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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소년 축구의 방향을 묻다 - 뛰지 못하는 저학년 선수

등록일 : 2017.07.10 조회수 : 8432
한국 유소년 축구의 전체적인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저학년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절실하다. 자주 뛰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불공정한 경쟁 구도 속에서 피해를 보거나 도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축구 생태계에서 초중고 및 대학교의 저학년과 프로 초년병들은 상대적인 약자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선수들이 소속팀 경기에 꾸준히 나서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경기를 꾸준히 뛰었다면 나오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 나왔고, 순간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

U-20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지휘한 신태용 감독은 대회를 마친 후 이렇게 말했다. 최근 막을 내린 U-20 월드컵에서 한국은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 패해 도전을 멈췄다. 팀의 대회 준비 과정과 감독의 전술 등도 돌아볼 필요가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선수들의 소속팀 경기를 뛰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신 감독이 이끌었던 U-20 대표팀 선수들은 대학교 1, 2학년이나 프로 초년병들이었다. 총 21명 엔트리 중 대학 선수가 11명, 프로 선수가 10명이었다. 이중에서 소속팀 경기를 꾸준히 출전한 프로 선수는 손에 꼽혔다. U-20 대표팀의 프로 선수 중에서 소속팀 군 경기에 꾸준히 나선 선수는 한찬희(전남드래곤즈)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는 간간이 교체 출전을 하거나 2군 경기(R리그)에 출전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와 백승호는 바르셀로나가 FIFA로부터 받은 유소년선수 해외이적 규정 위반 징계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가까이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나마 대학 선수들은 프로 선수보다 출전 기회를 많이 얻었지만 이들의 사정도 녹록지 않았다. 1997년생인 올해 2학년 선수들은 신입생이던 지난해에는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소속팀보다는 대표팀 소집훈련과 경기를 통해 몸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올해 연세대는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의 ‘학점 미달 선수 출전금지’로 인해 인원이 부족해 U리그 불참을 서언했다. U-20 대표팀에 뽑힌 5명의 연세대 소속 선수(이준, 이정문, 김민호, 김승우, 하승운)들은 전국대회와 연습경기를 통해서만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U-20 대표팀 선수들의 실전 감각 저하는 위험한 고비마다 장애물이 됐다. 우리와 상대했던 잉글랜드, 포르투갈 등이 대회가 진행될수록 제 실력을 찾아간 것과 달리 한국은 갈수록 조직력이 와해되는 모습을 보였다. 체력이 고갈되는 토너먼트에서는 실전 경험을 통한 노하우로 버텨야 하는데 한국 선수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저학년이 뛸 무대가 없다

이처럼 저학년 선수가 뛰지 못하는 현실은 초중고 무대라고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의 경우 주로 5, 6학년이 대회에 출전한다. 중학교는 2, 3학년이 베스트 11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1학년이 뛰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고등학교 무대는 더욱 심하다. 당장 대학교 진학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실력이 아주 뛰어난 선수가 아니고선 3학년 위주의 엔트리에 들기 어렵다.

일단 저학년 선수가 나설 수 있는 무대가 그리 많지 않다. 초등학교 축구는 사정이 조금 낫다. 성적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초등학교 축구의 경우 U-10(4학년 이하), U-11(5학년 이하), U-12(6학년 이하)로 구분해 대회를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또한 저학년 경기에서는 11인제 뿐만 아니라 5인제, 8인제를 실시해 선수들의 개인기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유소년축구연맹이 주최하는 화랑대기가 연령별 경기를 치르는 동시에 5인제, 8인제 등을 실시하는 대표적인 대회다.
저학년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무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올라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중학교 대회 중 저학년 경기를 공식적으로 치르는 경우는 없다. 다만 여름에 진행하는 4개 전국대회(당진해나루기, 금강대기, 무학기, 추계 한국 중등 연맹전)에서 원하는 팀에 한해 비공식으로 저학년 경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대회 중에는 K리그 챔피언십과 추계고등연맹전에서 저학년 경기를 치른다. 추계고등연맹전은 1,2학년 대회로 열리고, 프로 산하 팀끼리만 격돌하는 K리그 챔피언십은 U-17과 U-18로 나뉘어 대회가 열린다. 그러나 이밖의 대회에서는 성적을 위해 3학년이 중용될 수밖에 없다. 대학의 경우 춘계 및 추계 1,2학년 축구대회가 열리지만 모두 여름에 치러진다.

