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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손에 결정된 FA컵 4강, 부산은 울었다

등록일 : 2017.09.13 조회수 : 7075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목포시청 정훈성, 울산 김성환, 수원 염기훈, 부산 임상협, 부산 조진호 감독, 수원 서정원 감독, 울산 김도훈 감독, 목포시청 김정혁 감독.
2017 KEB하나은행 FA컵 4강 대진이 가려졌다. 울산현대와 목포시청, 부산아이파크와 수원삼성이 맞붙게 됐다.

13일 축구회관 2층에서 FA컵 4강 대진 추첨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를 비롯해 4강에 진출한 팀의 감독과 대표선수가 참가했다. 대진 추첨식에서 목포시청과 수원삼성이 각각 다른 매치로 먼저 자리잡은 가운데 세 번째로 추첨에 나선 김도훈 울산현대 감독의 손에 의해 대진이 결정됐다. 김도훈 감독의 추첨 결과 울산이 목포시청과의 경기로 들어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머지 매치도 결정이 됐다.

대진이 가려지자 네 팀의 감독과 선수들은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이들은 4강 상대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대진 추첨을 통해 우승 가능성은 어느 정도가 됐다고 보고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디펜딩 챔피언' 수원을 만난 조진호 부산 감독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진 추첨식에서 펼쳐진 이들의 말의 향연을 통해 분위기를 알아보자.
울산현대 vs 목포시청(9월27일, 울산문수경기장)

김도훈 울산 감독은 목포시청을 뽑은 뒤 표정 관리를 했지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어찌 하지는 못했다. K리그 클래식이나 챌린지 팀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내셔널리그 팀을 상대하는 것이 수월한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울산은 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울산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울산을 상대팀으로 만나게 된 김정혁 목포시청 감독은 초연했다. 어차피 어느 팀을 만나든 목포시청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대다. 대진이 확정된 후 김정혁 감독은 “멀리 가는 것보다 가까이 가는게 좋다고 봤다. 울산은 거리가 멀어 안 갔으면 했는데 이왕 가는 거니까 멋지게 다녀오겠다”고 했다. 부산과 수원에 비해 울산으로 가는 게 이동거리가 멀어 대결하기를 꺼렸다는 것이다. 이에 사회를 맡은 이재철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과장이 ‘단지 이동거리가 문제였나, 아니면 대결하기 싫었던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단지 거리가 문제였다”며 웃었다.

8강전 MOR로 선정된 목포시청 정훈성은 공식 인터뷰가 낯선 듯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기자회견 내내 긴장을 풀지 못하던 그는 막바지에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그는 “내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FA컵 준결승은 방송을 타기 때문에 나를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다. 최대한 열심히 해서 두 경기 다 이기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김도훈 감독은 목포시청 김정혁 감독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상대팀을 예우했다. 그는 “김정혁 감독님은 어릴 때부터 존경하던 선배님이다. 상무에서 가깝게 지냈다. 선수로서 장점이 많았고, 지도자로서 목포시청에서 잘 하고 계신다”며 한껏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목포시청이 올라왔다고 했을때 모든 팀들이 목포시청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대진이 결정되니까 목포시청이 왜 4강에 올라왔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리그 경기를 보면 견실한 수비와 역습을 보여준다. 또한 FA컵은 예상하기 어려운 단판승부다. 목포시청 선수들의 동기부여도 잘 돼있을 것이다. 우리도 베스트 멤버로 나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의 주장 김성환은 도발적인 멘트로 기자회견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그는 “김정혁 감독님께서 먼 거리를 오신다고 했는데 멀리 와서 관광만 하다 가시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상대의 도발적인 멘트에 김정혁 감독과 정훈성은 웃음으로 넘겼지만 속으로는 칼을 갈았을 것이다.

이날 사회자는 울산의 FA컵 트라우마를 언급하기도 했다. 울산은 지난해까지 총 10차례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1998년에는 결승에 올랐으나 FC서울의 전신인 안양LG에 져 준우승에 그쳤다. 이에 대해 김도훈 감독은 "나는 올해 울산에 왔다"며 웃은 뒤 "우리가 리그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선수들이 극복하고 좋은 경기를 하고 있다. 이번에도 좋은 경기를 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은 "4강 트라우마는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며 전혀 개의치 않았다.
부산아이파크 vs 수원삼성(10월25일, 부산구덕운동장)

울산과 목포시청의 대진이 먼저 완성되면서 나머지 매치는 자연스럽게 부산과 수원의 대결로 결정됐다. 두 팀의 감독과 선수들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그 웃음의 온도차는 확연해 보였다.

