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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여자대표팀의 차세대 주자' 서현숙-이영주 솔직 인터뷰

2010-08-17 00:00:00 8,929

U-20 여자대표팀의 차세대 주자 이영주(왼쪽)과 서현숙 ⓒ손춘근



대한민국 여자축구에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온 U-20 여자대표팀. 사상 최고의 성적이라는 수식어가 이들의 성과를 대변하지만 이들이 더욱 대단한 이유는 따로 있다. 연령 제한이 있는 청소년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세대교체를 대비해 어린 선수들을 꾸준히 투입했기 때문이다.

2년 후 열릴 U-20 여자월드컵을 내다본 최인철 감독은 서현숙(18' 한양여대)' 이영주(18' 동산정보고)' 전은하(17' 포항여전고)를 통해 다음 대회를 대비했다. 서현숙은 주전 수비수로 전 경기를 뛰었고' 미드필더 이영주와 공격수 전은하는 주로 교체로 경험을 쌓았다. 이들의 경험은 분명 다음 세대의 U-20 여자대표팀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독일에서 돌아온 후 해단식' 각종 방송출연' 청와대 방문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서현숙과 이영주를 파주NFC에서 만났다. 전은하는 개인사정으로 인해 잠깐 얼굴만 비추고 떠났다.




애교 넘치는 딸부잣집 막내딸 서현숙 ⓒ손춘근



수줍음과 웃음 많은 해맑은 십대 소녀들

어린 선수일수록 인터뷰가 어렵다. 인터뷰 경험이 적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뿐더러 ‘기자’라는 호칭에 대한 경계심도 상당하다. 이들도 그랬다. 독일로 떠나기 직전에는 출사표를 묻는 간단한 질문에도 우물쭈물했다.

그러나 독일에서 돌아오더니 많이 달라졌다. 외모에도 변화(서현숙은 머리에 염색을' 이영주는 퍼머를 했다)가 있었지만 인터뷰를 편하게 대하는 여유가 생긴 듯 했다. 그래서 월드컵 이후 달라진 것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서현숙: "갈 때는 (공항에) 한 명도 없었잖아요. (돌아올 때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냥 좋았어요. 처음 해보는 것이잖아요. (알아보는 사람은 있나?) 그냥 몇 명. 머리 풀고 있으면 못 알아보고 머리 묶으면 알아보던데... (미니홈피 방문자수가 많이 늘었다던데?) 옛날보다는 당연히 늘었죠. 하루에 3명 이랬는데' 경기할 때는 1'000~2'000명이 방문했고 지금은 300~400명이 오는 것 같아요."

이영주: "저는 아닌데' 저는 그냥 비슷해요. 경기할 때 한 100명쯤 됐나?"

가벼운 이야기로 인터뷰 분위기에 적응하자 웃음소리가 커졌다. 생일이 빨라 현재 한양여대에 재학중인 서현숙은 맏언니답게 이야기를 주도했고 아직 고등학생인 이영주는 웃음을 머금은 채 수줍은 대답을 이어갔다.




여자선수도 외모는 기본이죠~ ⓒ손춘근



최인철 감독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선수들과 춤을 추며 긴장을 풀고 분위기 전환을 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실제로 U-20 여자선수단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춤 실력을 보여준바 있으며 지소연(한양여대)은 대통령 앞에서도 일명 ‘통춤’을 선보였다.

이영주 역시 춤에는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자자해 춤 이야기를 꺼냈더니 행여나 시킬까봐 손사래를 쳤다. 서현숙이 “타고났어요”라며 이영주의 춤 실력을 인정하자 이영주도 서현숙이 ‘막춤’을 잘 춘다며 웃음을 서로 폭로를 시작했다. 서로의 춤 실력을 칭찬하던 이들은 최인철 감독의 외모와 춤 실력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이영주: "제 눈엔 잘 추시는 것 같아요. 감독님 진짜 잘 생겼어요.(웃음)"

서현숙: "춤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공유(연기자) 닮았잖아요."

잘 생긴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떠들고 웃는 모습은 천생 십대 여고생과 다를 바 없었다. 이렇게 예쁘고 애교 넘치는 여자아이들이 운동장에만 올라서면 머리를 질끈 묶고 승부욕을 불태운다는 사실에 대견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자축구의 척박한 환경이 떠올라 안쓰럽기도 했다.




