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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분석] 벤투호는 앞으로 나갈 수 있을까?

2018-10-11 09:52:40 994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 후 A매치 두 경기를 치렀다. 코스타리카와 데뷔전은 2-0으로 이겼고, 칠레와의 두 번째 경기는 0-0으로 비겼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새 감독 부임으로 A매치 두 경기 연속 매진 사례를 이룬 가운데 벤투호는 팬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칠레와의 경기에서는 숙제도 확인했다.

 

- 앞으로 갈 수 있을 때는 앞으로 가자!

코스타리카와 비교해 칠레의 압박은 강력했다. 칠레는 압박할 때 간격을 촘촘히 유지하면서 경기장을 좁게 썼다. 한국이 뒤에서 볼을 돌리면 라인을 바짝 끌어올렸고, 사이드에서 공을 잡으면 반대편 공간은 아예 버리고 공이 있는 쪽을 집중적으로 막았다. 손흥민이 볼을 잡았을 때는 순간적으로 2~3명이 달려드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벤투 감독은 상대의 강한 압박에 맞서 골키퍼를 활용한 후방 빌드업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타리카전과 비교하면 칠레전에서 골키퍼를 향한 백패스의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팀을 상대로도 벤투 감독이 원하는 축구, 즉 볼을 점유하면서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를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의 빌드업은 칠레의 강한 압박에 막혀 원활하지 못했다. 전반 20분까지는 몇몇 장면에서 성공적으로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며 대등한 경기를 했다. 그러나 우리의 빌드업 방식을 간파한 칠레가 더욱 라인을 끌어올리자 우리 선수들의 실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수가 나오자 선수들은 위축됐고, 줄 곳이 없어서 긴 패스를 하는 상황이 나왔다. 그러나 칠레 수비수들이 롱볼을 잘 막아냈고, 세컨볼 싸움에서도 투쟁심 넘치는 칠레 미드필더들이 볼을 가져갔다. 한국은 손흥민가 황희찬의 개인기를 활용한 공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느끼기에 빌드업 과정에서 한국과 칠레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도전 정신이었다. 칠레 선수들은 공이 앞으로 나갈 공간이 있다 싶으면 어김없이 전진패스를 연결했다. 뺏기더라도 도전적으로 했다. 반면 한국은 충분히 앞으로 볼이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횡패스나 백패스가 많았다. 물론 감독의 주문 사항도 이런 플레이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내가 봤을 땐 단순히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실수를 하면 지도자로부터 욕을 먹는 게 일상인지라 커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다. 결국 우리의 백패스가 칠레의 전방 압박을 더욱 부추긴 측면이 있다.

 

- 전술적 유연함 보여줄까?

벤투 감독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자기 축구를 하겠다는 뉘앙스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칠레전이 끝난 후 벤투 감독은 상황에 따라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겠지만 이 스타일(후방에서 빌드업을 시도하는 축구)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100% 이대로 갈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후방에서 빌드업을 시도하는 축구는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야 가능하다. 볼 컨트롤, 상황 판단 능력, 볼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의 움직임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능력은 단시간에 향상시키기 어렵다. 어린 시절에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도록 내내 교육을 받은 선수가 갑자기 성인이 돼서 도전적인 플레이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축구 전술에 정답은 없다. 자기가 생각한 것을 밀고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나는 전술적 유연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칠레전에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가 잘 나왔다면 좋았겠지만 그게 안 됐을 경우엔 다른 옵션이 있어야 한다. 칠레전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벤투 감독에겐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직 자기가 원하는 축구의 10%도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벤투 감독 입장에서는 아시안컵 전까지 A매치 6경기를 치르면서 팀과 선수의 특성을 파악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입힐 것이다. 부디 나의 우려가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벤투가 증명해주길 바란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0월호 ‘TACTICAL ANALYSIS‘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구술=허정재(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오명철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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