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Korea Football Association
bla~bla~

뉴스룸

home 뉴스룸 칼럼

칼럼

[전술분석] 우리가 알던 ‘닥공’ 전북은 아니었다

등록일 : 2017.01.09 조회수 : 5006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른 전북 현대는 세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FIFA 클럽월드컵에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첫 상대는 북중미 챔피언인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였다. 만약 클럽 아메리카를 꺾는다면 준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북은 ‘전북답지 못한’ 소극적인 대처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같은 듯 다른 스리백

이날 경기에서 두 팀은 똑같이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전북은 상대의 장점을 무력화하기 위해 전술 변화를 줬다. 보통 스리백 전술은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하기 때문에 전반 초반에 양 팀은 미드필드에서의 볼 다툼을 많이 벌이는 양상을 보였다.

전북은 빌드업을 할 때 김창수, 박원재가 넓게 벌려 공간을 만들었고 정혁, 이재성, 김보경이 중앙 지역에서 연계 플레이를 해줬다. 투톱으로 나선 김신욱과 에두는 롱 볼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밀집된 중앙에서 벗어나 측면에서 볼을 받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상대가 중원의 적재적소에서 강한 압박을 해오자 전북의 공격은 어려움을 겪었다.

클럽 아메리카는 수비형 미드필더 다 실바가 많이 내려와 스리백에게 볼을 받아 연결하는 모습을 보였고, 전북의 중원 압박을 벗어나면 측면보다는 중앙을 공략했다. 양 팀 모두 수비전환 시에는 파이브백이 수비를 견고히 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두 팀은 같은 포메이션을 사용했으나 공격 패턴은 달랐다. 전북은 미드필드를 거치는 플레이를 했고, 아메리카는 전방 공격수인 퀸테로나 로메로에게 한 번에 연결하여 역습을 시도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초반 아메리카에게 위협적인 기회를 내준 전북은 전반 23분 김보경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측면 수비수 박원재가 상대 뒤 공간으로 침투해 올린 크로스를 김보경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전북은 효율적인 경기 운영으로 리드를 잡은 채 전반을 마쳤다.

아메리카는 후반 시작과 함께 두 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마르티네스와 알바레스를 빼고 게레로와 아로요를 교체 투입 하면서 일찍 승부수를 던졌다. 전북은 전반과는 달리 뒤에서 상대의 공격을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전방 압박을 펼쳤다. 아메리카는 공격적으로 나왔으나 전북의 전방 압박에 힘들어 했다.

하지만 후반 13분 터진 아메리카의 동점골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전북이 동점골을 허용한 장면은 정말 아쉽다. 역습 상황도 아니었고, 크로스의 타이밍도 예상 가능했기에 충분히 대처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수비 숫자가 적었다. 볼이 측면에 있을 때 볼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중앙으로 쇄도하는 상대 선수를 놓쳤고, 박스 안에서 수적 열세를 보인 게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후 전북의 압박은 느슨해지며 흐름이 아메리카에게 넘어갔다.

전북은 실점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 정혁을 빼고 레오나르도를 투입하면서 공격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아메리카도 레오나르도를 막기 위해 공격력이 좋은 퀸테로를 빼고 수비력이 좋은 알바라도를 넣는 맞춤형 교체를 했다. 아메리카의 교체는 성공적이었다.

교체 후 3분 뒤인 후반 29분 로메로와 알바라도가 전북의 우측을 공략하면서 결정적 득점 장면을 만들어 냈다. 이 찬스는 무산됐지만 코너킥으로 이어진 상황에서 로메로가 또다시 득점했다. 전북은 역전을 허용한 뒤 곧바로 에두, 김창수를 빼고 이동국, 고무열을 교체하면서 공격적 포메이션(4-4-2)으로 변화를 줬지만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클럽 아메리카의 로메로는 홀로 2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준비에 실패했던 전북

전북은 이날 경기에서 본인들이 잘하는 것을 버리고 상대가 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준비를 했다. 권순태, 로페즈, 조성환 등 주전 멤버가 대거 부상으로 빠진 탓에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준비를 잘못한 것이 됐다. 경기에서 과정은 좋았는데 운이 없어서 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스포츠에서 운도 실력이란 말이 있다. 경기에서 진 것은 실력이 부족해서, 또는 준비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이날 전북은 선제골을 넣고도 무기력하게 패하고 말았다. 상대는 분명 시차 적응에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반면 전북은 시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홈 경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특히나 후반에 최강희 감독다운 전술적 변화를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최강희 감독은 그동안 이기고 있을 때 지키는 경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그렇지 못했다. 전북은 역전을 허용하고 난 다음에야 공격적인 4-4-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줬다. 이때부터 아메리카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북이 전북다운 경기를 한 것은 역전을 당하고 난 다음부터였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정답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를 가지고 평가하기 때문에 ‘전북이 리드한 상황에서 전북답게 더욱 공격적인 운영을 했으면 어땠을까’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 경기였던 마멜로디 선다운즈(아프리카)와의 5위 결정전에서 전북이 상대를 압도하며 4-1 대승을 거뒀기에 더욱 이러한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 전북은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아시아 챔피언에 오르는 과정에서 열정과 팀으로 하나된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으로, 더 나아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클럽으로 꾸준히 발전하는 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월호 'TACTICAL ANALYSIS 1'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구술=허정재(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정리=오명철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