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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호흡' 여자대표팀 수비수들이 그리는 내일은?

등록일 : 2017.12.14 조회수 : 9734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의 수비수, (왼쪽부터) 김혜리, 임선주, 김도연, 이은미.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의 뒤를 든든히 받치는 포백 수비수들을 만났다. 오랜 시간 한국여자축구의 역사를 함께 지나오고 있는 이들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

이은미(29, 수원시시설관리공단), 김도연(29), 임선주(27), 김혜리(27, 이상 인천현대제철)는 지난 11일 일본 지바에서 북한과의 ‘2017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풋볼 챔피언십(옛 동아시안컵)’ 2차전에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0-1 패배의 아쉬움은 가시지 않았지만, 네 수비수들은 차분히 다음 경기(15일 중국전)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숱하게 깨지고 넘어졌다. 88년생 동갑내기인 이은미와 김도연은 스무살에 A매치에 데뷔해 올해 우리나이로 서른이 되기까지 꾸준히 대표팀과 함께하고 있다. 90년생 동갑내기 임선주와 김혜리도 벌써 대표팀 경력이 7, 8년이 넘었다.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좋은 추억도 좋지 않은 추억도 많이 쌓였고, 그것들을 통해서 성장하고 발전했다. 이들과의 인터뷰에서 긴 시간만큼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읽을 수 있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지 얼마나 됐나?
임선주(이하 선주) 아마 2010년 피스퀸컵? 그때부터 꾸준히 대표팀에서 봐왔던 것 같다.
김도연(이하 도연) 개인 컨디션에 따라 한두 명 정도는 바뀌어 가면서 포백라인을 맡았던 것 같다.
김혜리(이하 혜리) 새로운 선수들이 영입되고 했지만, 이렇게 넷이 제일 오래 봐왔다고 할 수 있다.
선주 아무래도 넷이서 라인 컨트롤이 잘 맞는다.
이은미(이하 은미) 그래서 항상 나한테 올리라고 한다. 아무래도 셋은 소속팀이 같다 보니까 더 잘 맞을 수도 있는데 내가 못 따라간다(웃음).
도연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점들이 많다. 오래 봐왔으니 서로 원하는 걸 편하게 얘기해줄 수도 있고, 부족한 점도 얘기해줄 수 있다.
선주 서로의 장단점도 잘 알고 있어서 서로 커버를 해줄 수 있다.

-첫 만남을 기억하나?
혜리 선주는 2009년에 먼저 대표팀에 소집됐고, 나는 2010년 피스퀸컵 때 처음 소집됐으니... 벌써 7년이 지났다.
선주 이제 나이 드는 걸 서로 느끼고 있달까(웃음)?
도연 혜리랑 선주가 처음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는 막 2010년 U-20 월드컵 3위를 하고 왔을 때다. ‘와! 잘하는 애들이 들어왔구나!’라고 생각했다.
선주 근데 벤치에 있었지...
도연 워낙 잘하는 언니들이 받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대표팀 수비진에는 홍경숙, 류지은 등이 있었다.) 하지만 곧 치고 올라올 것이라고 예상했고, 예상대로 지금은 거의 동등한 위치? 어쩌면 더 뛰어넘을 수도 있고.
혜리 우러러만 보던 대표팀 언니들과 같이 뛰어서 좋았다. U-20 대표팀에서는 선배로서 있다가, 대표팀에 와서는 막내로 벤치에 있었지만 언니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은미 사실 나도 그때는 입지가 확실하지 않을 때여서 후배들을 신경 쓸 겨를이 많이 없었다. ‘예쁘게 생긴 애들이 왔구나’ 정도(웃음)? 같이 벤치에 앉아 있을 때가 많았다. (이은미는 2009년 까지 공격수였고, 2010년 최인철 현 인천현대제철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후 왼쪽 풀백으로 보직을 옮겼다.) 우리 또래가 막내를 오래하던 시절이라, ‘드디어 궂은일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도연 나도 같은 생각했는데! 사실 그때는 지금보다 지원 스태프가 적어서 공 바람도 우리가 손으로 직접 넣고, 작전판이나 아이스박스, 치료 기계까지 막내들이 다 들어야했던 시절이었다. 2007년부터 몇 년을 막내로 지냈는지...(웃음)

-같이 뛰었던 경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전원 2015년 캐나다 월드컵 준비기간!
도연 준비기간도 길었고,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 서로 열심히 준비하면서 팀으로서 하나가 되고 끈끈해 졌던 것 같다.