두 팀은 지난 2010년 FA컵 결승전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염기훈의 결승골로 수원이 1-0으로 이기고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염기훈이 이 기억을 살려내 부산을 공격했다. 염기훈은 “팀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FA컵에 대한 기억은 좋다. 개인적으로는 부산에서 열린 2010년 FA컵에서 결승골을 넣었는데 그 기억을 되살려 또 한번 중거리슛으로 넣겠다. 오늘부터 중거리슛을 연습하겠다”며 웃었다. “조진호 감독님이 이끄는 부산이 FA컵에서 클래식 팀을 상대로 연승을 하는데 우리가 연승을 끊겠다”고도 했다. 인터뷰 경험이 많은 베테랑답게 현란한 말솜씨로 심리전을 걸었다.

서정원 감독은 대진이 결정되기 전, 어느 날짜에 누구와 붙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서 감독은 부상으로 재활 중인 조나탄을 언급하며 “조나탄의 재활 속도가 빠르다. 부상 회복 정도를 체크해봐야겠지만 10월 중순 쯤에는 출전이 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다. 사회자가 “그렇다면 10월25일 경기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 것이냐”고 묻자 서 감독은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서 감독이 추첨을 할 때는 이미 목포시청이 9월27일 경기에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9월27일 경기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수월한 목포시청을 만날 수 있는 반면 최고의 골잡이 조나탄을 활용할 수 없다. 반대로 10월25일 경기에 들어가면 조나탄을 활용할 수 있지만 목포시청이 아닌 프로팀과 일전을 벌여야 한다. 그래서 그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한 것이다.

결국 수원은 10월25일에 부산과 대결하게 됐다. 이에 대해 서 감독은 “FA컵은 전세계적으로 봐도 변수가 많은 대회다. 더더욱 조심스럽다. 부산은 올해 상당히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있고, 안정된 팀이다. 서울을 꺾고 올라온 저력있는 팀이라 절대 방심해서는 안된다. 준비를 착실히 해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하겠다”는 다짐을 드러냈다.

염기훈과 서정원 감독이 자신감을 드러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수원은 FA컵과 좋은 인연이 있다. 특히 FA컵 준결승에서는 한 번도 지지 않은 기록이 선수단과 팬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다. 수원은 통산 7차례 FA컵 준결승에 나서 모두 결승에 올랐다. 7경기 중 4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디펜딩 챔피언’ 수원은 통산 네 차례 FA컵 우승을 차지해 포항과 최다우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도 우승할 경우 대회 최다우승 단독 선두에 오르게 된다.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낸 수원에 비해 부산은 웅크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부산은 클래식 승격과 FA컵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냉정히 따지면 FA컵 보다는 클래식 승격이 팀 입장에서는 훨씬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FA컵에 마냥 올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FA컵 준결승 무패의 기록을 가진 ‘디펜딩 챔피언’ 수원을 만났으니 한숨이 나올 만하다. 홈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모든 대진이 결정된 상황에서 추첨에 나선 조진호 감독은 안타까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의례적인 추첨을 위해 단상 앞으로 나서면서 “내가 김도훈 감독의 순서에 뽑았다면 좋은 팀을 만났을 텐데”라며 혼잣말에 가까운 푸념을 했다. 목포시청과 대결을 내심 기대했지만 이는 무산됐고, FA컵에서 유독 강한 수원을 만나게 됐다.

조 감독은 “수원은 조나탄이 돌아온다. 그러나 우리도 레오가 돌아온다. 포항과 서울을 FA컵에서 이겼다. 수원이 강하지만 승패를 떠나 공격적인 경기를 해 팬들이 즐거워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민은 숨길 수 없었다. 그는 “리그와 FA컵 모두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리그 승격이 더 중요하다. 수원과의 FA컵 준결승전은 한 달이 남았기 때문에 상황을 보고 전략적으로 판단을 하겠다”고 답했다. FA컵 우승을 노리겠지만 리그 승격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힘의 분배를 하겠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어렵지만 부산의 ‘골미남’ 임상협은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4강에서 또다시 클래식 팀을 만나게 됐는데 우리는 클래식 못지 않은 스쿼드를 가졌고, 클래식 팀을 꺾고 올라와 자신있다. 좋은 경기를 하겠다. 나 또한 수원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기에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목포시청 정훈성은 이날 8강전 MOR(맨 오브 더 라운드)로 선정돼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정훈성은 성남FC와의 대회 8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3-0 승리에 일조했다.

글 = 오명철
사진 =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