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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조덕제 대회위원장, 두 달 간 1만km 뛴 사연

등록일 : 2018.02.23 조회수 : 4490
대한축구협회 조덕제 대회위원장
수원FC의 산 역사, 지도자로 더 익숙했던 조덕제(53) 대한축구협회 대회위원장은 겨울을 정신없이 보냈다. 전국에서 열리는 초, 중, 고, 대학 대회를 다녔다. 손수 운전해 다닌 거리만 1만km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현장을 다니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책임감이다. 대회위원장으로서 대회와 대회를 만드는 사람들을 살피고 이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일이 조덕제 위원장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11월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조병득 부회장이 겸임하고 있던 대회위원장에 조덕제 전 수원FC 감독을 선임했다. 1988년부터 1995년까지 대우 로얄즈에서 뛰었던 조 위원장은 김희태 축구센터, 아주대 감독을 거쳐 2011년 수원시청축구단(현 수원FC) 유소년 총감독을 역임했고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수원FC를 이끌었다.

환호의 순간도 많았지만 좌절의 순간도 많았다. 내셔널리그와 K리그 2(챌린지), K리그 1(클래식)까지 두루 경험했고 2015년에는 기적의 승격으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1년 후에는 강등의 아픔을 맛봤고 2017년 8월에는 성적 부진으로 자진사퇴했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도자 한 길만 걸었지만, 이제는 엄연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조덕제 위원장은 한국 축구의 대회 파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겨울에 열리는 아마추어 축구대회 현장을 다녔다. 초, 중, 고, 대학까지 각 대회를 찾아다니면서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집중했다. 지도자들이 불편한 일이 없는지 체크하는 게 내 일이니까. 협회에 들어온 후 운전한 거리만 거의 10,000킬로미터는 될 것이다. 아마추어 축구 지도자 시절에는 종종 운전하고 다니기도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운전을 이렇게 많이 해본 건 처음이다. 보통 3년에서 5년 정도 차를 타야 10,000킬로미터를 채우지 않나? 나는 두 달도 안 돼서 그걸 채웠다.

- 대회위원장으로 현장을 다니니 느낌이 어떤지?
감독을 할 때는 관중을 의식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대회위원장이 되고 각 대회에서 메인에 서있다 보니 자연스레 관중을 의식하게 되더라. 때로는 스탠드에서 학부모들과 섞여서 경기를 보기도 하는데, 경기 결과보다는 제발 아무 사고 없이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지도자로서의 역할과 대회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이 많이 교차되기도 하지만, 다른 부분도 있다. 만약 나중에 다시 지도자로 돌아가게 된다면 내 나름대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다른 시선으로 축구를 바라보니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게 됐다.

- 현장에 가면 어떤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듣는지?
최근까지 지도자였던 사람이 협회를 들어가서 그런지 많은 일선 지도자들이 처우 문제를 주로 이야기한다. 지도자의 입장에서, 선수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어필한다. 선수를 위해 많은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게 핵심이다.
조덕제 대회위원장은 수원FC를 포함해 20년 넘게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행정 일은 처음이다.
- 행정 일은 이번이 처음인데?
20년 넘게 감독으로 현장에 있었다. 행정이 처음인 건 맞다. 하지만 대회위원장이다보니 대회 쪽에 많이 나가서 선수들을 살피고, 감독관 등 대회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상황을 체크하다 보니 행정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현장에 있는 느낌을 더 많이 받는다. 비슷한 것 같다. 대회가 있을 때마다 나가서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니 현장감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 수원FC를 그만두고 협회로 부임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지도자로 살아온 기간이 더 길다. 협회로 들어온다는 건 나로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 대회위원장직을 제의받았을 때도, 차라리 초등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했다. 이건 내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이후 주위에 있는 지인들과 상의해봤는데, 서로 의견이 갈리더라. 10명 중에 7명은 그래도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했고, 3분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니 해보라고 했다. 협회 대회위원장이라는 자리는 아무나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니까. 그 말에 끌려 수락을 하고 이 자리에 들어오게 됐다.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웃음).