발전을 위한 제언들

저학년 선수가 뛰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저학년 대회 및 리그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축구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저학년 대회 및 리그를 치르려면 돈이 필요하고, 인프라도 갖춰져야 한다. 따라서 이는 단기간에 고칠 수 없는, 장기적인 준비와 대책이 필요한 문제다. 대한축구협회와 산하 연맹의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수원삼성 산하 유스팀 매탄고를 이끌고 있는 주승진 감독도 저학년 대회 확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단 운동장 확보 문제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았다. 더불어 프로 산하 팀과의 대결을 꺼리는 학원 팀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학년 선수 관리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프로 산하 유스팀들은 기존에 실시하고 있는 주말리그와 별도로 저학년 리그를 따로 하고 있는데 모든 팀이 참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수가 턱없이 적다. 운동장 확보 문제가 걸림돌이다.”

“전국대회에서도 저학년(U-17) 경기를 시행하고 있지만 생긴 지는 얼마되지 않았고, 비정기적이라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저학년 리그를 한다고 해도 학원 팀은 기본적으로 프로 산하 팀과 경기하는 걸 꺼려하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도 풀어야 한다.”

저학년 대회 및 리그를 확충하는 것이 당장 어렵다면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일단 어린 선수들의 출전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 대안이 될 수 있다. K리그 클래식에서 시행하는 ‘23세 이하 의무출전 규정’과 같은 출전 쿼터제를 유소년 대회 및 리그에서도 적용하는 것이다.

U-15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김정수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는 “저학년 대회나 리그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저학년 선수가 일정수 이상 뛰도록 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로 산하 팀들은 주말리그를 하면서 저학년 경기도 함께 치른다고 들었다. 학원 팀들도 여건이 되는 팀끼리라도 저학년 경기를 자주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2년 뒤 열리는 U-17 월드컵에 도전한다. U-17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바로 고등학교 1,2학년이다.
축구 관계자들은 저학년 선수들이 뛰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다양한 해답을 던졌다. 프로 2군팀의 K3리그 참가 및 R리그 활성화도 대안 중 하나다.
U-18 대표팀 감독을 맡은 정정용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는 K리그의 23세 이하 의무출전 규정의 확대 시행, 프로 2군팀의 K3리그 참가 및 R리그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 감독은 2년 뒤 열리는 U-20 월드컵 출전을 노린다.

“K리그의 의무출전 규정을 확대 시행해야 한다. 나이 제한(K리그 클래식은 23세 이하, 챌린지는 22세 이하)을 좀더 낮추거나 의무 출전하는 선수 숫자를 1명에서 2~3명으로 늘린다면 어린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는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재정이 열악한 챌린지부터 시작해 확대 시행하는 쪽으로 하면 좋을 것이다. 챌린지에서 검증된 선수를 클래식에서 뽑아간다면 재정이 열악한 구단 입장에서도 좋지 않을까 싶다.”

“프로 2군 팀의 하부리그 참가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 B팀이 3부리그(다음 시즌 2부 승격)에서 뛰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프로 2군을 K3리그에 참가시키면 어떨까 싶다. 하부리그에 어린 선수들을 임대해 경기 경험을 쌓도록 임대를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프로 2군끼리 하는 R리그도 현재는 일부 팀이 참가하고 있는데 모든 팀이 참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K리그는 만 23세 이하 선수 최소 1명 의무 출전 규정(챌린지는 만 22세)을 두고 있으며, 현재 프로 2군 격인 R리그는 만 23세 이하 선수 무제한 출전에 연령 초과선수는 5명까지 출전할 수 있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7월호 ‘CHECKPOIN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오명철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