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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팀의 야심 찬 백년대계, JSUN FC U-18의 꿈

등록일 : 2017.01.09 조회수 : 15690
장민석 감독이 3학년 선수들(정은석, 박병우, 조한욱, 천정현)과 함께 웃고 있다
감독은 집을 팔았고, 선수들은 자진해서 머리를 깎았다. 이런 못 말리는 열정이 JSUN FC U-18팀(이하 JSUN FC)의 희망찬 가능성을 열었다. 2016년 전반기 고등리그 왕중왕전의 다크호스를 넘어 100년 이상 장수하는 클럽을 꿈꾸는 JSUN FC를 만났다.

‘JSUN’이라는 클럽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하나는 ‘진접의 태양’이라는 뜻이다. JSUN FC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에 위치해있다. 진접의 떠오르는 클럽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이 이름은 장민석 감독의 아들인 장태양 군의 이름을 본 따 만든 것이기도 하다. 장 감독은 “내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자식들까지 대를 이어 축구를 할 수 있는 장수 클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름 참 잘 지었다.

JSUN FC가 축구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2016년 전반기 고등리그 왕중왕전에서였다. 2015년 10월에 창단해 왕중왕전에 첫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16강 진출이라는 성적을 냈다. 당시 JSUN FC는 의정부 FC U-18팀과 함께 16강에 오른 유이한 클럽 팀이었다. 프로 유스 팀과 명문 학원 팀이 즐비한 왕중왕전에서 무명 클럽 팀인 JSUN FC의 선전은 모두에게 자극이 됐다.

JSUN FC의 사령탑은 용마중과 중랑 FC U-18팀(이하 중랑 FC)을 이끌었던 장민석 감독이다. 2011년 중랑 FC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장 감독은 2014년 서울특별시장기 대회 우승을 비롯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음에도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선수들은 잘 먹고 잘 자야 해요. 중랑 FC는 다 좋았지만 숙소가 열악했죠. 대부분의 클럽 팀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숙소 없이 아파트를 빌려 쓰는 형태거든요. 게다가 서울에서는 훈련할 운동장을 빌리는 것도 힘들었어요. 아이들이 수업을 다 받고 나오면 오후 4시가 훌쩍 넘는데, 저녁에는 수많은 생활축구 팀들이 운동장을 사용하니 1시간 정도 훈련한 뒤 비켜줘야 했죠. 용마중 시절에는 숙소도, 운동장도 없었답니다.” - 장민석 감독

장민석 감독은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으로 눈을 돌렸다. 서울 근교인데다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좋았다. 현재 진접에는 정식 규격에 조금 모자라는 운동장이 세 곳 있다. 규격에 맞는 그라운드를 갖춘 공설운동장도 올해 안에 완공 예정이다. 또 초등학교 팀과 중학교 팀은 있지만 고등학교 팀이 아직 없어 중학교를 졸업하는 선수들이 모두 외지로 나간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클럽 팀 창단의 필요성이 충분했다.

축구센터 건립, 장수 클럽 위한 첫걸음

가장 중요한 건 숙소였다. 용마중 시절부터 장민석 감독을 괴롭힌 문제였다. 장 감독은 제대로 된 축구센터를 짓겠다는 일념 하에 집을 팔았고, 은행 대출을 받았으며, 부모님과 처가에도 도움을 받았다. 물론 학부모들에게는 일체 손을 벌리지 않았다. 다행히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 축구연합회 소개로 축구에 애정이 깊은 지역 후원회장을 소개받았고, 이 후원회장이 자신의 땅을 저렴하게 내주면서 그 땅 위에 축구센터를 지을 수 있었다.

축구센터가 지어지기 전에는 펜션에서 지내는 등 떠돌이 생활을 했다. 당연히 불편함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숙소와 전용 운동장, 샤워장 등을 갖춘 제대로 된 ‘장민석 진접 축구센터’가 생겼다. 지난해 8월부터 들어와 생활하기 시작했다.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조용해 축구에 집중하기도 좋다. 아직 모든 것이 완공된 상태는 아니지만, 지금 이 자체만으로도 JSUN FC에게는 소중한 보금자리나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낯설었죠. 도시에서 살다가 조용한 곳에 오니 익숙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조용하니 축구에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계속 지내보니 좋았어요.” - 정은석(3학년, MF)

“운동을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는데 이곳은 조용하고 시설이 좋아서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에요. 그동안 떠돌이 생활을 한 탓에 사실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적응이 되니 이만한 곳이 없더라고요.” - 조한욱(3학년, DF)

장민석 감독은 “팀을 길게 보고 운영하고 싶었어요. 외국처럼 몇 백 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클럽 팀을 만들고 싶었죠. 한국의 많은 클럽 팀들이 쉽게 만들어졌다가 쉽게 사라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오래가기 위한 첫 걸음은 안정적인 환경이다. 축구센터는 그 시작이었다.
JSUN FC U-18 장민석 감독
재미와 집중, 훈련의 절대적 원칙

훈련은 되도록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분위기는 언제나 활기차야 한다. 독창적인 방법도 사용한다. 이를 테면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 맞춰서 맨손 체조를 한 뒤, 그 노래에서 영어로 된 가사가 들릴 때마다 팔굽혀펴기를 하는 식이다. 굉장한 체력을 필요로 하지만 아이들은 재미있어 한다. 장민석 감독은 비시즌 고성 전지훈련 당시 지역 역도코치에게 조언을 구해 이런 재미있는 훈련을 고안해냈다.

