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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감독들이 벤치에서 '움찔, 멈칫'한 까닭은?

등록일 : 2018.04.14 조회수 : 3600
권도윤(가운데)의 활약으로 3-2 역전승을 거둔 성덕초.
13일 오후 강릉 성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성덕초와 속초초의 ‘2018 대교눈높이 전국초등축구리그’ 강원 권역 2라운드 경기. 전후반 각각 25분의 경기 시간 동안 양 팀 지도자들의 엉덩이가 벤치에서 몇 번씩 들썩들썩 했다.

강원도축구협회는 올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초등축구리그에 8인제 축구를 1년 먼저 도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내년부터 초등부 8인제 축구를 정식 시행하기로 했다. 성덕초와 속초초의 경기는 올해 초중고 리그의 첫 TV 중계경기로서 날 것 그대로의 8인제 축구를 많은 사람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8인제는 경기장 규격, 경기 규칙, 심판 운영이 기존 11인제와 다르다. 경기장은 68미터X 48미터로 기존 규격보다 가로 약 12미터, 세로 약 6미터가 짧다. 선수 엔트리는 최대 18명이며 교체된 선수가 다시 들어갈 수 있고, 교체 선수 숫자의 제한도 없다. 롱볼 중심의 일명 ‘뻥축구’를 방지하기 위해 골킥은 공이 뜬 채로 하프라인을 넘을 수 없다. 킥오프 때 직접 슛을 하는 것도 금지다. 심판은 2심제로, 두 명의 심판이 대각선에 위치하며 주심과 부심의 역할을 번갈아 맡는다.

물리적인 차이점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경기 중 코칭 방식의 변화였다. 선수들이 경기 중 여러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도자는 특정 시간 동안 만 코칭을 할 수 있게 됐다. 경기 시작 전, 선수 교체 시, 하프타임, 그리고 전후반 각각 2분(13~15분)씩 주어지는 코칭타임이다.

지도자가 경기 중 일어나 선수들에게 큰 소리로 지시를 내리는 모습은 모두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새로운 규칙의 적용은 어색하고도 신선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돈학 성덕초 감독과 박준헌 속초초 감독은 경기 중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 앉은 상태로 보냈다. 이따금씩 습관처럼 벌떡 일어나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다가도 머쓱하게 다시 자리에 앉아야 했다. 코칭타임에는 벤치 주변에 선수들이 와 둘러앉았고, 지도자는 함께 쪼그려 앉아 선수들을 코칭했다.
이돈학 성덕초 감독.
이돈학 성덕초 감독은 전반 내내 답답했을 것이 뻔했다. 성덕초 선수들은 많은 관중과 중계경기라는 압박감에 긴장한 듯했다. 홈팀이긴 하지만 6학년생이 한 명 밖에 없는 터라 전반전 동안 속초초를 상대로 밀리는 경기를 했다. 전반 2분 만에 김성욱(속초초 6학년)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전반 25분에는 차신웅(속초초 6학년)에게 추가골까지 내줬다.

하프타임이 지난 뒤 후반전 들어 성덕초는 힘을 냈다. 골키퍼 심준규(속초초 5학년)가 연이은 선방으로 활약하는 가운데서도 적극적으로 공격한 끝에, 후반 5분 용찬영(성덕초 5학년)이 만회골을 성공시켰다. ‘성덕 포그바’라는 별명을 가진 권도윤(성덕초 5학년)은 긴장감을 털고 탁월한 신장과 힘을 발휘해 후반 18분과 24분 강력한 슈팅으로 연속골을 기록하며 성덕초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돈학 감독의 얼굴에도 마침내 웃음이 번졌다.

3-2 역전승으로 경기를 마친 이돈학 감독은 달라진 코칭 방식에 대해 “아직 서툰 게 사실이다. 선수들의 자율적인 판단력을 기른다는 면에서 좋은 취지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습관적으로 자꾸 말이 튀어나온다. 지도자들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웃었다. 바뀐 규칙으로 이제 막 두 경기를 치른 참이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몇 번씩이나 움찔움찔했던 것도 당연한 셈이다.

본부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조덕제 대한축구협회 대회위원장은 “지도자분들이 의식적으로 지시를 참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드리블, 패스 등 공을 갖고 스스로 해보려는 모습이 나와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경기 중 코칭의 범위를 조절한다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잘 지켜봐야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선수의 입을 통해서는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성덕초의 승리를 이끈 권도윤은 8인제 축구의 장점에 대해 “재미있다”고 했다. 권도윤은 “8인제는 11인제보다 골이 많이 나고, 볼터치도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 공도 훨씬 많이 오고, 슈팅도 많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중 지도자의 지시를 받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은 위치를 잘 못 섰거나 했을 때 도움을 못 받는 게 어렵다. 혼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할 것 같다”며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8인제가 한국 유소년 축구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올해 강원 권역 초등축구리그의 변화와 효과들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이돈학 감독은 “8인제 축구는 모든 선수들이 기술적, 체력적으로 준비가 잘 돼있어야 한다. 11인제에서는 준비 안 된 선수가 한두 명 있어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8인제에서는 그렇지 않다. 모든 선수들이 기본기를 갖춰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유소년 선수들이 기술력과 체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각 팀 지도자가 훈련 방법에서부터 잘 연구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릉=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