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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1강 잡은 신생팀, 경주한수원 하금진 감독

등록일 : 2017.08.12 조회수 : 2428
경주한국수력원자력여자축구단의 하금진 감독.
지난 7월 24일 저녁 ‘IBK기업은행 2017 WK리그’ 18라운드 경기 결과를 확인한 여자축구팬들의 눈은 휘둥그레졌을 것이다. 인천현대제철 0-1 경주한수원. 다윗이 골리앗을 잡았다.

신생팀 경주한수원이 인천현대제철을 이긴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경주한수원이 앞서 보은상무를 상대로 2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WK리그의 ‘절대 1강’ 인천현대제철과의 전력 차는 무척이나 뚜렷했기 때문이다. 앞선 두 번의 맞대결에서는 0-4, 0-6 대패를 당했던 경주한수원이다.

세 번째 만남에서는 달랐다. 경주한수원은 끈질긴 수비로 인천현대제철을 막아섰고, 후반 15분 벤더의 페널티킥 골로 잡은 승리를 놓치지 않았다. 인천현대제철은 15경기 무패 행진이 WK리그 최약체라 불리는 신생팀 경주한수원에 의해 마무리된 것이다. 이후 WK리그는 약 한 달간의 휴식기에 들어갔다.

8월 초 경남 합천에서 열린 여자축구 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짧은 휴가를 얻은 하금진 경주한수원 감독을 만났다. 하 감독은 인천현대제철전 승리가 기대 이상의 정신력을 보여준 선수들 덕분이라고 했다. 신생팀이지만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미팅을 하며 단합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해하기도 했다. 하 감독은 인천현대제철전 승리, 그 이상을 꿈꾸고 있다.

-인천현대제철전 승리로 많은 이들이 놀랐다. 승리를 예상했나?
그렇지는 않았다. 인천현대제철은 WK리그에서 1강 체제로 독주하는 팀이다. 선수들과 경기를 준비하면서도 꼭 승리하겠다는 것보다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전력 면에서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내려서서 수비를 하다가 카운터어택을 하는 전술을 취했다. 그러다보면 우리한테도 분명히 한 두 번의 기회는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게 적중했다.

-최근 합류한 브라질 출신 공격수들이 제 몫을 했는데?
후반기 앞두고 회사에 외국인 선수의 필요성을 계속 어필했다. 괜찮은 선수들의 프로필과 피드백을 계속 받으면서 준비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에 브라질 공격수 두 명(벤더, 크리베라리)을 데려올 수 있었다. 인천현대제철전 바로 전 경기인 화천KSPO전부터 뛰었는데, 0-2로 지긴 했지만 경기력은 좋았다. 두 선수가 공격적인 자질을 잘 보여줘 자신감이 생겼다. 인천현대제철전도 잘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인천현대제철 입장에서는 골이 들어가지 않아 당황한 듯했다.
누가 봐도 인천현대제철이 7대3으로 앞선 경기였다. 상대가 공격적으로 강하게 나올 것이라 생각해서 내려선 수비를 펼쳤다. 벤더와 크리베라리가 공격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오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행히 후반전에 기회가 왔고 잘 맞아 들어갔다. 사실 골을 넣고도 (실점을 할까봐) 불안불안했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죽기 살기로 수비를 펼쳤다. 마지막까지 잘 막아내 승리할 수 있었다.

-경기 종료 후 경주한수원 선수들이 거의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던데?
본인들도 놀라웠을 거다(웃음). 사실 지난 동계 훈련 때 울산에서 인천현대제철과 연습경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우리가 2-0으로 이겼다. 인천현대제철에서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대거 빠져있을 때다. 그 때 승리로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이 생겼었는데, 리그가 시작하고 완전한 전력의 인천현대제철과 제대로 맞붙어보니 기량 차이가 무척 컸다. 지켜보는데도 참 우리 아이들이 애처롭고 힘들었다. 두 번째 경기는 금요일 원정 경기라 다음 경기를 위해 그동안 경기에 뛰지 않았던 선수들을 데리고 가 경기를 했고, 0-6으로 졌다. 큰 점수 차로 지긴 했지만, 조금만 더 준비를 하면 다음 맞대결에서는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게 세 번째 경기에 딱 맞아떨어졌다.
하금진 감독은 자율적이고 단합된 분위기가 경주한수원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인천현대제철은 다른 팀들도 모두 이기고 싶어 하는 팀이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것 같다.
선수권대회를 치르러 합천에 가니까 모두의 화제가 돼있더라. 합천에서 여러 관계자들한테 축하를 많이 들었다. 다른 팀 지도자들도 정말 의외였다고, 이 스코어가 사실이냐고, 웃으며 이야기 했다. 최인철 인천현대제철 감독과도 친분이 있어 편하게 이야기 했다. 상대가 내려서서 수비를 할 때도 이겨낼 수 있어야 더 강팀이 되는 건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우리가 준비를 잘한 것 같다고 격려해주셨다. 다음 번 맞대결이 좀 걱정된다(웃음). 인천현대제철이 그 수모를 제대로 되갚아주려고 할 것 같다. 마지막 경기를 잘 준비해야겠다.

