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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수문장을 꿈꾸는 서울시청 류지수

2022-10-13 11:49:36 460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직성이 풀렸다. 가수를 꿈꾸던 류지수(25, 서울시청)가 축구 선수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다. 남들보다 늦게 축구를 시작했던 그는 차근차근 성장해 한국여자축구의 차세대 수문장으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다.

 

2019년 수원도시공사(현 수원FC위민) 소속으로 WK리그에 데뷔한 류지수는 2021년 서울시청으로 자리를 옮긴 뒤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다. 이전까지 주로 백업 골키퍼를 맡았다면 서울시청에서는 주전으로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안정적인 방어 능력과 위치 선정 기술, 빠른 상황 판단력을 갖춘 류지수는 실점 위기에서 슈퍼 세이브를 거듭하는 등 2021시즌 내내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그의 활약으로 만년 하위권이었던 서울시청은 그해 3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돌풍을 몰고 왔다.

 

올 시즌에도 한층 무르익은 플레이를 선보이며 서울시청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류지수는 4월 생애 처음으로 여자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김정미, 윤영글 등 베테랑 골키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류지수는 6월 캐나다 원정 친선경기와 7월 일본에서 열린 E-1 챔피언십 그리고 9월 자메이카와의 친선전까지 연달아 소집되며 차세대 한국여자축구 수문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넓혀갔다.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다가오는 여자월드컵과 파리올림픽 참가도 꿈은 아니다.

 

4월에 여자 국가대표팀에 첫 발탁된 이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어요.

멀리서만 보던 멋진 언니들과 함께 훈련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데 좋은 만큼 제 부족함을 많이 느끼기도 했죠. 4월 첫 소집 때는 언니들과 첫 훈련을 하면서 ‘현타(현실 자각 타임)’도 많이 오더라고요. 하면 할수록 제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에 위축되기도 했어요. 다행히 두 번째 소집부터는 긴장이 풀리더라고요.

 

같이 훈련하는 언니들이 대선배(김정미, 윤영글)들인데 어떤가요?

언니들보다 제가 한참 부족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죠. 언니들도 그걸 알고 있으니 같이 훈련할  때마다 조언을 해주세요. ‘너는 정말 좋은 재능을 가졌지만 이럴 때는 이 방향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면 그게 그렇게 든든할 수밖에 없어요. 제 발전을 위해 해주시는  말씀이잖아요. 너무 고맙죠.

 

캐나다 친선경기와 E-1 챔피언십은 어떻게 지켜봤나요?

두 대회 모두 벤치에서 지켜봤는데 저에게는 배움의 시간들이었어요. 캐나다와의 경기는 0-0이었지만 해 볼만한 경기였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캐나다 경기장에 애국가가 나왔을 때  큰 자부심을 느꼈어요. 여자축구 강국인 캐나다를 상대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여자축구도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느꼈죠. E-1 챔피언십도 마찬가지예요. 결과는 다소 아쉬웠지만 개인의 부족함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팀 플레이를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차세대 한국여자축구 주전 수문장을 꿈꾸는 서울시청 류지수
 

4개월 동안 대표팀 생활에 적응 많이 했나요?

다행히 서울시청 소속 언니들이 대표팀에 있어 적응은 어렵지 않았어요. (심)서연 언니가 훈련 갈 때나 식사하러 갈 때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다른 언니들에게 ‘지수 좀 잘 챙겨 달라’고 이야기하셨거든요. (박)은선 언니도 마찬가지예요. 은선 언니는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항상 네가 최고라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자신감을 북돋아주세요.

 

내년 여자월드컵, 내후년 올림픽을 꿈꾸고 있을 것 같아요.

제가 WK리그 데뷔 1년 차 때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인터뷰에서 목표를 올림픽과 월드컵 진출로 이야기했어요. 운이 좋게도 여자 국가대표팀 소집이라는 기회가 늦지 않게 저에게 왔죠. 직접 국가대표팀에 있어보니 더욱 올림픽, 월드컵을 꿈꾸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언니들의 경기를 바라보는 입장이지만 언젠가는 저도 언니들과 경쟁하게 될 날이 올 거라 믿어요. 차근차근 경험 쌓으면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

 

서울시청 이야기를 해볼게요. 벌써 2년차가 됐어요.

지난해 서울시청으로 이적했는데 이적 첫 해에는 사실 긴장을 많이 했어요. 저도 모르게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나 봐요. 이전 소속팀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으니까요. 확실히 올해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이에요. 경험이 쌓이니 선수들을 리드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긴 것 같아요.

 

스스로 발전하는 것이 느껴지나요?

시야가 넓어진 것이 느껴져요. 상대편 공격수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빠르게 체크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덕분에 골문 앞에서의 움직임도 여유로워졌어요. 

 

류지수 선수의 합류로 서울시청이 탄력을 받았다는 평가가 있어요. 비결은 무엇일까요?