독일전에서의 서현숙 ⓒKFA 홍석균



독일과 미국' 할만한 상대였는데...

우리 U-20 여자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4승 2패를 기록하며 3위에 올라섰다. 스위스-가나-멕시코-콜롬비아를 격파했지만 미국과 독일에는 0-1' 1-5로 졌다. 앞서 말한대로 서현숙은 이번 대회 6경기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주축선수로 뛰었고' 이영주는 세 경기에 출전해 총 83분을 뛰었다.

서현숙: "(국내대회와는) 차원이 다르죠. 템포도 다르고 신체조건도 다르고 각 팀마다 짜임새가 좋고 스타일이 다 다르잖아요. 무시할 팀이 없어요."

서현숙은 전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예상외의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위기도 있었다.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인 가나전에서 선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패스미스를 한 것이다. 당시 패스미스 이야기를 하니 “그래도 이겨서 다행이에요”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민국은 가나에 4-2 역전승을 거뒀다.

이런 실수가 훗날 더 큰 수비수로 성장하는데 큰 화수분 역할을 할 터. 서현숙은 이런 실수 외에도 앞으로도 계속 부딪힐 세계적인 공격수들과 몸싸움을 하면서 세계무대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다.

서현숙: "포프(독일)도 그렇고 미국 19번 시드니 르루도 엄청 빠르더라고요. (미국전 실점장면에서) 제가 쫓아가다가 좀 섰죠. 르루가 뛰다가 멈칫해서 저도 늦추려고 했는데 판단이 잘못됐던 것 같아요. 따라갔으면 막았을 것 같은데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줘서..."

실수 이야기가 나오자 무슨 이야기를 물어볼 지 간파한 이영주가 피식 웃었다. 이영주는 조별예선 미국전에서 실점과 연결되는 결정적인 패스미스를 했다. 불행히 대한민국은 이 실점으로 인해 0-1로 패했고 이영주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이영주: "왜 그랬을까요?(웃음) (미국전) 선발출전은 이틀전 훈련할 때 느꼈어요. 그리고 전날 주요 선수를 잡는 훈련을 할 때 감독님이 저한테 지시하셔서 확실히 알았어요. 좀 위축됐죠. 애들(미국선수들) 진짜 크던데... 처음에 들어갔을 때 정말 힘들었어요. 호흡이 안 터져서 전반에 많이 힘들었어요."

이영주: "패스미스를 하니까 위축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게임 뛰는 도중이니까 계속 실수만 생각할수는 없잖아요. 잊으려고 했는데 잘 잊혀지지 않았죠. 경기 끝나고 ‘아~ 나 때문에 졌다’고 생각했죠.(웃음)"




미국전 패스미스, 왜 그랬을까요? ⓒ손춘근



월드컵 무대에서의 결정적인 실수를 웃으면서 이야기 한다는 것이 우리 축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U-20 여자대표팀의 막내격인 이 두 선수가 웃으며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한국 여자축구의 밝은 미래를 느꼈기 때문은 아닐까? 서현숙과 이영주는 대한민국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세계 여자축구 최강국 미국과 독일에 대해 큰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서현숙: "미국은 할만했어요. 애들이 빠른 것 뿐이죠. 미국의 포인트가 있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이 그걸 다 아시니까 포인트가 세 개인데 그 중에서 두 개를 줄여주니까 할만 했어요."

이영주: "미국 생각보다 잘 못했어요. 할만 했는데 힘은 세더라고요.(웃음) (미국 선수랑 부딪히고 날라가던데?) 한' 두 번 날라간 것이 아니라서요.(웃음) 미국전에서 9번(크리스티 미위스)을 잘 막으라고 해서 걔랑 계속 싸웠는데' 힘이 진짜 쎄서 부딪히니까 막 아펐어요.(웃음)"

서현숙: "(다시 붙고 싶은 상대는?) 독일요. 충분히 이길수도 있을 것 같은데... 게임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해보지도 못하고 진 것 같아서 아쉬워요. 진짜 1-5면 압도적인 패배잖아요. 그런데 골 먹은 것 빼면 잘한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할만한 게임이었고 다시 붙으면 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영주: "홈팀 분위기가 엄청 컸던 것 같아요. (정)영아 언니도 지고 있으니까 빨리 하려고 그랬던 건데... 독일전 끝나고 언니들 우는 것 보니까 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조금.(웃음)"

우리의 어린 선수들은 이번 패배를 통해 다음에 붙으면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얻고 돌아왔다. 1-5라는 큰 점수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 같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때 세계 3위를 만들어낸 이들이라면 다음엔 진짜로 이길지도 모른다.




