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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주고, 희망 받는 한국후지제록스축구단

등록일 : 2018.03.14 조회수 : 5608
한국후지제록스축구단은 꿈을 찾아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
최강 한파가 채 가시기 전이었던 2월 10일 오전, 수원공업고등학교 운동장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국후지제록스축구단(이하 후지제록스FC)의 2018년 첫 훈련이었다. 겨우내 움츠러든 근육들을 풀어내느라 분주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안성천 감독은 단원들을 불러 모아 놓고 “겨울 동안 몸은 굳어있고 마음은 풀어져있을 거다. 일과 운동을 병행하느라 힘들지만 지킬 것은 지키면서 열심히 해보자”며 다독였다.

FA컵은 직장팀의 힘 보여줄 기회
후지제록스FC의 3월이 중요한 이유는 KEB하나은행 FA컵이다. 프로와 실업, 아마추어, 생활축구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의 컵 대회다. 후지제록스FC는 생활축구 직장팀 자격으로 세 번째 참가한다. 2016년 첫 참가 때는 1라운드에서 대학팀 서남대를 상대로 4-2 승리를 거두며 돌풍을 일으켰다. 2017년에는 1라운드에서 같은 직장팀인 유한화학을 만나 2-3으로 아쉽게 졌다. 올해는 2년 만에 다시 2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본사에서 영업지원과 사후관리 스태프로 근무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유경택은 2016년 FA컵 1라운드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후지제록스FC의 2라운드 진출을 이끌었던 에이스다. 유경택은 “재작년에 FA컵을 준비하면서는 한 달 동안 정말 현역 선수들만큼 운동했던 것 같다. 국내에서 제일 큰 컵대회라 책임감이 크다. 참가 자체로도 굉장한 추억이다. 작년에는 아쉬웠지만, 이번에 잘 준비해서 최선을 다한다면 어떤 상대를 만나든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지제록스FC의 시작인 1987년부터 팀을 이끌어오고 있는 이천재 단장 역시 FA컵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 단장은 후지제록스FC가 직장인 축구와 생활축구의 활성화에 있어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다. 이 단장은 “우리 후지제록스FC가 FA컵 2라운드, 3라운드에 진출하는 등 선전한다면 다른 직장팀들도 꿈을 꾸고 힘을 낼 수 있지 않겠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계속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국후지제록스축구단의 유경택
은퇴선수들이 취업으로 제 2의 인생 꿈꾸는 곳
후지제록스FC는 다른 직장팀에 비해 ‘젊은 피’가 많다. 진로 문제, 부상 등으로 일찍 은퇴를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선수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데 적극적으로 힘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후지제록스FC에는 프로 출신 5명, K3리그 출신 7명, 대학선수 출신 6명이 있다. 그 바탕에는 부상으로 핸드볼 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던 이 단장이 있다.

이 단장은 “어렸을 때부터 핸드볼을 해오다 고등학교 때 무릎을 다치면서 그만두게 됐다. 그렇다보니 운동선수들의 희로애락을 잘 안다. 본의 아니게 일찍 운동을 그만둔 친구들의 마음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 팀에 있는 친구들도 사연 없는 친구들이 없다”며 미소 지었다.

앞서 인터뷰에 이한 유경택은 고등학교 때까지 엘리트 축구선수로 활동하다 진로 문제로 인해 선수 생활을 접게 된 경우다. 대학에 입학한 직후 군대에 다녀와야 했고, 2년의 공백을 메우기 어려워 직장팀을 알아보게 됐다. 유경택은 “일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하는 게 힘든 건 사실이다. 늘 운동만 하다가 사무직이 돼 앉아서 일하는 건 정말 곤욕이었다. 첫 1년 정도는 고생했는데, 이제는 괜찮다. 벌써 6년차다. 선수를 그만두고도 계속 축구를 할 수 있어서 즐겁다. 축구를 할 땐 즐겁게 하고, 일을 할 때는 직장인답게 열심히 일한다”며 웃었다.

어린 나이에 축구를 시작해 제 2의 박지성, 손흥민을 꿈꾸는 이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프로축구 선수가 되는 이는 극소수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는 하나, 많은 선수들이 학창시절에 또래 학생과 동일한 교육 기회를 받지 못한 채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선수들이 프로 진출에 실패한 경우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기 쉽다.

후지제록스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기치로 이러한 은퇴 선수들에게 취업과 직업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후지제록스 그룹 차원으로 일본에서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4개국 친선대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후지제록스FC 단원들로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로 국제경기를 치르는 것은 물론, 직장인으로서의 소속감과 자부심도 다질 수 있는 기회다.

이 단장은 “이 친구들은 열심히 축구한 죄밖에 없다. 이들한테 공부 못하고 운동만 하도록 시킨 것은 사회다.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이곳에 와서 제 2의 인생을 사는 친구들이다. 자부심과 자존감을 지키면서 사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여기서 운동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잘 적응하는 친구들을 보면 뿌득하다. 축구단을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운 점도 많지만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스스로 채찍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후지제록스축구단의 이천재 단장
직장팀 확충으로 생활축구 저변 탄탄해지길
작은 사내 동호회에서 시작해 직장팀 대표로 FA컵에 3회 연속 출전할 만큼 성장한 후지제록스FC는 보다 큰 꿈을 꾸고 있다. 후지제록스FC와 같은 직장팀이 많이 생겨 생활축구의 저변을 넓히고, 한국축구의 디비전 시스템 확립에 일조하겠다는 다짐이다. 오랜 시간 축구단을 운영해온 만큼, 직장팀 창단에 관심을 갖는 다른 기업들이 이 단장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도 많아졌다.

이 단장은 “서울에 있는 직장팀은 우리 하나 뿐이다. 직장팀끼리 리그를 만들어보려 해도 각 지역에 흩어져 있다 보니 거리가 멀어 쉽지 않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2002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직장인 축구에 많은 지원이 있었고 한 때 붐이 일었는데 금방 시들해졌다. 지금은 기업 오너의 관심과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직장팀이 늘어나는 만큼 은퇴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취업 기회도 늘어난다. 대한축구협회가 구상하고 있는 1~7부까지의 성인 프로 및 아마추어 통합 디비전 시스템도 힘을 받을 수 있다. 후지제록스FC는 여기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다. 이 단장은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직장팀 리그 운영이나 은퇴선수 풀 관리 면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 이 글은 ‘2018 KEB하나은행 FA컵’ 1라운드 개최 전인 2월 23일에 작성됐습니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 <ONSIDE> 3월호 'LOCAL CLUB EPISOD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