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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서 서울대 입학한 축구선수' 경희고 김현

2010-12-24 00:00:00 18,977

서울대에 입학한 경희고 축구선수 김현 ⓒ이상헌



축구선수가 공부로 서울대에 입학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경희고의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 김현이다.

최근 TV 스포츠뉴스에도 출연하며 축구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김현은 경희고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도 뛰어난 학업성적(내신2등급)으로 서울대 체육교육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운동선수=맨 뒷 줄에서 자는 아이’라는 인식을 보기 좋게 깨트린 주인공으로 ‘공부하는 축구선수 양성’이라는 KFA의 취지에도 딱 들어맞는 모범사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축구를 시작한 김현은 축구를 하면서부터 성적이 오른 특이한 경우다. 김현의 부모님은 ‘공부를 같이 한다는 조건’으로 축구를 허락했고' 김현은 부모님의 말씀을 따라 축구와 공부를 같이 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에는 오후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공부를 했다는 김현은 때로는 1시간만 자고 새벽 훈련을 나갈 정도로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열중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축구와 공부를 모두 잘하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꿈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일반 축구선수들이랑 똑같이 국가대표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지금도 물론 국가대표가 되고'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고요. 공부는 선수생활이 끝나고 나서 뒤를 생각해야 되기 때문에 한 것이었어요.”




큰 키를 이용한 헤딩경합도 김현의 장점(18번 선수) ⓒ이상헌



부모님과의 약속은 어느새 자신과의 약속이 되었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두 마리 토끼 쫓기’는 이어졌다. 물론 여기에는 김현의 굳은 의지가 바탕이 됐지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변일우 감독과 경희고 선생님들의 노력이 더해졌다.

“고등학교로 올라오면서 걱정한 것은 공부를 같이 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었어요. 변일우 감독님은 공부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셔서 우리는 7교시까지 다 듣고 훈련을 했어요. 지도자께서 수업을 다 들어가게 하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도 축구선수라는 편견을 깨고' 축구선수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주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죠. 제가 공부를 하니까 자기도 공부하겠다고 책을 가지고 왔던 애들이 5~6명 정도 있었는데 일주일을 넘긴 애들이 거의 없어요. (웃음) 자기 의지도 중요하고 환경도 중요한 것 같아요.”

변일우 감독은 축구선수들에게 인성과 학업을 강조하면서도 제자를 공부 잘하는 축구선수로 키워내는데 성공했다. 김현은 올 시즌 정규리그 16경기 중 14경기에 출전했고' 그 중 한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선발출전이었다. 풀타임 출전도 8경기나 된다. 14경기를 뛰면서 김현이 기록한 성적은 6골. 경희고는 서울북부리그를 2위(10승 3무 3패)로 마쳤다. 1위인 경신고와는 겨우 승점 1점차였다.

김현은 리그를 치르는 와중에도 착실히 수업에 참석했고 고2로 진학할 때는 전교 11등 정도를 하는 등 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축구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짧은 시간에 집중력을 최대로 발휘한 것이 적중했다.

“다치면 훈련을 안 하게 되니까 오히려 공부할 시간이 많아지잖아요. 한번은 ‘다친 김에 성적 좀 올리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운동을 안 하니까 집중력이 떨어지더라고요. 훈련을 하면서 공부를 하면 ‘내가 훈련할 시간에 다른 애들은 공부를 했는데' 나는 주어진 시간에 더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집중력이 더 생겼어요.”




2010 KFA 시상식에서 인재상을 수상한 김현 ⓒKFA 홍석균



186Cm의 장신 미드필더인 김현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베르바토프의 플레이를 선호한다. 김현은 베르바토프의 플레이를 닮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롤모델은 현재 스승인 변일우 감독을 꼽았다.

“감독님은 항상 ‘일주일에 책 한 권은 꼭 읽어라' 선생님들께 인사 잘 해라' 부모님들께 잘해드려라’라고 말씀하세요. 저도 나중에 지도자가 되면 축구선수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싶은 데 그런 점에서 변일우 감독님은 제 롤모델이에요.”

서른 살을 전후해 은퇴하는 축구선수의 짧은 삶' 그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는 김현. 이제 갓 스무살에 접어드는 그는 서울대 축구부에서 축구선수의 삶을 이어가게 됐다. 일년에 1승을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서울대 축구부의 현실이지만 그의 목표는 거창하다.

“어제 U리그 권역추첨이 발표 됐더라고요. 저희가 2권역인데 굉장히 빡빡한 것 같아요.(웃음) 제일 강한 권역에 걸렸는데 팀의 목표로는 5승 정도 하는 거에요. 개인적인 목표로는 7골 정도? 역습축구를 하게 될 것 같은데 그러다 보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웃음)”

김현의 더 큰 목표는 서울대 출신 국가대표의 명맥을 잇는 것이다. 서울대 출신 국가대표로는 황보관(오이타 트리니타 부사장)' 강신우(서울대 감독) 등이 있지만 이들 이후 오랫동안 서울대 출신이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축구와 학업을 병행한 김현의 굳은 의지라면 서울대 출신 국가대표의 탄생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KFA는 초중고 주말리그를 도입하는 등 공부하는 운동선수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막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가 금방 결실을 맺을 수는 없지만 초등리그에서는 서서히 성공가능성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공부하는 축구선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된 김현은 자신의 길을 뒤따라올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다.

“이번에 모교인 백마중학교를 찾아갔는데 제 후배들이 상을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저는 혼자 공부했는데' 애들이 단체로 하고 있으니까 보기 좋았어요.”

“축구선수로 성공하는 것은 정말 굉장히 힘들잖아요. 200명 중에 한 명이 프로에 간다고 하는데 이것이 현실이니까 공부도 열심히 하고' 축구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두 마리 토끼를 못 잡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다 잡을 수 있으니까 열심히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웃음)”


글=손춘근




강호 경희고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한 김현(18번)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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