“감독님 첫인상은 무서웠는데, 첫인상과는 확실히 달라요. 말도 재미있게 하려고 하시고, 분위기도 재미있게 끌어 올리려고 하세요. 저를 포함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훈련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는 것도 좋아요.” - 정은석(3학년, MF)

그러면서도 필요할 때 자극을 주는 걸 잊지 않는다. 장민석 감독은 필자에게 한 가지 영상을 보여줬다. 선수들이 휴식 시간에 오락실에서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은 것이었다. 영상에 나타난 아이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초집중’이었다.

“너희가 오락실에서 게임을 할 때 집중하듯이 축구를 하면 분명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죠. 게임을 하듯이 집중력을 발휘하면 축구도 게임만큼 즐거워질 수 있다고 강조해요. 축구는 길어야 2시간인데, 2시간 동안 집중하지 못한다면 큰일이잖아요. 무엇보다 감독도 아니고 부모님도 아닌 자신을 위해 축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해요. 그래야 집중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기니까요.” - 장민석 감독

힘들어도 천천히 가야한다

한국의 고등학교 축구 시스템에서 클럽 팀은 항상 후순위 선택지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은 프로 유스 팀이나 명문 학원 팀을 선호한다. 이보다 기량이 조금 떨어지는 선수들은 일반 학원 팀에서 뛴다. 그래야 좋은 팀, 혹은 좋은 대학교에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클럽 팀은 가장 마지막에 고려하는 선택지다.

JSUN FC에 오는 선수들은 이미 학원 축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된 아픔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다. 장 감독은 이들을 전국에서 끌어 모아 진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프로 유스 팀이나 명문 학원 팀의 훈련 여건에 뒤지지 않는 인프라와 훈련 분위기를 만들어 선수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외지 선수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위장전입(거주지를 실제로 옮기지 않고 주민등록법상 주소만 바꾸는 것)으로 인한 문제 때문에 다른 지역에 있는 선수를 전학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JSUN FC 선수들 대부분이 방송통신고등학교(이하 방통고)를 다닌다. 타지에서 온 선수들을 수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방통고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학교를 갑니다. 대중의 인식은 별로 좋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내신도 잘 나오고, 시간 여유도 있기에 운동에 집중할 수 있어요. 학교 공부뿐만 아니라 팀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영어, 중국어 선생님을 초빙해 강의를 하기도 하고, 미래를 위해 지도자 교육도 조금씩 받을 수 있도록 해요. 축구센터에 독서 방도 설치해 아이들이 책을 놓지 않도록 합니다.” - 장민석 감독

다른 명문 팀들에 비해 개인 기량은 밀리지만, 장민석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명문 팀들도 처음부터 명문은 아니었다. 조금씩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각오다. 학년별 코치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JSUN FC에는 전병윤 수석코치, 문두윤 1학년 코치, 최규환 골키퍼 코치가 있다. 이들은 선수들의 레벨에 맞게 잠재된 능력을 꺼내 주는 역할을 한다. 당장의 성적보다 중요한 발전의 가치를 찾은 것이다.

여기에 선수들의 간절함이 더해졌다. 한 번씩은 아픔을 경험해 본 JSUN FC의 선수들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에 더욱 잘 뭉친다. 스스로 하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정규 훈련은 하루 한 번뿐이지만, 선수들은 알아서 새벽이나 저녁에 개별 운동을 한다. 최근에는 3학년 선수들이 감독이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머리를 깎았다. ‘사고 한번 쳐보자’는 의지였다.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이 정말 많이 가르쳐주세요. 선수들끼리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많았어요. 지난해 백운기 준우승과 왕중왕전 16강은 이런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 팀에 와서 이룬 것 같아요.” - 천정현(3학년, FW)

“우리도 다른 학교만큼, 아니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 팀의 최고 장점은 단합이거든요. 머리를 깎은 이유도 이 때문이죠.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요.” - 박병우(3학년, FW)

끝으로 장 감독은 클럽 팀이 한국에서 장수하기 위해서는 공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클럽 팀도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동안 엄청 무시당한 게 사실이죠. 서울 팀인데도 서울시 주최 대회에 못 나가는 일이 많았으니까요. 학원 축구는 한국 축구의 뿌리이기 때문에 분명히 필요해요. 하지만 클럽 팀이 가진 장점도 있으니 학원 팀과 클럽 팀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배척하지 말고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어요.”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월호 'THE TEAM'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