저는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 분석 영상도 보지만 제가 잘했던 경기 영상을 자주 보려고 해요. 제가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경기 영상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올라가기 마련이거든요. 영상에서의 제 모습 그리고 남자축구 골키퍼들의 선방 장면을 끊임없이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해요. 아무래도 그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유영실 감독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제가 언제나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수비들이 불안하다 싶으면 네가 뭐라고 해도 된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하시죠. 간혹 감독님께 경기를 앞두고  걱정되는 점을 하나씩 털어 놓으면 ‘그거 진짜 아무것도 아니다. 너는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씀하세요. 감독님이 자신감을 끊임없이 심어준 덕분에 저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팀의 주전 골키퍼로서 책임감이 클 것 같아요.

제가 상대에게 골을 안 내준다면 최소한 비기기라도 하겠죠.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하니 항상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다른 팀들이 저희 서울시청을 ‘도깨비 팀’으로 부르더라고요. 매 경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겠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여진 만큼 ‘도깨비 팀’답게 상대가 두려워하는 팀이 됐으면 좋겠어요 

 

옛날 이야기를 해볼까요?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특이하네요.

어렸을 때부터 동네 친구들이랑 공 차고 뛰어노는 걸 좋아했어요. 제 기억에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동네에서 축구를 했던 것 같아요. 저희 엄마는 제가 뮤지컬 배우가 되는 걸 원하셨어요. 저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샤이니를 좋아해서 뮤지컬 배우, 가수에 관심이 있었죠. 그래서 실제로 기획사 오디션도 직접 봤는데 다 떨어졌어요(웃음). 그래서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결심했죠.

 

갑자기 축구선수로 방향을 틀게 된 이유가 있나요?

원래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두려움이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남자 애들이랑 공을 차며 놀았으니 자연스럽게 축구 선수를 하겠다고 결심을 한 거죠. 당시 제가 울산에 살았는데 축구를 하고 싶어서 부모님에게 청운중을 가고 싶다고 했어요. 엄마는 여자가 무슨 축구냐며 처음에는 반대하셨죠(웃음).

초등학교 6학년 때 남양주로 이사 와서 일반 학교를 다녔지만 축구선수의 꿈을 놓지 않았어요. 엄마도 제가 꿈을 놓지 않으니 반대를 접고 도와주려고 하셨죠. 그래서 KFA에 무작정 전화를 했어요. 당시 전화를 받았던 KFA 직원이 제가 사는 곳을 물어보더니 (인근에 있는) 오주중을 추천해주더라고요.

 

류지수는 서울시청 주전 수문장으로서 노련함을 갖춰나가고 있다.
 

오주중에서 단번에 받아줬나요?

당시 저와 같은 학년의 선수들이 무려 13명이었어요. 인원이 너무 많으니까 감독님은 저를 안 받으려고 하셨죠. 그 때부터 거의 두 달 동안 학교를 마친 후 남양주에서 서울에 있는 오주중으로 넘어가 운동을 했어요. 전 진짜 간절했거든요. 골키퍼라도 시켜주면 할 테니 받아만 달라고 했죠. 골키퍼 장갑도 제일 싼 걸로 사서 끼고 다녔어요. 그렇게 두 달을 끈질기게 버티니까 감독님이 결국 저를 받아들이셨어요. 얘는 뭐라도 할 아이라면서요(웃음).

 

축구를 향한 의지가 대단했네요.

처음에는 반대했던 엄마도 이제는 응원해주고 계세요. 선수 생활을 하면서 힘들면 옆에서 이야기도 들어주고 집에 가면 맛있는 밥과 반찬도 많이 해주시죠. 여자 국가대표팀에 들어갔을 때는 엄마가 ‘너의 길이 열린 것 같다’며 좋아하셨어요. 아빠는 경상도 사람이라 그런지 티는 잘 안 내셨지만 좋아하셨죠.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2019년 WK리그 드래프트가 기억에 남아요. 고려대 시절 개인사정으로 축구부에 입단하지 못했고 아마추어팀으로만 뛰었거든요. 정식 축구부 생활을 하지 않다 보니 과연 내가 뽑힐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공백이 있었고 다시 폼이 올라오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5라운드에서 수원도시공사의 지명을 받았어요. 그 순간 너무 손이 떨리더라고요. 혹시 꿈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는데(웃음) 현실이더라고요. 지명 순간 주변에서 다 저를 쳐다봤어요. 기쁘기도 했지만 걱정도 됐죠.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과연 내가 가는 것이 맞는 건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노력한 만큼 잘 풀렸네요.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남들보다 비교적 축구를 늦게 시작했고 불안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데만 집중했거든요. 앞으로도 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제가 잘하면 팀 성적도 잘 나온다는 믿음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팬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9월호 'THE INTERVIEW 2'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ONSIDE 9월호 바로가기(클릭)

 

글=안기희

사진=이연수,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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