-8라운드 때 보은상무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뒀다. 그때와 기쁨의 크기를 비교한다면?
그래도 첫 승이 더 기뻤던 것 같다. 인천현대제철한테서 승리를 가져올 거라고는 예상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 첫 라운드가 한 바퀴 돌 때 7경기를 모두 졌기 때문에 첫 승리가 고팠다. 하루 빨리 승리를 거둬야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되고 자신감이 생길 거라 생각했다. 이기고 나서 선수들이 무척 기뻐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강했던 선수들이다. 윤영글 선수가 주축이 돼서 자발적으로 미팅도 하면서 잘 준비를 하더라. 최고참인 차연희 선수는 재활 때문에 같이 못 있는 상황에서도 전화로 동생들을 격려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들으면서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졌다. 우리 선수들이 역시 잘하고 있구나, 마음이 편안해졌다.

-공교롭게도 모든 팀을 상대로 한 번씩 져본 후에 승점을 쌓고 있다. WK리그에 점차 적응을 한 덕분인가?
첫 라운드를 한 바퀴 돌고 나니까 적응이 된 것 같다. 나 역시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창단팀의 어려움을 다른 지도자들로부터 많이 전해 들어서 두려움이 있었다. 대패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들었다. 그래도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선수들도 우리의 스타일, 패턴, 조직력에 맞는 옷을 입게 됐다. 지도자가 주문하는 것을 빨리 캐치하고 그에 맞게 움직이게 된 것이다. 첫 라운드가 적응하는 기간이었다면, 두 번째 라운드는 적응한 것들을 좀 더 발전시키는 기간이다.

-신인선수들이 많다는 것에는 장단점이 모두 있을 것 같다.
우리 팀에서는 신인선수들 중 60~70퍼센트가 경기에 뛰고 있다. 장점이라면 회복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우리 팀의 스타일이 체력적으로 많이 뛰는 스타일인데, 젊은 선수들이다보니 회복이 빠르다. 올 시즌 리그 일정이 빡빡해서 모든 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젊은 선수들이 힘을 내주고 있다. 신인선수들이 모두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아직 뭣도 모르고 열심히 뛰는 걸지도 모르겠다(웃음). 나도 아직 WK리그 감독으로서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같이 배우는 과정이다. 그런 경험 부족이 단점이긴 한데, 윤영글 선수 같은 베테랑들이 잘 커버해주고 있다. 경기장에서 선배 언니들이랑 뛰다보면 위축될 수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베테랑 선수들이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경주한수원에서는 드래프트 1순위 박예은을 비롯한 신인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개막 전에 잡았던 목표에 어디까지 도달했나?
개막 미디어데이 때 8승을 목표로 잡았다. 그나마 전력 차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보은상무와 서울시청을 상대로 승리를 얻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 그래도 지금까지 3승을 거뒀으니 중간 정도는 한 것 같다. 남은 일정에서는 모든 팀들에게 우리가 결코 얕볼 수 없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 보은상무는 두 번 이겼고, 인천현대제철도 이겼고, 서울시청, 화천KSPO, 구미스포츠토토랑은 비겨봤다. 이천대교만 아직 못했다. 이천대교를 상대로는 2패다. 다음번에는 꼭 이긴다기보다는 경주한수원이 쉽게 볼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

-경주한수원 감독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창단팀을 이끌면서 얻는 보람이 있나?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독일에 3개월 정도 공부하러 갔었다. 독일은 여자축구 시스템 역시 잘 갖춰져 있더라. 그곳에서 독일 축구를 보고 느끼면서 협회에서 같이 일했던 분들이 생각났다. 내가 나중에 팀의 수장을 맡게 된다면 어떤 지도자들과 같이 갈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정말 좋은 사람들과 같이 하고 싶었다. 그때 떠올렸던 분들이 김풍주 선생님, 황인선 선생님, 송숙 선생님이다. 협회에서 같이 즐겁게 일하면서 함께 울고 웃고, 보람을 느꼈던 분들이다. 경주한수원 감독을 맡게 되고 나서 그때 그림을 그렸던 분들한테 제일 먼저 프로포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무트레이너 전민아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송숙 선생님은 팀 매니저를 처음 맡았지만 정말 잘해주고 계신다. 우리 스태프들은 네 일, 내 일 나누지 않고 다 같이 함께 일한다. 최근 황인선 선생님이 다시 협회로 가시면서 고문희 선생님(전 충남인터넷고 감독)이 새로 오셨는데, 다 같이 일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믿고 일하는 게 팀워크라 생각하다.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경주한수원 감독으로서의 비전은 무엇인가?
감독 공개 채용 당시 면접에서 경주한수원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궁극적으로는 이 팀에서 별을 달고 싶다. 첫 1~2년은 팀을 정비하는 단계다. 팀의 방향성을 잡고 리그와 대회에 적응하는 것이 첫 번째다. 3~4년 차에는 리그 상위권에 도달하고 싶다. 그리고 5년차에는 리그 우승이 목표다. 멀리 봐서는 여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것을 꿈꾸고 있다. AFC(아시아축구연맹)에서도 여자 챔피언스리그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 스폰서나 마케팅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여자 챔피언스리그가 생긴다면 한국여자축구 발전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