-제일 좋았던 기억과 제일 나빴던 기억을 이야기해 달라.
은미 2015년 캐나다 월드컵의 모든 경기들이 제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던 스페인전(조별리그 3차전, 2-1 역전승)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사실 안 좋았던 경기는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최근 두 경기(일본전과 북한전)가 아쉽다. 끝까지 잘 버텨주지 못했다.
도연 캐나다 월드컵 직전에 가졌던 미국에서의 친선경기(0-0 무승부)가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미국은 우리를 보기 좋게 이기고 월드컵 출정식을 멋지게 치르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걸 눌러서 통쾌했다. 경기력도 그때가 절정이었던 것 같다. 나빴던 기억도 캐나다 월드컵인데, 브라질과의 첫 경기(조별리그 1차전 0-2 패)다. 내 백패스 실수 때문에 선취골을 너무 일찍 허용했다.
혜리 2013년 동아시안컵(현 E-1 챔피언십) 한일전(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기, 2-1 승)이다. 경기 전날 (지)소연이 덕분에 가까워진 일본 선수들을 만났다. 친하게 지내는 사이긴 하지만 은연중에 우리 팀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겨서 통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안 좋았던 기억은 작년에 오사카에서 있었던 올림픽 예선 호주전(최종예선 3차전, 0-2 패)이다. 개인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의욕이 과해서 경기를 그르친 거 같다. 나로 인해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하게 되서 팀원들한테 피해를 준거 같다. 아쉽고 안 좋았던 기억이다.
선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준결승 북한전. (일동 “그게 좋았던 기억이야??”)개인적으로는 제일 안 좋은 추억이기도 하지만, 팀으로서 보면 좋은 추억이다. (1-2 패, 후반 추가시간 임선주의 백패스가 실점의 빌미가 됐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정말 힘들었는데, 다들 경기를 보고 간절함을 느꼈다고 했다. 주변에서도 잘 싸운 경기였다고 해주셨다. 비록 졌지만 우리가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준 경기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
-장점과 바라는 점을 서로 말해주면 어떨까? 중앙수비수들부터.
도연 선주의 장점은 제공권과 파워풀함, 슬라이딩을 통해서 공격의 흐름을 잘 끊어주는 것. 선주의 잘하는 점이자 내가 부러운 면이기도 하다. 선주가 올해 많이 아팠는데, 이제 아프지 않고 자기 몸을 챙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선주 도연 언니는 중앙수비수의 필수 조건인 침착함을 가지고 있다. 라인 리딩을 잘해주고, 선수들을 컨트롤해주는 능력이 좋다. 내가 몸을 쓰는 선수라면 언니는 영리한 선수. 좀 더 오래오래 우리를 이끌어주면서 함께 그라운드에 있었으면 좋겠다.

-풀백들도 서로에게 장점과 바라는 점을 말해달라.
혜리 은미 언니는 공격수 출신 수비수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면이 뛰어나다. 왼발잡이이고 크로싱 능력이 월등하다. 그리고 바라는 점은 이걸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는데...
은미 말해~ 괜찮아~(웃음)
혜리 자기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으면 좋겠다. 언니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다. 후배들을 많이 이끌어 줘야하는데 약한 모습을 보여서... 내년부터는 강인한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웃음).
은미 혜리는 장점이 많은 선수다. 라인을 맞추는 것, 공간에 대한 움직임, 위치 선정, 볼 키핑 능력이 좋다. 그리고 한 번을 나가더라도 확실한 오버래핑을 해주는 능력이 있다. 바람이 있다면... 내가 반대편에 있으니까 그쪽 상대편 공격수들의 크로스가 덜 올라오게 해줬으면 좋겠다. (일동 웃음) 그럼 내가 편하니까. 혜리의 능력이 나보다 좋으니, 더 잘 막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연, 은미는 벌써 국가대표 11년차다. 선주는 9년차, 혜리는 8년차. 책임감을 많이 느낄 것 같은데?
은미 선배들 중에 후배들을 잘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는 선배들이 있다. 반면 나는 ‘철없는 선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좀 더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서 후배들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애들은 불편해 할 수도 있겠지만(웃음).
선주 대표팀에서나 소속팀에서나 중간에 놓인 입장이라, 선배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후배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 수 있도록 후배들에게 친근하게 대하려고 한다. 언니들이 분위기를 잡아주고, 우리는 후배들을 챙겨주고.
도연 선배로서 운동장에서 묵묵히 보여주고 싶다. 경기할 때도 수비수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크다. 훈련을 할 때도 실수를 최소화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게 노력하려 한다. 사실 후배들에게 먼저다가가지는 못하는 편이다.

-오랜 시간 국가대표 수비수로 뛰면서 느낀 점,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선주 예전에는 5-0, 3-0 등 많은 점수 차로 지곤 했다. ‘당연히 지겠지’라는 생각에서 많은 경험이 쌓이면서 ‘우리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도연 예전에는 무조건 걷어내야 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하지만 지금은 걷어내면서도 동료에게 연결되는 걸 생각하면서 공을 찰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누구와 붙어도 할 만하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조금 더 실점을 줄이고,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은미 예전에는 자신감 없이 경기장에 들어간 적이 많았다. 오히려 상대편을 우러러 보고 부럽기만 했는데, 이제는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아직은 유럽이나 서양하고는 피지컬에서 차이가 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대등하게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일 중국 꼭 이겨야지.
혜리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어느 팀을 만나던지 꾸준하게 일정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도 매 경기 실점을 하고 있다. 수비수들이 실점을 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선주 우리가 활동할 날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가 은퇴 한 후의 한국여자축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세대 이후에도 후배들이 더 성장하고 기량을 키워서 여자축구를 받칠 수 있는 후배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도연 자만감이 아닌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 자기관리도 철저히 하고. 필드에서나 생활에서나 자신을 좀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
혜리 우리가 운동을 시작했을 때 보다는 여건이나 환경이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지바(인터뷰, 사진)=김세인
정리=권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