- 생소하지 않나?
처음에는 사무실에 들어와서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보고 있으니 현장과 동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년 간 유지하던 생활 패턴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겨울에 열리는 대회 현장을 꾸준히 다니다 보니 오히려 사무실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더라. 이 일이 내게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정몽규 회장과는 따로 이야기한 게 있는지?
특별한 건 없었다. 협회에 들어오고 나서 일은 할 만 하냐고, 쉽지는 않겠지만 지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말을 많이 들어주라고 하시더라. 지도자들의 말을 경청하고 협회로 들어와서 실무진들과 의논하는 게 내 역할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고 협회 실무진들과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할 것 같다.

- 취임하고 약 두 달 동안 현장에서 느낀 우리 아마추어 축구는 어떤지?
내가 대학 감독(아주대)하던 시절과 지금의 대학교 축구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학기 중에도 대회를 했었지만 지금은 겨울이나 여름에 전국대회를 해야 한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혹서기나 혹한기에 열리는 경기는 지도자와 선수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 내가 어떻게 움직여서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날씨에 대한 지도자들의 애로 사항을 들을 때면 참 안타깝다. 이번에도 영덕, 울진, 김해 등을 다니면서 대회를 봤는데, 눈보라가 치는데도 불구하고 경기를 하더라.

- 날씨를 포함해 아마추어 축구는 여러 가지 이슈를 가지고 있다. 대회위원장으로서 현장 지도자들에게 달라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협회에서도 대회 기간을 잡을 때 혹서기를 최대한 피해서 잡으려고 노력한다. 겨울도 마찬가지다. 1월부터 2월 초까지가 최고로 춥다. 예전에는 겨울에 남해안쪽으로 내려가면 따뜻해서 경기하기 나쁘지 않았는데, 지금은 한국이 4계절이 아닌 2계절이라서 힘들다. 덥거나 아니면 춥거나 둘 중 하나다. 내가 얼마나 힘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이슈는 협회에 있는 모두가 함께 공감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조덕제 대회위원장은 시즌이 끝났을 때 대회 파트에서 뭔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 FA컵의 권위를 더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FA컵은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하는 대회 중 제일 권위 있는 대회다. 하지만 올해는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빅 이벤트가 많으니 각 팀들이 FA컵에 베스트 멤버를 내보낼 것 같지 않다. 게다가 K리그, AFC 챔피언스리그의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 일정을 짜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 내가 감독 생활을 할 당시에는 FA컵 일정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왜 이렇게 잡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협회에 들어와 보니 모든 대회의 경기 일정을 짠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회를 하나 치르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다.

-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과거 한국은 초, 중, 고, 대학 축구가 전국대회를 중심으로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지금은 리그 중심이다. 각급 리그가 출범한지 10년 정도 됐는데, 아직 리그가 완전히 정착된 것 같지는 않다. 리그가 중요한지, 대회가 중요한지를 빨리 정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다. 어떤 방법이 선수의 발전을 위한 길인지를 합심해 찾아봐야 한다.

- 올해는 K리그를 밖에서 지켜보게 됐다. 기분이 다를 것 같나?
K리그 1(클래식)에서 1년 점찍고 내려왔고, K리그 2(챌린지)에서는 약 4년 정도 있었다. 이제는 수원FC를 떠난 몸이고, 팀도 새로운 감독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으니 그분들이 수원FC를 좋은 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는 거쳐 온 감독이기 때문에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게 도리인 것 같다. 올 시즌 K리그에서는 투자를 많이 하는 팀이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 그래야 투자를 적게 하는 구단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투자를 하려고 노력할 테니까.

- 올해 목표는?
집행부가 다 똑같겠지만, 현장에 계신 분들이 조금 더 편해질 수 있고, 축구만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조덕제라는 사람이 대회위원장으로 이거 하나만큼은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올 시즌이 끝나고 한 해를 평가받을 때, 한국축구 대회 쪽 파트에서 뭔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장에 있는 지도자나 협회에 있는 실무자들 모두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열심히 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은 협회를 너무 동 떨어지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협회가 아직까지는 지도자들의 마음에 온전히 와 닿게 못하다보니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서로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축구 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만 가지고 있으면 모든 게 다 좋아질 것이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