미국의 크리스티 미위스와 몸싸움을 하는 이영주 ⓒKFA 홍석균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다음 월드컵으로”

U-20 여자월드컵은 각 연령별 월드컵들이 모두 그러하듯 2년에 한 번씩 열리게 된다. 따라서 현재 18살인 서현숙과 이영주는 다음 U-20 여자월드컵에도 출전이 가능하다. 물론 당연히 출전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의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이들이 경쟁해야 할 상대는 현재 U-17 여자대표팀에 소속된 선수들이다. 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U-17 여자대표팀은 오는 9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릴 ‘FIFA U-17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여민지(함안대산고)' 김아름(포항여전자고)' 신담영(동부여고) 등이 주축이 된 U-17 여자대표팀 역시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 만만치 않은 팀이다. 서현숙' 이영주' 전은하는 이들 사이를 파고들어가야 한다.

서현숙: "제가 애들보다는 나이가 있잖아요. 언니들이 장난식으로 주장하라고 그래요.(웃음) 본선에 올라가게 되면 잘하라고 하고요. 감독님도 ‘지금은 니들이 막내지만 다음에는 먼저 경험하고 왔으니까 이끌어야 된다’고 말씀하시고요."

이들은 다음 U-20 여자월드컵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번 대회에서 가장 부러웠던 선수와 자신의 플레이에 영감을 줬던 선수를 차례로 물어봤다.

서현숙: "전 포프(독일)요. 그런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것이잖아요. 상 욕심은 없지만 그래도 받으면 좋잖아요."

이영주: "전 (지)소연 언니? 소연 언니는 정말 신기해요. 다른나라 애들이랑 싸워도 진짜 잘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실력이 있어도 그게 잘 안 나오잖아요. 소연 언니는 그게 잘 나와요."

서현숙: "(영감을 준 선수는?) 독일 왼쪽 백이 빠르기도 하고 되게 쉽게 하는 것 같았어요. 공을 주고 공격으로 나가는 부분도 되게 빠르고 잘한다고 느꼈어요. 독일 3번(켐메)이요. 제 단점은 템포가 느리다는 것이에요. 빨리 결정을 하고 쉽게 플레이해야 되는데 생각이 많다 보니까 플레이가 느려져요. 국제대회는 템포가 빨라야 되니까 더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영주: "전 미국 20번(브룩스)이요. 저한테 공 뺏은 애가 걔였어요? 그건 몰랐어요.(웃음) 저희랑 게임 말고 다른 경기를 구경했는데 안정적이고 듬직하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안정적으로 보였어요."




다정한 모습의 서현숙(왼쪽)과 이영주 ⓒ손춘근



마지막으로 다음 U-20 여자월드컵의 목표에 대해서 물어볼 생각이었다. ‘이번 대회를 3위로 마쳤으니까 다음 대회는 우승하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편하게 글을 마무리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다음 월드컵은 커녕 그 전에 살아남을 생각을 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서 이 질문은 의미가 없어졌다.

다행스럽게도 이영주에게서 뼈 있는 한 마디가 나와 인터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라면 누구든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다.

이영주: "우리는 생각하는 것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외국 애들은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 (최고라는) 자신감이 진짜 넘쳐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것이 약했던 것 같아요. 외국 애들은 거의 다 그래요."

서현숙: "그런 것은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뛰는 것. 우리도 할 수 있는데 그런 것은 생각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이번 대회에서 벅찬 자부심과 뜨거운 열정을 배워 온 서현숙과 이영주. 이런 값진 경험이 2년 뒤 후배들의 가슴에도 새겨져 있길 기대한다.


인터뷰=손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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