 체격이 크다. 부딪히면 힘이 느껴진다. 상대편이 잘하는 것보다 우리가 미리 겁먹고 시작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이: 천안중이 가장 힘든 것 같다. 체격에서 밀리니까 체력도 금방 떨어지고' 헤딩을 많이 내준다. 가장 막기 힘든 게 헤딩슛인데...
고: 제천동중' 미덕중은 꼭 이기고 싶다. 두 팀과 경기할 때는 승부욕이 더 많이 생긴다. 이번 시즌에는 이기지 못했지만' 다음 시즌에는 우선 두 팀부터 잡겠다.
글=최일환(KFA리그신문)
*'KFA리그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